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한민국이 결핵 진단 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야 할 때
하신혜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아태지역 책임>
입력 2023.10.04 16:42 수정 2023.10.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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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들은 미국 뉴욕에서  지난  9월 22일 두번째로 개최하는 UN 결핵 고위급회의에 모였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결핵에 대해 논의하게 돼 매우 시의적절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의료 도구에 대한 접근성의 격차를 보여줌과 동시에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시간이기도 했다. 

결핵은 여전히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법정감염병이다.  해마다 1060만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160만명 가량이 사망한다.  결핵환자 3명 중  1명은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결핵은 많은 고소득 국가들과 기업들에 의해 도외시되는 질환 중 하나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고위급회의는 전 세계 지도자들이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한 좋은 기회가 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결핵 치료를 제공하는 비정부 기관 중 하나다.현재 41개국에서 60여개의 결핵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해마다 1만 7000여명의 결핵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각종 결핵 임상시험을 통해 국제 결핵 관리표준 변화에도 기여해왔다. 일례로 지난 2022년 WHO 결핵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새로운 내성결핵 약제의 임상시험을 주최한 기관이기도 하다.

결핵 고위험국가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높은 결핵 진단 비용이다. 현재 중저소득국가들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결핵 진단장비는 미국 워싱턴 DC 소재 다나허(Danaher) 기업이 소유한 진단기기업체 세피드(Cepheid)에서 제작하는 진엑스퍼트(GeneXpert)이다. TAG(Treatment Action Group)와 국경없는의사회가 202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진엑스퍼트 진단기술은 2억 5000만 달러가 넘는 공공자금을 받아 개발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아  공공의 접근성이 제한되고 있다. 진엑스퍼트 진단을 위해 필요한 진단 카트리지는 일반 결핵의 경우 개당 9.98달러,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의 경우 15달러에 달해 중저소득국가들에서 결핵 진단 프로그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가 수집한 자료들에 의하면 공공의 투자로 개발된 이 진엑스퍼트 진단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5달러 미만이다. 따라서  5달러에 카트리지를 판매해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은 결핵 진단을 위해 적정 가격의 두세배를 지불하고 있다. 

인도 뭄바이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결핵 진료소에서 9세 약제내성 결핵 환자 아동이 진료를 받는 모습   ©Atul Loke/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세피드에게 결핵 진단 카트리지의 가격을 5달러로 인하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 끝에 세피드는 지난 9월 19일 일반 결핵의 진단 카트리지를 7.97달러로 인하하기로 전격 발표하였지만 이러한 가격 인하를 위한 노력이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과 기타 다른 질병들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결핵 진단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보다 많은 진단업체들이 결핵 진단기술을 개발하여 경쟁을 높이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글로벌한 진단기기 업체들이 있으며 코로나 동안에도 진단 부문의 혁신과 발빠른 생산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더해 국제 보건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눈에 띈다. 5년 전 설립된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RIGHT 재단)은 국제 보건기술 연구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민관협력 기금이다. 불과 5년 만에 많은 연구 성과를 내서 오는 2027년까지 WHO 인증을 받아 중저소득국가에서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제품이 7개, 그 중 결핵진단 관련 기술만  2개나 된다. 이렇듯 글로벌 결핵시장에 새로운 진단기기들이 도입된다면 자연스럽게 세피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고 결핵진단 비용이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하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핵진단의 높은 가격에 더해 절대적인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아동 결핵 진단 부문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결핵 진단 기술은 객담을 검출해서 시행하게 되는데, 대부분의 아동은 객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보다 적은 박테리아 양으로도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검사보다 높은 민감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동의 결핵은 방사선 진단을 병행한 임상적 방법을 통한 진단이 주류인데, 대부분의 아동 결핵이 발생하는 지역들은 방사선 진단을 병행할 제반 여건이 되지 않는다.

WHO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결핵을 앓고 있는 아동의 60% 이상은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핵으로 사망하는 아동의 96%는 진단 및 치료를 받아보지도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아동의 80%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새로운 진단기법을 시도하고 WHO가 권고하는 진단 알고리즘을 도입해 아동의 결핵 진단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아동을 위한 진단기술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아동을 염두에 두고 객담 외의 방법으로 정확하게 결핵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기술이 시급하다.

결핵은 한국에 매우 익숙한 질병이다. 한국전쟁 이후 1965년 기록으로 보면 한국의 결핵 유병률은 인구 10만당 900이 넘었고, 1990년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인구 10만당 168명의 발생률을 기록해 오늘날의 일부 결핵 고위험국가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였다.  결핵은 더이상 예전과 같은 위협이 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OECD 결핵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결핵 진단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공공과 민간에서 결핵 진단 연구개발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으며, 특히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아동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결핵 진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입지에 있다. 지금까지는 전세계적으로 아동 결핵 환자를 위한 노력이 모든 방면에서 부족했다. 결핵의 위협을 직접 넘어서고, 코로나 팬데믹 동안에도 놀라운 진단기술을 통한 빠른 대응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 결핵 진단, 특히 아동의 결핵 진단 격차를 해소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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