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탁 분야 연구개발이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후보물질이 하나둘씩 임상시험에 진입하면서, 프로탁이 항암제 신약의 새 지평을 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PROTAC(프로탁)은 단백질 분해 표적 키메라를 가리키는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 기술을 통칭하는 용어로 '대일밴드'와 같이 고유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정확하게는 미국 아르비나스(Arvinas)의 TPD 플랫폼 기술 명칭이 PROTAC이다.
PROTAC(TPD)은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또는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표적해, 이를 제거하거나 비활성 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즉,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캐스9(CRISPER/Cas9) 또는 ADC(A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접합체)와 같이 목표물을 선택적으로 변경, 제거, 타깃해 최종적으로 질병을 치료 또는 발현을 방지하는 신개념 신약개발 기술이다.
△PROTAC-DB 1.0과 2.0의 데이터 통계.(출처: Weng et al., Nucleic Acids Res. 2022 및 BRIC 권기문 박사)
프로탁 연구개발은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에 따르면 프로탁 관련 연구개발은 2021년 기준, 약 808개로 집계됐다.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프로탁 연구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ROTAC에 대한 구조 및 실험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는 온라인 'PROTAC-DB'는 급격하게 증가하는 데이터에 맞춰 버전 1.0에 이어 버전 2.0을 내놨다.
윙 가오치(Gaoqi Weng) 중국 절강대학교 약학대학 의학인공지능혁신연구소(Innovation Institut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in Medicine of Zhejiang University, College of Pharmaceutical Sciences) 교수는 지난해 10월 27일 PROTAC-DB 2.0을 기반으로 한 프로탁 연구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그는 “PROTAC은 독특한 메커니즘과 유망성을 가지고 있어, 신약개발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며 “많은 연구자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프로탁 기술은 상당한 발전을 이뤘고,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PROTAC 수는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버전 2.0 데이터베이스에서는 프로탁은 총 3270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0년 10월 3일 버전 1.0에서 집계한 1662개에서 약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는 프로탁이 신약개발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인 것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글로벌 빅파마 화이자는 지난 2021년 프로탁 분야에 선두기업인 아르비나스의 파이프라인 ARV-471에 10억 달러(1조3000억원)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투자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아울러 버전 2.0 데이터베이스에서는 Linker(링커)는 1501개 등록됐고, 타깃 단백질 결합 Ligand는 365개, E3 ligase 결합 Ligand는 82개로 집계됐다.
△임상시험 진행 및 IND 중인 PROTAC 현황.
한편 프로탁 기반 신약후보물질들이 임상시험 진입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임상개발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19년 2건의 프로탁 기반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진입했고, 2022년 기준 15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됐다.
아르비나스는 지난 2019년 전 세계 최초로 프로탁 기반 파이프라인 안드로겐 수용체(Androgen Receptor, AR)를 타깃하는 'ARV-110'과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ER)를 타깃하는 'ARV-471'를 임상시험에 진입시켰다. 아르비나스는 ARV-110의 임상 1상을 통해 PROTAC이 사람에게서 목적에 맞게 작용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ARV-110은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etastatic Castration-resistant Prostate Cancer, mCRPC) 환자에게서 타깃 단백질인 AR을 적절하게 분해시켰다. 또한 전립선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의 감소도 나타내, ARV-110의 항종양 활성 작용이 입증됐다.
또 ARV-471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ER+/HER2-유방암(Locally Advanced or Metastatic ER+/HER2-breast cancer) 환자에게서 강력한 ER 분해를 나타냈다. 특히 ARV-471은 완전관해(CR), 부분관해(PR), 24주 이상의 안정병변(SD)를 합산한 임상적유익성(CBR)이 40%로 나타났고, 환자 47명 중 3명에서 PR이 확인됐다.
연구진들은 임상시험에서 프로탁의 항종양 효능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기전의 신약개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러나 2022년 11월 21일 공개된 ARV-471 임상 2상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ARV-471의 임상 2상에서 부분관해는 전체 71명 중 2명이었으며, 완전관해가 확인된 환자는 없었다. 특히 객관적반응률(ORR)은 2.8% 정도로 매우 낮았다.
아르나비스는 성명을 통해 “임상 2상의 1차 평가변수(Primary Endpoint)인 CBR는 임상 1상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아르나비스의 ARV-471이 임상 3상에서 현재 사용되는 다른 약제보다 우수한 결과가 나와야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외 사노피가 투자한 키메라(Kymera)의 IRAK4 PROTAC인 'KT-474'도 임상에서 작용기전(MoA)과 개념을 입증(PoC)했다. KT-474는 임상 1상에서 IRAK4(Interleukin-1 Receptor-associated Kinase 4, 암 발생 관여 단백질)의 분해와 주요 사이토카인의 저해를 나타냈다.
여기에 BMS(Bristol Myers Squibb), 누릭스 테라퓨틱스(Nurix Therapeutics), C4 테라퓨틱스(C4 Therapeutics) 등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권기문 박사는 “향후 프로탁 관련 임상시험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임상에서 프로탁의 가능성이 증명됨에 따라 비임상 수준에서 연구 중인 기업도 임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프로탁 개발은 E3 유비퀴틴 리가아제 효소(Ubiquitin Ligase Enzyme)인 CRL4CRBN (CUL4-DDB1-RBX1-Cereblon)의 기질 수용체 구성인자인 세레블론(Cereblon, CRBN)을 이용해, E3 ligase를 결합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돼 왔다”며 “앞으로는 기존 방식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프로탁 개발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프로탁 기반 신약의 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