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특집] HIV=만성질환…"금연, 선택 아닌 필수"
HIV 감염인 흡연율 비감염인의 2배…흡연, 에이즈보다 무서운 결과 가져와
입력 2023.07.31 06:00 수정 2023.09.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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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의 흡연은 폐암 발병율을 비감염인 대비 14배 높이고, 에이즈보다 폐암으로 사망할 활률을 10배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흡연을 표현한 이미지. © 픽사베이

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의 위험에 대한 큰 교훈을 남겼다. 코로나19가 등장하면서 한켠으로 밀려났지만 공중 보건을 오랜 동안 위협해 온 감염병이 있다. 바로 HIV다.  발견 초기만 해도 치료 방법이 없어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한 알의 치료제로 관리할 수 있고 예방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질환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여전하다. 물론 검사를 회피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의 그림자는 여전하고, 감염의 위험도 크다. 약업신문은 감염자에겐 올바른 관리법을 안내하고, 일반인에겐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HIV 특집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치료제의 발달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도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는 지금, HIV 감염인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흡연’이다.

만성질환이란 6개월에서 1년 이상 오랜 기간 지속되며 대게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을 의미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이 만성질환에 해당된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만성질환의 치료 목표는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조절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성질환 환자에게는 진료 현장에서 이뤄지는 약제 처방이나 치료 이외에도 건강 관리와 생활 습관 교정이 강조된다. 만성질환은 개인의 생활 습관과 양식, 환경적 요인, 사회·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개인의 생활습관 교정은 필수다.

HIV는 초기만 하더라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이하 ART)가 발전하면서 현재는 하루 한 알 복용으로 만성질환과 동일한 수준의 관리가 가능해졌다. 감염병이지만 만성질환의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실제로 HIV 감염인이 감염 초기인 적기에 진단, 치료를 받으면 비감염인과 비슷한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지에 따르면, HIV 치료제를 복용하는 20세 HIV 감염인의 기대 수명은 78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평균 기대수명인 80.5세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충남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연숙 교수는 “HIV는 더 이상 죽음을 기다리는 질환이 아닌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조절이 가능한 만성질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ART 치료만 받는다면 HIV는 에이즈로 진행되지 않고 비감염인과 유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한다는 전제 하에 에이즈보다는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질환 혹은 종양질환 같이 어떻게 관리해야 나갈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HIV 감염인에게도 조기 진단, 꾸준한 치료와 함께 건강관리, 생활습관 교정이 강조되고 있다.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신체 활동, 건강한 체중 유지는 HIV 감염 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의 기대 수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생활 습관이다. 특히 금연은 기대 수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HIV 감염인에게도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HIV 감염인에게 흡연은 치료 관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감염인의 흡연율은 비감염인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HIV 감염인 커뮤니티 ‘러브포원’의 2022년 감염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99명 중 41.7%가 ‘평소 흡연을 한다’고 응답했고 7%는 흡연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최신 국가 통계자료에서 국민 현재흡연율 표준화 값이 19.3%인 것을 고려했을 때 국내 HIV 감염인의 흡연율은 비감염인 성인 인구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2023년 진행된 러브포원의 HIV 감염인 대상 금연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18명 중 117명이 흡연 중이거나 흡연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한 것을 감안하면, HIV 감염인구가 비감염인보다 높은 비율로 흡연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높은 흡연율 배경에는 HIV 감염인이 스스로 갖고 있는 HIV나 에이즈에 대한 질환 인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조사에선 HIV 감염인은 ‘결국 에이즈로 인해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금연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사에선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흡연을 시작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32.2%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 교수는 “HIV 감염인의 흡연율이 높은 것은 결국 사회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차별과 소외감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HIV는 일상생활로는 전파되지 않으며 치료제만 거르지 않고 꾸준히 복용해 바이러스를 완전히 억제한다면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HIV 감염인에게 흡연은 비감염인에 비해 더욱 치명적이다. 미국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HIV 감염인의 폐암 발병 위험은 비감염인에 비해 14배 높다. 치료받더라도 흡연하는 40세 이상 남성 HIV 감염인은 에이즈보다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0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흡연은 수많은 질환을 유발하는 만큼 수명도 줄인다. 치료제를 꾸준히 잘 복용하는 경우 에이즈로 인한 사망 위험이 감소하지만 흡연하는 경우에는 8년 이상의 기대수명을 잃는다. 흡연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HIV 감염인의 주요 사망 원인이자 감염인과 비감염인 사이의 생존 격차를 벌리는 가장 영향이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행스럽게도 흡연 경험이 있더라도 금연을 시작하면 건강은 회복된다. 미국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흡연하던 40세 HIV 감염인이 ART 치료와 함께 금연을 시작할 경우 수명이 4.6~5.7년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연은 폐암을 포함해 최소 12가지 유형의 암 발생 위험을 낮추고 발기부전 가능성도 감소시킨다.

김 교수는 “HIV 감염인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HIV 치료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감염인 스스로도 생활습관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흡연을 지속한다면  ART 치료의 의미가 저하된다”고 강조했다. ART 치료를 받더라도 흡연을 하면 다른 만성질환 혹은 종양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하거나 기대 수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HIV는 일상생활로 전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만 꾸준히 복용한다면  자연 수명을 누릴 수 있다”면서 “스스로도 감염 사실에 낙담하기보다는 흡연자들의 경우 필수적으로 금연을 시작하고 본인의 건강 관리에 더욱 힘쓰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연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해오고 있다. ‘보건소 금연 클리닉’에 등록 후 금연 결심일로부터 6개월간 9회 차 상담 서비스가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제공된다. 현재 흡연자에 한해 1일 흡연량 및 니코틴 의존도 수준에 따라 1인당 니코틴 보조제를 연간 12주분 이내로 제공하고 있다.

전국 17개 지역금연지원센터에서 진행되는 4박 5일 캠프형 금연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보건소 방문이 어려운 학생, 직장인, 노인 등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금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찾아가는 금연 클리닉’ 또한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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