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제 행사를 유치했던 대구광역시가 개최지 선정에 대한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결국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본 꼴'이 됐다. 해외 주최측의 지속적 우려와 경고 전달에도 꿈쩍하지 않던 대구시와 이해관계 단체가 자업자득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도입 논란에 이어 하반기에도 국제적 망신이라는 안좋은 성과를 연이어 냈다.
국내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세계심포닉밴드앙상블협회(WASBE)가 2024년 총회 개최지로 대구시를 선정했던 결정을 전격 취소했다. 지휘자, 작곡가, 교육자, 연주자 등 50여개국 1천여 명의 심포닉 관악 밴드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WASBE는 2년마다 총회를 전 세계 도시 및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한다. 대구시는 지난 2019년 유치 활동을 통해 2023년 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1년 연기돼 2024년 개최 예정이었다.
약업닷컴이 입수한 2021년 11월 18일자 WASBE 공문의 수신처는 권영진 대구시장이고 참조에는 대구음악협회장, 대구컨벤션뷰로 관계자, 국내 WASBE 회원이 포함됐다. 제임스 리플리 WASBE 회장 명의의 공문은 "현직 회장으로서 마지못한 마음과 함께 2024년 총회 개최지인 대구 선정 취소를 통보한다"로 시작했다.
이어 "대구시와 대구음악협회 등 현지 이해관계자의 행보로 인해 WASBE 총회의 사명과 운영을 이해하는 한국 (심포닉 관악) 전문가들의 참여가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2024년 총회 준비 과정에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2019년 대구시가 WASBE에 제출했던 유치 제안서의 행사 운영 계획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제안서는 총회 개최에 앞서 관악 음악을 국내에 홍보하는 계획 초안이 대구광역시, 대구음악협회, 심포닉 관악 전문가의 다자간 협력으로 마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시 말하면 총회 유치를 희망하는 대구시와 국내 전문가들은 상호 협력(in cooperation)으로 심포닉 관악에 대한 국내 홍보 활동을 활발히 전개한다는 계획을 제안했다.
하지만 관악계 전문가가 불참하는 대구 조직위원회(LOC)는 분열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리플리 회장은 "총회 성격이 전 세계 밴드가 대구시에서 공연을 펼치는 음악 축제라고 대구 조직위원회(LOC) 현재 구성원은 주로 여기는 듯 하다"며 "공연은 총회의 주요 프로그램이지만 지역 및 국제 차원의 관악 밴드 홍보, 다국가 참석 발표 등 총회 전반에 대한 예술적 기획의 중요도, 관악 밴드 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목적을 포괄하는 WASBE 사명에 대한 대구 조직위원회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여겨진다"고 질타했다.
그는 "총회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한국 전문가 5인이 대구 조직위원회에 추대됐으나 상이한 목표 추구로 인한 분열과 좌절감에 모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조직위원으로 추대됐던 국내 WASBE 전·현직 회원의 연이은 고사와 조직위에서 총회 성격을 이해하는 전문가 비중의 현저한 감소가 본지 취재로 파악됐다.
"협회 대표단, 음악 전문가, 대구 시민 모두를 위한 유익하고 즐거운 총회 개최를 기대했다"고 언급한 리플리 회장은 "하지만 협회 사명을 관철할 수 있는 개최지 선정이 중요하기에 WASBE는 현 시점에서 다른 장소를 찾고자 한다"고 대구시 선정 취소를 재차 확인했다.
국내 관악계 전문가들은 이번 취소 사태에 대해 "대구시 이전에도 총회 개최지 선정 이후 그 결정이 전격적으로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며 "이를 알면서도 간과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시, 대구음악협회는 또 하나의 국제적 망신 사례를 다자간 협력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다른 도시 또는 해외 도시가 될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2024년 총회가 대구에서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