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특별기고] 마약 중독의 시작, Empire of Pain을 읽고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저자 이덕근 약사 미국의 현재 마약 중독 실상 소상히 알려.
입력 2023.04.20 15:26 수정 2023.04.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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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의 시작 Empire of Pain을 읽고
                                                                                                                 

미국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 가까이에는 Arthur M. Sackler Gallery가 있다. 전세계 수 십개의  Sackler미술관, 박물관중에 아직 Sackler 의 이름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Sackler미술관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Sackler미술관, 박물관은 왜 그렇게 사라졌을까? 
 

현재 미국에서는 하루에 130여명이 마약 오남용으로 사망한다. 교통사고, 총기사고 사망자 숫자보다 더 많다고 한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마약 오남용의 모습들, 즉 약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Snort방법, 숟가락에 약을 라이터 불로 녹여 식힌 후 정맥으로 투여하는 장면등, 약의 빠른 흡수를 목적으로 하는 방법들이 널리 통용된 건 1996 년 OxyContin이 발매된 이후의 일이다. 

 

OxyContin은  마약 진통제인  Oycodone의 서방형 제제로  매 4~6 시간 마다 투여해야하는 Oycodone보다 진통효과가 12 시간 지속된다고 제약회사에서 주장한 약이다. OxyContin은 지금은 없어진 Perdue제약회사에서 개발된 약으로 10 mg, 20 mg, 40 mg, 80 mg, 심지어 160 mg의 용량으로도 발매되었다. 이런 OxyContin이 미국인의 마약 오남용에 기여한 바는 크게 3가지다. 
 

1. Perdue사는 그 전에 주로 암환자등 Terminal illness 에만  적용 되던 마약 진통제 적응증을 일반 통증 환자들에게도 적용가능한 길을 열어 놓았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 뿐 아니라 관절염 환자, 부상에 의한 통증에 시달리던 환자, 근육통, 심지어 치과의사들도 치통에 마약을 처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이 과정에 FDA 심사관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          
 

2. Perdue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미 전역의 의사들이 앞다퉈 이 약을 처방하도록 유도하였다. OxyContin은 서방형이라 매우 소량씩 체내에서 분비되므로 중독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며 세미나등을 통해 의사들을 설득하였으며, 한편으로는 세일즈맨들에게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의사들이 다량의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권유하였다.  
 

3. 하지만 OxyContin은 비교적 고용량이므로 중독이 되기가 쉬웠고 기존의 Oycodone 최고 용량이 30mg인데 반해  OxyContin의 최고 용량은 무려160mg 이어서 중독자들이 남용하기에도 편리했다. 
 

OxyContin에 의한 마약중독이 점차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그에 따른 소송등이 회사로 몰려 오자 Perdue사는 뒤늦게 OxyContin의 formulation을 쉽게 깨지지 않는 조성으로 바꿨다. 그로인해  OxyContin 의 가루를 임의로 만들 수 없게 만들어 코로 흡수하거나 액제로 만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OxyContin으로 인한 마약 중독자들은 이제 OxyContin을 버리고 헤로인으로 옮겨갔다. 그로 인해 헤로인이 대세 마약이 되었고 마약 암시장이 번창하기 시작하였다. 이 후 코카인, 펜타닐등으로 옮겨 가며 OxyContin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퍼진 마약중독은 미국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OxyContin을 개발한 Perdue사를 경영한 사람들은 Sackler  family 였다. 그들은 선대로부터 이어온  막강한 투자자금과 마케팅전략으로 OxyContin을 블록버스터로 만들어 매년 수 억달러의 수익을 챙겼다. 2001년과 2002년에는 무려 1400만개의 처방전이 발행되어 3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오남용과 약물 과다 투여로 인한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가족들의 소송으로 회사는 결국 계획 파산 하였지만 막대한 자금으로 고용한 변호사들 덕분에 자신들의 개인 재산은 지킬 수 있었다.
 

Sackler family는 돈을 번 후 명예도 샀다. 막대한 돈을 세계 여러 나라 박물관이나 미술관등에 기부하고 Sackler Wing, Sackler Gallery 등의 이름을 거기에 새겼다. 하지만 그들의 마약 마케팅의 기만적인 행태가 세상에 알려지고 OxyContin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들, 이 약으로 중독되었다가 회복된 운동가들의 거센 활동으로 그들의 이름은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에서 내려졌다. 
 

현재 미국은 마약의 천국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작용인  호흡곤란으로 뇌에 산소 공급이 안 된 사람들이 얼굴이 파랗게 변해 하루에도 수백명씩 죽어가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켄팅톤 거리등에서는 대놓고 마약 거래와 투여가 이루어지고 있고 마약에 취한 중독자들이 좀비처럼 걸어다니고 있다. 현재 미국의 마약 문제가 모두 OxyConti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시작점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현재, 미국은 마약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과 조제 전에 Prescription monitoring 시스템을 도입하여 중복 처방이나 과다처방등을 방지하고 있다. 과량투여로 인한 위험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해독제 Narcan Nasal Spray의 보급도 광범하게 추진하고 있다. Narcan은 약국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신분증 확인없이 이름과 주소만 대면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신분 노출의 걱정으로 해독제를 구입을 꺼려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미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중독 치료제  Suboxone투여로 의존성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으로 미국의 마약 중독문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겪이지만 그래도 이런 방법들을 통해 옥시콘틴으로부터 시작된 합법적인 오남용의 방지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없질러진 물을 주어 담기에는 많이 벅차 보인다. 마약 암거래의 시장이 상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이 책(Empire of Pain)을 쓴 Patrick Radden Keefe는 The New Yorker의 기자이며 New York Times에서 출간한 베스트셀러들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Sackler Family대한 검찰기록들을 참조하여 쓴 것이다. 작가는 OxyContin에 의한 미국의 마약 중독 사태를 Sackler Family의 가족사를 펼쳐가면서 기술하고 있다.  1대 Author Sackler부터 시작된 공격적인 제약 마케팅이 어떻게 해서 2대 Richard Sackler의  Perdue사에 의한 OxyContin 마케팅에 접목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부정한 일들이 저질러졌는지 낱낱히 밝히고 있다. 그로인해 이 책은 현재 마약중독에 시름을 앓고 있는 미국 사회에 따끔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필자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 dugkeun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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