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세포독성항암제(화학항암제)로 시작해,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 항암제는 발전을 거듭하며 암 환자에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주고 있다. 이제는 더 정확하고 정밀한 항암제 ADC가 3세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ADC 시장은 2026년까지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빅파마와 국내 굴지 대기업은 이미 ADC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우수한 ADC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유망 기업을 시리즈로 만나본다. <편집자 주>
"ADC는 현재 글로벌 신약개발, 특히 항암제 분야를 단연 선도하고 있고, 향후 ADC 영향력은 더 막강해 질 것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위치 특이적인 접합 기술과 차세대 링커 기술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ADC 분야를 구축하고 있다. 조 단위 기술이전 성과들은 레고켐의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고, 임상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레고켐의 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정철웅 연구소장.
전 세계적으로 ADC 열풍이 거세다. 열풍을 넘어 태풍급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ADC 기술 확보에 나섰고, 국내에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가 연이은 라이선스 아웃 잭팟을 터트리고 있다.
ADC는 '항체(Antibody)'와 '세포독성 항암화학 약물(Cytotoxic Chemo Payload)', 이 둘을 접합하는 '링커(Linker)'까지 세 가지 물질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ADC는 특정 항원에 결합해 엔도시토시스(Endocytosis, 세포 내로 들어오는 작용)에 의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엔도좀과 리소좀 내에서 효소적으로 분해된다. 이때 항암약물(Cytotoxic Chemo Payload)이 떨어져 나와 세포 내 타깃 DNA와 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항암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다.
ADC 기술을 이용하면 항체가 정상세포에 약물 작용을 나타내는 것을 저해해, 치료지수를 높일 수 있다. 즉, 강력한 항암효과를 내면서 정상세포 손상은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ADC는 기존 항암제의 가장 큰 한계를 완벽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세로 올라섰고, 향후 몇십 년간 대세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레고켐은 지난 1월 기준 9건의 라이선스 아웃 및 공동연구 개발을 맺었다. 지난해 국내 기술거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기업도 레고켐이다. 레고켐은 지난해 12월 23일 암젠(Amgen)과 1조6050억원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지난 2021년 12월 익수다(Iksuda Therapeutics)와 1조1800억원 규모의 계약을, 같은 해 11월 소티오(SOTIO Biotech)와 1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거래를 맺으며 국내 ADC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약업닷컴(약업신문)은 대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본사에서 정철웅 연구소장과 만나 레고켐 ADC 플랫폼의 차별점과 레고켐의 성공요인에 대한 의견을 전해 들었다.
ADC 플랫폼 'ConjuALL(콘쥬올)' 소개와 차별점은.
ConjuALL 플랫폼은 1세대 ADC 기술의 무작위 접합(Random Conjugation) 방식을 위치 특이적 접합(Site Specific Conjugation)으로 바꿔, 기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ConjuALL 기술의 시발점이다.
레고켐은 ADC 개발에서 페이로드(Payload)의 위치 특이적인 접합을 이루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고, 혈중에서 안정적인 절단 링커(Cleavable linker)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접합 방법'과 '개선된 링커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ConjuALL 링커는 암세포 내 리소좀(Lysosomes)에 과발현되는 베타-글루쿠론산분해효소(β-glucuronidase)의 의해서 절단되는 것이 특징인데, 베타-글루쿠론산분해효소는 정상 조직에서 낮은 발현으로 통상적으로 비특이적 절단에 의한 체내에서 독성을 거의 나타내지 않는다. 1세대 ADC 기술인 무작위 접합 방식은 기존 항체에 있던 시퀀스(Sequence)를 그대로 활용했기 때문에, 항체의 한 군데만 특정적으로 링커 및 페이로드를 붙일 수 없었다.
△ConjuALL 링커 플랫폼.(자료=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이와 달리 레고켐은 'Caax Sequence'라는 파르네실 전달효소(Farnesyl transferase)에서 인식될 수 있는 시퀀스를 항체의 라이트체인(Light chain)이나 헤비체인(Heavy chain) 끝에 접목시킬 수 있는 펩타이드 시퀀스를 항체 붙였다. 이 시퀀스에 의해서 파네실(Farnesyl)이라는 이소프레노이드(Isoprenoid)가 생체 내에서 컨쥬게이션되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이 이소프레노이드를 화학적인 변형을 통해서 링크 톡신이 화학반응을 통해서 반응할 수 있도록 반응기를 붙인 다음 효소를 통해 항체에 붙였다. 이에 따라 기존 항체에는 없었던 새로운 반응기가 생기게 되고, 이후 케미컬 반응에 따라서 링크 톡신이 위치 특이적으로 접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레고켐은 여기서 더 나아가 기존 알려진 링커 그대로를 접합시키지 않고 링커 기술을 개선해 더 효율적으로 암세포에서 끊어지도록 했고, 혈중에서 좀 더 안정성(Stability)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이러한 특징이 레고켐 ConjuALL 플랫폼의 차별점과 경쟁력으로 통하고 있다.
