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치매, 혈류량 변화 확인으로 진단 정확도 높인다
두 개 이상 원인으로 발병, 진단 어려워 ‘과소진단’ 경향 커
입력 2023.08.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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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혈류량 변화를 확인해 혼합형 치매를 진단하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예병석 교수, 강석우 강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뇌연구소 전세운 교수 연구팀은 뇌 혈류량의 증감에 따라, 알츠하이머치매와 루이소체치매가 동시에 발병하는 혼합형 치매를 진단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치매의 원인이 되는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병, 뇌혈관질환 등 50가지가 넘는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원인 질환이 같이 발생하는 것을 혼합형 치매라 한다. 주로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병이 동시에 발병한다.

혼합형 치매를 앓으면 하나의 원인 질환으로만 치매를 앓는 단독형 치매 환자보다 인지기능과 신체 기능의 저하 속도가 더 빠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 정도가 혼합형 치매를 앓지만, 대부분이 혼합형 치매가 아닌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는 것에 그친다. 루이소체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침착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치매는 뇌 속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여 측두엽 등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분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루이소체병은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뇌 안에 쌓이면서 신경세포를 공격해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키고 환시, 인지기능의 기복 등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 등록된 치매 환자 99명을 대상으로 PET 검사를 진행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과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로 인한 도파민 분비 저하가 뇌 혈류량 증감 및 치매 증상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두 단백질이 각기 다른 뇌 부위의 혈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은 내측두엽 혈류를 감소시켰고,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로 인한 도파민 기능 저하는 해마 혈류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혈류 변화는 특정한 증상을 야기했다. 내측두엽 혈류 감소는 기억력 저하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발생시켰다. 반면, 해마 부위 혈류 증가는 집중력, 시공간 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인지기능의 변동, 환시를 일으켰다.

연구팀은 각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들로 인해 발생하는 혈류량 변화 차이가 혼합형 치매 발병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병석 교수는 “혼합형 치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이 다양해 정확히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단독형 치매 환자보다 인지·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혼합형 치매 환자에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피인용지수 16.655)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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