'뺏고 뺏기는' 바이오 인력 쟁탈전…"국가핵심기술자 직장 못 옮긴다"
서울지법, 디스플레이 국가핵심기술 분야 종사자 전직 제한 정당 판결
입력 2023.10.06 06:00 수정 2023.10.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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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기업 간 인력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인력 경쟁을 하는 기업 이미지.©픽사베이

국가핵심기술 분야 종사자의 경우 경쟁 업체 취업 및 우회 취업에 대한 전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소송이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이뤄진 판결은 아니지만, 향후 바이오헬스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박범석)는 3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퇴사자 A씨에 대한 전직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국가핵심기술인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과 관련한 업무를 약 13년간 수행했다. 퇴사자 A씨는 약정금을 받고 경쟁 업체로 이직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삼성디스플레이와 했다. 이후 A씨는 디스플레이와 관련 없는 회사로 이직했으나, 법원은 중국 경쟁 업체로의 우회 취업으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에서 “반드시 전직이 금지된 경쟁 업체에 취업한 경우에만 전직 금지 가처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A씨가 국가핵심기술 공정에서 근무함에 따라 경쟁 업체로 이직 시 경쟁 업체는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끊임없이 불거지는 인력 및 기술 유출과 밀접하게 연관된 판례가 나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 8월 국가전략기술 범위에 바이오의약품 관련 핵심기술 8개를 포함시켰다. 핵심기술에는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발굴·제조 기술 △바이오시밀러 제조·개량 기술 △바이오의약품 원료·제조 기술 △바이오의약품 부품·장비 설계·제조 기술 등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헬스 분야도 인력이 곧 기술력인 산업이기 때문에 해당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바이오헬스 분야에선 인력 쟁탈전이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이 문제로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DS·DP(원료·완제) 품질팀장과 완제의약품 사업부장 출신이다. 바이오시밀러 CDMO 사업의 핵심 부서로 꼽히는 곳에서 근무한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노하우를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유인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지속해서 발송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사업을 본격화하며 양사간 갈등은 더 고조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4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바이오 플랜트 건립을 위한 토지 매매 계약을 마쳤다. 해당 위치는 송도 11공구 KI20 블록(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418, 418-9)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부터 모든 제조소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제1 바이오 플랜트 초기 세팅이 시작되는 2024년도 하반기부턴 대규모 채용도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셀트리온과 송도 내 다른 바이오헬스 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 바이오 신약개발 기업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산업 특성상 기업의 기술과 그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이 기업의 가치를 좌지우지한다”면서 “기업 간 무분별한 인력 유인 경쟁보단, 전반적인 산업 상생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는 초기 세팅 이후 ICH 가이드라인과 규제기관의 GMP 기준에 의해 작업이 획일화되고, 이에 따라 더 좋은 조건의 기업으로 이직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 진다”면서 “사내 문화와 제도 개선을 통한 직원의 장기근속을 도모하는 등 기업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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