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이비엘바이오 “초대박 기술이전 비결은 플랫폼·글로벌 전략”
이상훈 대표, 이중항체 플랫폼 기반 혁신신약 개발…무한 확장성으로 지속 성과 예고
입력 2022.01.26 06:00 수정 2022.01.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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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피와의 빅딜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을 향상시키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가 됐다. 더이상 빅파마들의 문을 두드리는 작은 바이오벤처가 아닌 이들의 초대를 받는 검증된 기업으로서 진화를 거듭해 나아가겠다"
 
새해 벽두부터 제약·바이오업계에 조 단위 규모 기술이전 소식이 전해졌다. 에이비엘바이오(ABL Bio)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사노피(Sanofi)와의 10억 6,000만 달러 규모 ‘파킨슨병 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발표했다. 이에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에게 기술이전 성공 비결과 플랫폼 기술력에 대해 전해 들었다.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이사
 
Q. 에이비엘바이오 소개 부탁드린다.
A. 에이비엘바이오는 면역항암제 및 신경퇴행성 질환(CNS)에 대한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다. 2016년 설립 이후부터 R&D에 총 역량을 투입하고, 국내외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 추진한 결과, 혁신적인 이중항체 플랫폼 세트 ‘그랩바디(Grabody)’와 여러 임상 및 전임상 단계의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퇴행성 뇌질환 분야에서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 투과율을 높인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개발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중추신경계 질환(CNS)을 타깃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을 연구 중에 있다.

또한 면역항암 분야에서는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된 4-1BB 기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와 이를 적용한 파이프라인 ABL503, ABL101, ABL111, ABL105, ABL103 등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서로 다른 두 개의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PD-L1 기반 플랫폼 ‘그랩바디-I(Grabody-I)’와 이를 활용한 ABL501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Q.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의 'B', 'T', ‘I'를 더 자세히 소개하자면
A. [Grabody-B] 뇌혈관장벽 투과율을 높이고 긴 반감기를 통해 기존 단독항체가 가지는 한계인 뇌로의 약물전달률을 높이는 핵심 기술이다. 그랩바디-B는 뇌혈관장벽의 BBB 수용체를 인식할 수 있는 IGF1R 셔틀 타깃을 활용해 RMT(Receptor Mediated Transcytosis)라는 Mechanism을 통해 BBB를 투과한다. IGF1R은 사람의 뇌 미세혈관(BMV)과 뉴런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더 많이 발현돼 기타 조직 발현으로 야기될 수 있는 off-target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그랩바디-B는 BBB 투과 문제로 약물전달률이 낮은 단독항체 기반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글로벌에서 인정받고 있다.

[Grabody-T] 종양에서 발현되는 항원과 4-1BB를 동시에 타깃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강력한 항암효과를 나타내며, 4-1BB 단독항체의 주요 문제점인 간 독성을 해결한 플랫폼이다. 원숭이 동물실험 결과, 일시적 또는 영구적 간 독성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모든 파이프라인은 TAA(Tumor Associated Antigen) 발현이 높은 종양미세환경에 국한해 T세포가 활성화돼 안전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Grabody-I] 면역항암 이중항체 플랫폼으로서 두 가지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PD-1 또는 PD-L1 기반 치료제는 낮은 반응률과 내성 발생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랩바디-I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T세포의 종양 살상기능을 회복시켜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높이고, 환자들의 관해(Remission) 달성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다른 항체기반 신약개발 기업과의 차별점 및 경쟁력은 무엇인지
A. 에이비엘바이오는 두 개의 항원에 결합할 수 있는 항체 단백질인 이중항체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이다. 암 치료를 위해서는 항암제를 섞어 쓰는 병용요법이 사용되곤 하는데 이중항체는 병용요법의 단점인 비싼 가격과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확장성이 높은 플랫폼 형태로 이중항체를 개발하고 있어 고형암, 혈액암, 퇴행성 뇌질환 등 여러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다수의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는 동일한 기전의 후보물질이 아닌 각 질환에 따라 해당 적응증에 적합한 항체를 붙인 서로 다른 파이프라인이다.

특히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랩바디-B는 Biogen의 아두카누맙(Aducanumab)과 Eli Lilly의 도나네맙(Donanemab) 등이 직면한 BBB 투과 문제를 BBB 셔틀 타깃을 통해 보완했으며, 그랩바디-T는 종양미세환경에서만 활성화되는 기전으로 4-1BB 단독항체의 간 독성 문제를 해결했다. 그랩바디-I 역시 두 가지 면역관문을 표적함으로써 항암효과를 높이고, 기존 PD-L1 치료제의 내성과 낮은 반응률을 개선했다. 이러한 기술력과 전문성이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쟁력이다.

Q. 사노피에 1조 3천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파킨슨병 치료제(ABL301)'의 기술력은 무엇인지
A. ABL301은 파킨슨병의 잠재적 병인인 알파-시누클레인을 표적하는 항체와 그랩바디-B 플랫폼을 결합한 이중항체다. 알파-시누클레인은 뇌세포 사이에서 신경전달을 돕는 단백질로, 돌연변이가 생겨 분해되지 않고 응집될 시 신경세포의 사멸을 야기해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 ABL301은 뇌혈관벽에 존재하는 IGF1 수용체를 통해 뇌 속으로 들어가 신경세포 밖에 뭉쳐져 있는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게 되고, 항체와 결합한 응집체는 다시 대식세포의 인식 대상이 된다. 이 대식세포가 응집체를 분해함으로써 신경세포 손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병인을 해결할 수 있다.

