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특집] 죽음의 병에서 벗어난 HIV…치료만 받으면 전파력도 '0'
최재필 교수, 하루에 한 알 'ART'로 만성질환처럼 평생 관리
입력 2023.06.30 06:00 수정 2023.09.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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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은 지난 26 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HIV의 신속·장기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사회적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약업신문 

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의 위험에 대한 큰 교훈을 남겼다. 코로나19가 등장하면서 한켠으로 밀려났지만 공중 보건을 오랜 동안 위협해 온 감염병이 있다. 바로 HIV다.  발견 초기만 해도 치료 방법이 없어 ‘죽음의 병’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하루 한 알의 치료제로 관리할 수 있고 예방까지 가능하다. 그럼에도 질환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여전하다. 물론 검사를 회피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죽음의 그림자는 여전하고, 감염의 위험도 크다. 약업신문은 감염자에겐 올바른 관리법을 안내하고, 일반인에겐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HIV 특집을 6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에이즈란 단어는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정작 에이즈를 야기하는 ‘HIV’는 낯설 수 있다. 에이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이하 HIV) 에 감염 후 진단이 늦거나 적절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이하 ART)를 시행하지 않아 질병이 진행된 상태를 의미한다.

ART의 발전으로 HIV 감염은 진단 후 치료를 통해 에이즈로의 발전을 막고, HIV 감염 상태에서 일종의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하루 한 알 치료제 복용을 통해 평생 관리가 가능해지고 전파력이 ‘0’이 된다는 것.

오랜 기간 HIV 치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신속 치료(Rapid Initiation of Treatment, RapIT)’에 더해 ‘장기 치료’ 또한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더 나아가 HIV에 감염된 후 질병이 진행되기 이전에 빠르게 치료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당일 치료’ 개념도 나왔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후천성면역결핍증관리 국내 에이즈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국내 HIV 감염인 수는 975명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20대(36.1%)와 30대(30.1%)로 나타났다.

이들이 복약 지도에 따라 꾸준히 HIV 치료를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50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치료제를 오랜 기간 복용해도 내성 발생이 없고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지속되는 치료법이 중요해졌다.

약업닷컴은 지난 26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의료원 내 도서관에서 이 병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에게 국내외 HIV 치료 현황과 치료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HIV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린다.

HIV는 특정한 체액을 통해 체내 들어올 수 있는 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과거에는 땀, 눈물, 소변 등을 포함한 모든 체액을 통해 HIV가 전파될 수 있다는 오해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ART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고농도로 존재하는 혈액, 정액, 질액, 모유 등 특정 체액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HIV가 체내 들어오면 면역을 관장하는 특정 세포인 CD4 세포를 공격한다. HIV 감염 상태가 심해지면서 CD4 세포수가 줄어들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면역이 저하된다. 이러한 상태가 8-10년 정도 지속되면 면역이 극도로 떨어져 체내에 있던 세균이나 기타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다른 감염병이나 암을 일으키는 상태로 변한다.

이를 흔히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라고 부르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이다. 즉 HIV와 에이즈는 다른 개념이다. HIV 감염 후 진단이 늦어졌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감염 상태가 진행돼 면역 체계가 악화된 상태가 에이즈다.

Q. 그렇다면 HIV에 감염이 됐더라도 ART를 받는다면 전파력이 없어지는 것인지?

그렇다. 기본적으로 치료받는 상태에선 체내 바이러스 수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2016년 발표된 몇 가지 연구를 통해 패러다임이 뒤바뀌었다. HPTN 052 연구, Opposites Attract 연구, PARTNER1 연구, PARTNER2 연구 등 4가지 대규모 연구 결과를 통해 HIV 분야에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개념이 등장했다.

U=U는 ‘검출 불가=전파 불가’라는 의미다. 즉 적절한 ART를 통해 체내 HIV가 검출이 불가한 수준으로 떨어져 유지된다면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도 불가하다는 의미다.

