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붙여넣기 '오가노이드'…①내 조직으로 미리 임상시험을?
개인 조직 유래 오가노이드, 나에게 딱 맞는 치료제 발굴 시대 열다
입력 2023.01.27 06:00 수정 2023.02.0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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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신약개발 성공률은 되레 감소하고 있다. 이는 인간에게 곧바로 신약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점과 일차 실험 대상인 동물과 인간의 종간 차이, 개인별 유전과 질환 특성 등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이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오가노이드가 각광받고 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는 최근 김민서 넥스트앤바이오 책임연구원(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겸임교수)의 ‘맞춤형 오가노이드 기반 정밀 의료 플랫폼’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엔 오가노이드가 환자 아바타 모델로서의 가능성과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 스크리닝 연구 결과 등이 담겼다. 
 
오가노이드는 배아줄기세포 또는 성체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인체 외에서 만들어진 3차원 조직 모사체를 말한다. 사람의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제작된 오가노이드는 인체 장기의 기능을 나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암 또는 다양한 질환이 유발되거나 특성을 띠는 조직 모사체로도 제작될 수 있다. 
 
즉, 오가노이드는 현재 나의 장기를 완벽히 복사해 낼 수는 없지만, 내 장기의 작은 부분(조직) 정도는 복사해 낼 수 있다는 것. 이러한 특성에 따라 오가노이드는 질병 치료와 의약품 개발 등, 의약학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Hydroplate plate 기술을 이용헤 배양한 표준화된 오가노이드.(출처: BRIC,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 기반 정밀 의료 플랫폼' 보고서)
 
김 연구원은 “오가노이드는 많은 신약 개발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증명됐다. 이에 따라 오가노이드 시장은 점점 더 성장하는 추세”라며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는 오가노이드 시장을 오는 2027년까지 4조2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오가노이드는 암 연구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암 환자에게 직접 다양한 암 치료법을 적용하는 대신,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에 사전에 적용해 봄으로써 실제 환자에게서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암은 정상적인 세포의 유전자 및 암 억제 유전자의 돌연변이 등의 요인으로 발생하며, 암 환자마다 매우 다양한 암 조직 유전자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암은 개인별 형태학적, 유전학적 이질성이 크고, 개인마다 암세포의 특징이 다르다. 개인 맞춤형 오가노이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실제 로라 브루티에(Laura Broutier)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 연구팀은 암 오가노이드와 모체(母體) 암 조직의 타깃 시퀀싱(Targeted sequencing) 비교 연구를 통해 모체의 암 조직과 모체 유래 오가노이드 간 연관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0개 이상의 암 관련 유전자들이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에서도 대부분 발견됐다”며 “이 결과는 암 오가노이드가 모체 암 조직의 생리학적, 구조적 특징을 모사할 수 있는 것이 증명된 사례”라고 전했다. 
 
해당 논문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지난 2017년 11월 13일 '질병 모델링 및 약물 스크리닝을 위한 인간 원발성 간암 유래 오가노이드 배양(Human primary liver cancer derived organoid cultures for disease modeling and drug screening)'이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외에도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의 임상 약물 반응성 예측능력 검증에 관한 연구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글로벌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2017년 6월 19일 게재된 ‘대장암 및 약물 테스트 모델링을 위한 인간유도 만능줄기세포에서 파생된 결장 오가노이드(Colonic organoids derived from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for modeling colorectal cancer and drug testing)’ 논문에 따르면 위장암 오가노이드의 약물 반응과 환자의 임상 약물 반응, in vivo 모델에서의 약물반응을 비교한 결과에서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는 환자 약물 반응에 대해 100% 민감도, 93% 특수성을 보여, 88%의 예측 가치를 나타냈다. 
 
또 글로벌 학술지 셀(Cell)에 2014년 게재된 ‘진행성 전립선암 환자로부터 유래한 오가노이드 배양(Organoid Cultures Derived from Patients with Advanced Prostate Cancer)’ 논문에 따르면 직장암 오가노이드와 모체 환자의 화학방사선조사(Chemoradiation) 반응률을 비교했을 때, 암 오가노이드는 모체 대비 84% 정확률과 78% 민감성이 확인됐다.
 
△종양미세환경(TME)을 재현하는 종양 오가노이드 온 어 칩(Organoid-on-a-chip) 플랫폼.(출처: BRIC, '환자 맞춤형 오가노이드 기반 정밀 의료 플랫폼' 보고서)
 
김민서 책임연구원은 “오가노이드는 약물스크리닝 과정에서 암의 유전적, 생물학적 특성과 약물 반응성에 대한 새로운 약물을 발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기존 암 오가노이드 모델은 '세포외환경'이 빠져 있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종양미세환경'이 재현된 조건에서 암 오가노이드 배양 및 다양한 전이 모델에 대한 체외 재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오가노이드 온 어 칩(Organoid-on-a-chip)’과 같은 공학적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향후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 및 정밀 의료 연구에 이용 가능한 환자 아바타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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