Q. '파킨슨병 치료제(ABL301)' 비임상, 임상 1상 현황 및 향후 기술이전 절차는
A. ABL301은 올해 하반기 미국 임상시험계획서(IND) 제출을 목표로 비임상 독성실험(GLP tox study) 등 IND 제출에 필요한 몇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전임상 시험 결과, ABL301은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에 대한 높은 선택성과 그랩바디-B를 통한 향상된 BBB 투과율로 우수한 PD 효과가 입증됐다.

ABL301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는 사노피와의 계약에 따라 공개가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 에이비엘바이오에서는 남은 전임상 연구와 임상 1상까지 주도하고, 이후 진행되는 임상시험부터 상업화까지는 사노피가 담당하게 된다.

Q. 그랩바디-B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항체 개발 계획 및 현황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나, 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에 더해 그랩바디-B 플랫폼을 다른 회사의 항체에 결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랩바디-B가 플랫폼인 만큼 확장성이 뛰어나 CNS 질환, 뇌종양, 효소 관련 CNS 질환 등을 표적하는 다양한 항체에 적용할 수 있다.

Q. 빅딜 기술이전 전략과 성공 비결은
A. 기술이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퇴행성 뇌질환 및 면역항암 분야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사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부각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한 덕분이다. 국내외 콘퍼런스와 학회 참석, 비즈니스 미팅 등을 통해 빅파마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글로벌에서의 경쟁 현황을 파악했다. 

이에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매력적인 기술 데이터 Package를 만들고, 경쟁사가 아닌 자사의 기술이 파트너사와 가장 효율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기술이전 협상 역시 하나의 기업에만 집중하지 않고, 2개 이상의 기업과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하며 이들 간의 경쟁 구도를 만들어 FOMO(Fear Of Missing Out) 효과를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이번과 같은 빅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Q.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의 향후 사업화 계획은
A.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ABL503 및 ABL111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ABL501도 국내 임상 1상 단계에 있으며, ABL105와 ABL101은 각각 올해 상반기 및 하반기에 IND를 제출을, ABL103(B7-H4x4-1BB)은 2023년에 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ADC(Antibody Drug-Conjugate)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으며, ABL202는 파트너사에게 기술이전 돼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에 빅딜을 성공시키면서 기술력이 검증돼 미팅 초기 단계를 건너뛰고 MTA(Material Transfer Agreement)부터 논의 중인 기업도 여러 곳이다.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공개하기 어렵지만,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이 빅딜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으며, 미팅 분위기 역시 매우 우호적이기에 향후 긍정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Q. 그랩바디-I 플랫폼 기반의 '면역항암제 (ABL501)'가 최근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됐다. 임상 1상 결과와 향후 계획은
A. ABL501(PD-L1xLAG-3)은 그랩바디-I를 활용한 고형암 치료제 후보물질로,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면역관문단백질인 LAG-3와 PD-L1을 타깃으로 한다. LAG-3 항체는 T세포의 종양 살상기능을 회복시킴으로써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 BMS가 흑색종 환자 대상 LAG-3 항체 렐라틀리맙(Relatlimab)과 옵디보(Opdivo) 병용요법의 임상2·3상에서 LAG-3 억제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한 바 있다. ABL501 역시 전임상에서 LAG-3 단독요법, PD-L1 단독요법 그리고 LAG-3와 PD-L1 병용요법 대비 개선된 항암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ABL501은 국내 임상 1상 코호트 2를 진행 중이며, 2023년에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 신청 등의 단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Q. 직원의 사기 증진과 인재 영입을 위한 에이비엘바이오만의 사내 문화 및 복지는
A. 에이비엘바이오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임직원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량근로제(연구직)와 선택적 근로제(사무직)를 운영해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연차 휴가 외 연중 휴가 5일을 추가 부여함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하고 있다. 전사 및 개인의 성과 창출과 동기부여 강화를 위한 연말성과급, 스톡옵션 등의 보상체계도 운영 중이다.

Q. 국내에서 신약 연구개발 시 애로사항과 국산 신약 탄생을 위한 개선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A. 신약 연구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래서 혁신 신약 창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모든 단계에서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 국내 소규모 바이오벤처 중에는 인력 부족과 자금 문제로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다. 

또한 초기 IND 신청 단계도 미국보다 복잡하다. 분석법 및 제조 방법 검증자료, 기준 설정 근거 자료 등은 미국 IND 진행 시 후기 단계에서 제출하면 되지만, 국내는 초기부터 필요해 IND 신청까지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 연구 인력인 만큼, 제약바이오 분야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 학과와 대학원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우수한 전문가들이 배출되고, 이들이 다시 바이오벤처나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의 축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Q. 에이비엘바이오의 미래 비전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A. ABL301(파킨슨병 치료제) 빅딜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을 향상시키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회가 됐으며, 빅파마들의 문을 두드리는 작은 바이오벤처가 아닌 이들의 초대를 받는 검증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앞으로도 에이비엘바이오는 ‘From Good to Great’ 비전 하에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가속화 및 지속적인 기술이전 성과 달성할 것이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이중항체 전문기업으로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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