HPTN 052 연구 결과, 발견 즉시 치료에 돌입하는 것이 치료를 미루는 것보다 치료 성적이 압도적으로 좋을 뿐 아니라 감염인의 파트너에게 전파되는 비율도 96%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진행된 3가지 커플 관찰 연구에서도 HIV치료제를 6개월 이상 먹고 혈중 바이러스 수치 200 copies/ml 미만을 유지하는 상태에선 파트너에게 HIV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1건도 없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ART를 받더라도 바이러스가 줄어서 전파 위험이 줄어든다는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연구들을 통해 전파 위험이 줄어드는 정도를 넘어서 전파가 안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Q. 국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HIV 환자들의 전파력은 어느정도 인지?

국내에선 바이러스 미검출 수준을 혈중 바이러스 수치 20-40copies/ml 정도로 보고 있다.

국내 28개 의료기관이 포함된 HIV 감염인 상담사업에는 전체 감염인의 약 60%가 포함돼 있다. 약 1만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을 관찰 분석한 결과 96%가 미검출 수준으로 확인됐다.

치료받고 있는 국내 HIV 감염인은 말 그대로 대다수가 바이러스 검출이 안 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담사업에 포함된 전체 HIV 감염인 중에는 아직 복약 기간이 6개월 수준이 안된 신규 감염인도 있을 것이고 극히 일부는 치료제를 잘 복용하지 못하는 감염인도 있을 수 있다. 감염 사실을 인지하고 치료제를 복용하는 감염인은 대부분 미검출 수준이고, 이들은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Q. 과거에 비해 HIV 전파력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큰 변화에는 치료제 발전도 영향이 컸다고 본다. 과거에는 다제복합요법(multi-tablet regimens, MTR)이라고 해서 하루에도 치료제를 여러 알 복용해야 했다. 2004년 무렵에는 크릭시반(인디나비르)이라는 치료제를 사용했는데 해당 약제는 8시간 간격으로 2캡슐씩 복용했다.

즉 하루에 2캡슐씩 3번, 총 6알을 복용했다. 이 약제는 복용 알약 수도 많지만 신장 결석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어 다량의 물을 마시도록 환자에게 권고했다. 이렇듯 약을 먹기도 힘들고 먹더라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내성이 잘 생기는 문제가 있어 치료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치료제들을 통해 이런 어려움이 해소됐다. 통합효소억제제(integrase strand transfer inhibitors, InSTI) 계열의 약제다. 바이러스는 통상 사람의DNA 안에 삽입되어 있다가 나오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데 InSTI는 바이러스가 DNA 안에 끼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기전이다. 현재는 InSTI도 2세대까지 개발돼 치료 성적이 상당히 좋아졌다. 현재 치료제는 과거 MTR에서 단일정 복합제(single-tablet regimens, STR)로 변화돼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

Q. HIV 치료가 늦어져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는 무엇이 있나?

대표적으로 폐렴이 있다. 보통 청소년기에 체내 균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문제가 없다. HIV에 감염된 이후 치료를 진행하지 않으면 면역이 떨어지고 균이 증식, 활성화돼 폐포자충폐렴이 발생한다. 폐포자충폐렴은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폐렴이다.

거대세포 바이러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해당 바이러스에 항체가 있다. 다만 HIV 감염인은 치료가 늦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망막염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실명에 이른다. 톡소플라스마라는 기생충이 있는데 이 역시 HIV 감염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결핵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결핵 발병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OECD) 1위에 오를 만큼 결핵 환자가 많다. 통상 결핵균이 체내 들어와도 평생 결핵에 걸릴 확률은 10% 정도다.  HIV 감염인은 평생이 아닌 매년 10%의 결핵 위험을 가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HIV 감염인에겐 결핵이 흔하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과장. © 약업신문

Q. HIV 진단 후 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주기적인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만큼이나 진단의 역할과 중요성이 크다고 본다. HIV는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해선 빨리 검사 받고 조기에 진단되는 것이 중요하다.

