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SG와 제약업계의 미래
최세경 백석대학교 경상학부 부교수
입력 2022.03.29 06:00 수정 2022.03.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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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노던 아이오와 대학(University of Northern Iowa)의 Donna Wood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에 대한 논의의 뿌리를 1950년대 조직을 열린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등장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과거 경영 연구는 기업 조직 내부의 구조와 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집중한 닫힌 시스템 시각에 가까웠다. 그러나 1956년 미시간 대학의 Kenneth Boulding이 ‘General Systems Theory—The Skeleton of Science’를 발표하며,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열린 시스템으로서 조직의 특징을 강조한 이후로, 환경 안에서 기업이 수행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역할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열린 시스템인 기업은 환경으로부터 자원을 습득하고 이를 변환해 제품과 서비스의 형태로 시장에 다시 배출하는 투입-변환-산출의 과정을 거친다. 그 어떤 기업도 환경과의 교류 없이는 생존할 수 없고,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기업은 경제, 사회, 문화, 법 그리고 자연환경 등 다양한 부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기업, 특히 환경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자원을 습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마땅히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니게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Howard Bowen은 그의 저서 ‘Social Responsibilities of the Businessman’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우리 사회의 목적과 가치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바람직한 행동, 의사결정, 그리고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 의무’로 정의했다.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책임의 대상이 누구 혹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 역시 존재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은 그 유명한 1970년 뉴욕 타임즈 매거진 기고문에서, 기업은 사적자산으로 형성된 시스템으로 경영진은 고용주에 대한 책임을 지닐 뿐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 기본적인 법과 규정 내에서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떠한 시각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바라봐야 할까?

기술의 발달과 세계화로 인해 경영환경은 급속도로 변해왔고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 심지어 국가 수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일례로 이코노믹 타임즈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애플의 시가총액은 미국, 중국, 일본 그리고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GDP 규모를 앞서기도 했다. 스페이스 엑스(Space X)의 최고경영자 Elon Musk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통신에 어려움을 겪자 스타링크(starlink) 위성 인터넷 서비스와 단말기를 지원했다.

COVID-19 팬데믹 동안 전 세계 정부는 백신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제약회사에 의존해야 했고, 인도 정부는 원활한 백신의 수급을 위해 기업이 자사 직원 및 그의 가족을 제외한 지역주민에게 백신을 공급할 경우 이를 CSR 활동비용으로 인정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Business Standard, 2021.08.01). 정부, 소비자, 노조, 지역사회, 공급업자, 국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상호작용하는 기업의 책임이 단지 고용주에게만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기업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진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1983년 유엔(United Nations: UN)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세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웨이 전 총리인 Gro Harlem Brundtland를 세계환경개발위원회(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CED) 의장으로 임명했다. 1987년 위원회는 ‘Our Common Future’라는 제목의, 일명 ‘브루트란트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미래세대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정의한다. 환경파괴와 사회적 약자의 희생으로 이룬 경제성장은 미래 공동체를 지속시킬 수 없다는 뜻으로, 이는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그에 따라 ‘지속가능경영(sustainable management)’이 경영계의 중심 키워드로 떠오르게 되었는데, 하나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업인들 가운데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경우들이 더러 존재하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에서 우리가 지속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아예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기업을 지속시키는 것이라고 오답하는 경우가 가끔 나타난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환경의 지속, 사회의 지속, 그리고 경제의 지속을 의미한다. 천연자원을 비롯한 자연환경의 개발은 자연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속도로 이뤄져야 한다. 개인의 권리가 존중되고 차별로부터 보호될 때 건강한 사회가 유지된다. 사람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건강한 경제시스템과 활동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제를 지속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ESG(Environment,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고, 2004년에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에서 ‘Who Cares Wins-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 : ESG)에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함을 강조했고, 이 때 ESG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2006년에는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nciples of Responsible Investment : UN PRI)을 발표하고, 자산운용회사, 연금수탁자, 기관투자자 등 다양한 금융 섹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투자 의사결정에 ESG와 같은 비재무적 가치를 반영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즉, ESG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데 있어 구체적 지침으로 작용하며, 실제 전 세계 많은 투자기관이 이를 의사결정 기준으로 활용하면서 강한 구속력을 갖게 됐다.

학계에서는 ESG 지표와 기업성과, 특히 재무적 성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발표되고 있다. 뉴욕대학교 스턴 비즈니스 스쿨 지속가능경영센터(NYU Stern Center for Sustainable Business)와 록펠러 자산관리(Rockefeller Asset Management)는 상호 협업 하에 2015-2020 사이 발표된 논문들을 메타 분석하여 ‘ESG and Financial Performance’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8%의 연구에서 ESG와 재무적 성과의 긍정적 관계가 나타난 반면, 8%의 연구에서는 부정적 관계가 발견됐다(나머지는 중립 혹은 혼합적 결과).

만약 ESG 경영이 재무성과 개선이나 투자유치 등 실질적인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ESG 경영을 외면해도 될까? 다시 말해, 기업은 이득이 있을 때만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야 할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Rakesh Khurana와 Nitin Nohria는 HBR에 게재한 ‘It’s Time to Make Management a True Profession‘에서, 기업이 어떠한 이득을 바라며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른 목적이 아닌 윤리적인 목적으로 이행돼야 함을 강조한다.

팬데믹, ESG, 그리고 제약업계의 미래

우리는 국가의 소득수준에 따라 COVID-19 백신 접종률이 현격히 다르게 나타나고, 특히 초창기 백신 공급이 일부 부유한 국가에 집중됐던 것을 목격했다. 팬데믹이 오래도록 이어지자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는 아시안을 향한 혐오범죄가 발생했고,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전 세계 경제시스템이 위기를 직면하기도 했다. 팬데믹은 경제위기와 인종차별, 보건의 불균형과 같은 문제를 증폭시켰다. 불행히도 많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위협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예상한다.

혼란한 시대를 거치며 ESG 경영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생명과 건강의 위협을 느끼는 이때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량을 갖춘 바이오·제약업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더욱 크다. 미국 대형로펌 펜윅 앤 웨스트(Fenwick & West)의 2022년 보고서 ‘Biotech’s ESG Crossroads‘에 따르면, 바이오테크 투자자의 92%가 ESG 지표를 더욱 중요하게 간주할 것이라 응답했고, 바이오테크 경영진 중 74%가 ESG 보고를 강화할 것이라 응답했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 파마(Fierce Pharma)는 2021년 Top 10 ESG 제약회사 리스트를 발표하며 ESG 이슈에 대한 업계의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의 최고경영자 Paul Hudson은 소셜 미디어 링크드인(linkedin)에 공개한 서한(2021.4.7)에서, 팬데믹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일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서로 연결돼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들었고, 제약업계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본연의 목적에 충실히 임하며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지녀야 함을 강조했다.

위기의 시기,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명예로운 것이다. 사회로부터의 압박이나 투자유치를 위한 계산이 아닌, ESG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래 인류 사회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제약업계가 ESG 경영을 해야 하는 것(have to) 혹은 하면 좋은 것(beneficial to)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want to)으로 바라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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