글로벌 ADC 기업과 비교했을 때, ConjuALL 경쟁력은.
ConjuALL 플랫폼의 경쟁력은 1세대 ADC 대표 기업인 시애틀제네틱스(Seattle Genetics)와 이뮤노젠(ImmunoGen)의 ADC 기술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대표적인 1세대 ADC 기업으로 특히 시애틀제네틱스의 밸류는 30조원에서 최대 50조원까지 평가되고 있다.
ADC는 항체 하나당 페이로드(Payload)의 접합 개수를 나타내는 DAR(Drug Antibody Ratio)이 ADC의 효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무작위 접합 방식인 1세대 ADC와 위치 특이적 접합 방식인 차세대 ADC 기술에서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수 있다. 1세대 ADC의 DAR이 2면 이는 평균 2를 나타낸다. 전체 생산 배치 내에 ADC의 페이로드가 한 개가 붙어있는 것이 있을 수 있고, 또는 여덟 개가 붙어있는 것이 일부 섞여 있을 수 있다. 이는 항체에 페이로드가 몇 개가 접합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으로, 품질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약품에서 일관적인 품질은 매우 중요하다. ADC마다 페이로드 개수가 다르면 해당 ADC의 PK부터 효능, 독성까지 전체적인 의약품 품질이 달라진다. 특히 생산 배치마다 ADC의 DAR이 다른 것은 무작위 접합 기반의 수많은 ADC가 임상시험에서 독성으로 실패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onjuALL 특징.
특히 이미 승인된 ADC와 현재도 널리 사용 중인 시스테인(Cysteine)을 이용해 페이로드를 접합시키는 경우에는 항체 구조에서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s)이 중요하다. 항체에서 이황화 결합을 끊고 페이로드를 붙일 때, 접합되는 페이로드의 개수가 일정하지 않고 또한 이황화 결합은 불안정해지고, 본래 항체 구조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는 혈중에서 ADC가 안정적이지 못하며, 라이트체인과 헤비체인이 떨어져 나가는 안정성 문제를 일으킨다.
이와 달리 레고켐 ADC는 DAR 2면 항체에 2개의 페이로드가, DAR 4면 4개의 페이로드가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개수가 접합된다. 이러한 명확한 위치 특이성은 전체적인 ADC 안정성을 높이며, 혈중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 ADC의 강점인 적은 부작용과 강력한 효능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우수한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ConjuALL의 우수성이 증명된 데이터는.
레고켐 ADC는 시애틀제네틱스 ADC보다 높은 안정성을 나타내며, 암세포 내 약물 방출 속도는 두 배가량 빠르다는 것이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시애틀제네틱스가 지난 2016년 발표한 ADC 안정성 연구결과와 레고켐 ADC 안전성을 비교했을 때, 레고켐 ADC의 안정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공동연구 진행 중인 빅파마는 레고켐 ADC의 암세포 내에서 시간대별로 방출하는 약물 속도를 분석했고, 해당 결과에서도 시애틀제네틱스 ADC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약물 방출 속도를 확인했다.
아울러 레고켐은 ADC를 포함한 모든 약물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내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서로 다른 기전(MoA)을 나타내는 2개의 페이로드를 항체에 접합시킨 하이브리드 형태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 해당 ADC 파이프라인은 전임상시험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분야에서 전례 없는 기술이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레고켐 ADC의 우수성이 글로벌 빅파마가 검증한 시험에서도 동일하게 증명(재현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레고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에서 레고켐의 ADC 링커에 대한 심층 분석을 진행했다.
해당 기업은 글로벌에서 ADC 링커 기술로 인정받은 기업들과 레고켐의 ADC를 비교했고, 레고켐의 ADC가 혈중에서 더 높은 안정성과 항종양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들은 레고켐 ADC가 다른 ADC보다 적은 페이로드를 접합했음에도 더 강력한 효능을 보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는 ADC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암세포까지의 효과적인 전달과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공격한다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 빅파마로부터 ADC 기술을 인정받으며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후, 익수다를 포함해 여러 ADC 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이를 통해 많은 기술이전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레고켐 기술거래 현황.(2023년 1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