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제제 보관·배송 관리 강화 규정 시행 이후 공급대란을 겪었던 인슐린 제제와 관련해 정부가 유예기간 설정에 이어 자동온도기록장치 등 설치 의무화에서 제외하는 규정 개정에 나서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2년 1월 20일 의약품 유통 안전·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의약품 허가·심사 제도운영 기준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총리령)’을 개정·공포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수입자, 의약품 도매상은 냉장·냉동 보관이 필요한 의약품(생물학적 제제등 포함) 운송 시 자동온도기록장치를 갖추고 의약품의 운송기록에 온도를 포함하도록 했다.
아울러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은 자, 수입자가 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도 마련했다. 위반시 1차시 해당품목 판매업무정지 3개월, 2차시에는 6개월, 3차시에는 허가가 취소된다.
생물학적 제제의 배송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당장 의약품유통업체들은 증가하는 배송비용과 인건비 부담에 인력난까지 맞물리면서 생물학적제제 배송에 대한 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인슐린제제 의약품 유통 마진은 4~5% 수준인 반면 약국 거래시 발생되는 카드 수수료 등 수수료로 4% 가량 소요된다. 여기에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하게 되면 최소 6~7% 마진이 필요한데 인슐린제제는 역마진이 발생해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약품유통업계에서는 생물학적제제 배송 관리 강화로 자동온도기기록장치를 포함한 수송용기 등의 장비와 이를 관리할 인력 및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오히려 제약사들은 유통마진을 인하하고 있어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원부자재 부족 문제로 생물학적제제 배송 박스 비용이 1~2년 전보다 2~3배 이상 상승하면서 의약품유통업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가격도 문제이지만 콜드체인이 부각되면서 배송 박스를 구매하는 것도 힘들어 구매, 비용 모두 의약품유통업체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생물학적제제 배송을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만 의약품유통업체들은 최근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 약국 유통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잠시 발생되는 온도 이탈 발생시 이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도 의약품유통업체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자칫 생물학적제제 배송을 포기하는 의약품유통업체가 나올 경우 약국에서 환자에게 처방조제해야 할 인슐린제제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약국 인슐린 제제 납품 포기 가능성은 2021년부터 제기돼 협회 차원에서 제약사들과 비용 문제 협의에 나섰지만 관련 제약사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비용 문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실제 약국에서 인슐린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환자들에게까지 그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약국 인슐린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6개월 유예기간을 적용한데 이어 또 다시 6개월의 유예기간을 적용해 ‘생물학적제제 등 제조·판매관리 규칙’의 시행 시기를 2023년 1월로 늦춘데 이어 인슐린을 배송시 실시간 온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 개정에 나섰다.
식약처가 공급대란을 겪은 인슐린 등 냉장보관 생물학적 제제 중 사용 후 실온에서 보관이 가능한 일부 의약품에 대한 자동온도기록장치 등의 설치 의무화를 제외했다.
식약처는 지난 11월 29일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규칙(총리령)’과 ‘생물학적 제제 등의 보관 및 수송에 관한 규정(고시)’ 입법예고를 통해 생물학적 제제 등을 보관온도, 위험도에 따라 제품군을 분류하고, 각 제품군에 따른 규정·권장 사항을 세분화했다.
발표된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허가를 받은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을 포함한 ‘생물학적 제제’ 등 793개 품목을 위험도 기준에 따라 △냉장·냉동 보관제품 및 백신(545개) △냉장보관 제품 중 사용 시 비(非)냉장 제품(백신제외)(164개) △비냉장 제품(백신 제외)(84개) 등 3개 제품군으로 나눴다.
최고 위험도군에 속한 ‘냉장·냉동 보관제품’들 중 ‘실온 보관 시 안정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해 허가변경을 받게 된다면, 중간 위험도군인 ‘냉장보관 제품 중 사용 시 비냉장 제품’군으로 분류 변경이 가능하다. 백신의 경우 보관 조건에 관계없이 가장 높은 등급인 ‘최고 위험도’군에 속해 관리되게 된다.
공급대란을 겪은 인슐린의 경우 대부분의 제품들이 사용 시 실온 보관 안정성에 관한 자료가 입증된 상태다. 다만, 일부 성장호르몬 자가투여 주사제 등과 같은 제품들의 경우 아직 실온 안정성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여전히 고위험 제품군에 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