HIV 감염이 발견된 즉시 하루에 치료제 한 알로 치료해 면역 상태가 저하되지 않은 상태를 유지시킨다. 과거에는 치료제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상당히 오랜 시간 상담하고 치료제 복용을 설득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치료제 부작용이 줄어들고 치료 효과도 빠르고 우수하게 나타난다.

치료는 검사를 통해 현재 체내 바이러스와 면역세포 수치 등을 알려준 후 시작한다. 처음 치료제를 복용한 후 3-4개월 이내에 대부분 바이러스가 미검출 상태로 떨어진다. 이 시점부터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1년에 3-4번 정도만 내원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검사를 시행한 후 치료제를 처방한다.

Q. 현재 많이 처방하고 있는 HIV 치료제는? 처방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요소가 있다면?

빅타비(빅테그라비르 50mg/엠트리시타빈 200mg/테노포비르알라페나미드 25mg)와 트리멕(돌루테그라비르 50mg/아바카비르 700mg/라미부딘 300mg), 도바토(성분명: 돌루테그라비르 50mg/라미부딘 300mg) 등을 주로 처방한다. 모두 InSTI 기반한 STR이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결국 환자가 치료제를 꾸준히 잘 먹을 수 있는지 여부다. 내약성이 나타나는지 특정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게 될지 등을 살펴 처방한다. 어떤 환자들은 치료제를 삼키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알약 크기가 크면 목 넘김이 힘들 수 있다. STR인 만큼 한 알에 여러 성분이 포함돼 알약 크기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빅타비의 경우 STR 중 알약 크기가 제일 작다. 장기적으로 치료를 유지하기 위해선 내성 위험도 적어야 하며 아무래도 장기 데이터가 있는 치료제를 선행 사용한다.

신속 치료가 가능한 옵션인지도 처방에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신속 치료를 강조하며 진단된 당일에라도 치료에 돌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IV와 B형 간염이 동시 감염된 경우가 많진 않지만 동시 감염된 환자나 다른 동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도 처방이 가능한지 여부도 중요하다.

Q. HIV 치료제의 장기복용, 안전한가?

빅타비가 발표한 5년 데이터를 살펴보면, 안전성이 우수했다. 5년 동안 환자가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 약물을 중단한 사례는 1.6%에 그쳤다. 그 중에서 약물과 관련성이 있는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사례는 0.8% 수준이었다.

통상 HIV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우려할 수 있는 부작용에는 콜레스테롤 증가, 골다공증, 신장기능 저하 등이 있다. 빅타비 5년 데이터에선 이러한 부작용에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줘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빅타비는 3가지 성분 중 2세대 InSTI인 빅테그라비르를 포함하고 있는데 2세대 InSTI 약제들은 체중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HIV 치료 과정에서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치료제의 부작용일 수도 있고 감염으로 인해 체중이 감소했다가 치료하는 과정에서 신체가 건강을 찾고 정상화되는 반응일 수도 있다. 체중 증가는 빅테그라비르만의 이상 반응은 아니고 2세대 InSTI 전반의 영향을 보인다. 향후에도 관찰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빅타비의 5년 데이터는 빅타비만의 데이터로 보지 않는다. HIV 치료 발전에 따른 감염인들 치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항암 분야에서 5년 생존율을 평가하듯 HIV 치료에서도 치료제를 5년 동안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내성과 안전성 등 문제없이 바이러스를 꾸준히 잘 억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국내에선 HIV감염의 원인이 동성애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씌워져 있다. 동성애와 에이즈가 마치 원인과 결과로 엮여 혐오와 차별의 감정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대다수의 감염인들이 평생 U=U인 상태로 전파시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HIV 감염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은 멈춰야 한다. 사회적 통념도 바뀌어야 한다. 의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HIV 감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확한 정보가 알려져야 하고 이를 사회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U=U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HIV에 감염됐다면 두려움을 이기고 빨리 검사와 치료를 받기를  당부 드린다. 결국 검사나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환자들의 두려움에 있다고 본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두려움, 타인 전파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시선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현장에서 입증된 좋은 치료제들을 통해 건강을 챙기고, 전파력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아프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파하기 전에 서둘러 치료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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