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는 인체 노화와 세포 노화가 포함된다. 인체 노화에는 육체적 손실과 기능적 저하 및 암, 알츠하이머 등 노화 연관 질환이 수반된다. 세포 노화는 정상 세포가 분열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세포 주기 정지(cell cycle arrest) 상태가 지속됨을 의미한다. 예로 고령 또는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고 체내에 노화 세포가 많이 축적된다고 알려져 있다.
정상 세포는 유전자 손상 등의 문제로 복구가 어려울 경우 세포사멸(apoptosis) 경로를 통해 자멸한다. 이와 달리 노화 세포는 세포사멸 대신 신호분자를 내보내 면역세포에게 알리는 경로를 통해 제거된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계 능력의 저하로 인해 몸에 노화 세포가 축적되고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인체 노화가 가속화된다. 노화 세포의 증가는 노화 연관 질환에서도 나타나면서 이를 선택적으로 표적할 수 있는 항노화 치료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세포치료제 전문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인 셀투인의 선임 연구원직을 맡고 있는 이기백 박사는 최근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연구동향 기고에서 노화 세포의 직접적인 제거 또는 부정적 기능을 억제시키는 전략이 다양한 노화 연관 질환에서 주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노화 세포를 타겟하는 노화치료제(senotherapeutics) 전략에서 세놀리틱(senolytic)과 세노모픽(senomorphic) 두 분야를 소개했다.
세놀리틱은 노화(senescence) 세포를 제거(lytic)한다는 의미의 합성어다. 1세대 세놀리틱 연구는 노화 세포에서 나타나는 세포사멸 저항성에 중점을 뒀다. 예로 초기 연구는 PI3K-AKT 신호전달경로 인자 및 세포사멸을 저해하는 B세포 림프종-2(BCL-2) 계열 단백질이 노화 세포에서 증가해 있음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노화 세포에서 증가한 인자를 억제하고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약물인 다사티닙(dasatinib), 퀘르세틴(quercetin), 피세틴(fisetin), 나비토클락스(navitoclax)가 등장했다.
이후 이들 약물의 효과가 일부 노화 세포에서만 나타나면서 추가적으로 다른 신호전달 체계를 표적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예로 p53 인자와 관련한 미토콘드리아 유래 세포사멸 기전을 타겟하는 Foxo4 억제제 펩타이드(FOXO4-DRI)가 개발됐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놀리틱은 노화 동물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사망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최근 들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를 이용한 세놀리틱 치료 전략도 있다.
"현재까지 나온 세놀리틱은 저마다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 이 박사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약물 조합(drug combination), 노화 세포에서 새로운 신호전달 체계를 표적화하는 등의 다각적 연구개발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세노모픽은 노화(senescence)세포의 표현형(morphic)을 표적 한다는 의미의 합성어다. 노화 세포는 특이적인 사이토카인(cytokine) 및 케모카인(chemokine) 등을 분비하고 이를 통틀어 노화 연관 분비 표현형(SASP)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노화 세포로부터 분비된 SASP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이와 관련한 신호전달 기전을 타겟으로 하는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관련 기전에는 p38 MAP 인산화효소(MAPK), NF-kB, IL-1α, mTOR, PI3K-AKT, ROS 등이 있고 주로 SASP 인자들의 전사, 번역,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안정성 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노모픽은 기존에 다른 질환에 적응증을 가진 약물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이를 활용한 약물 재창출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박사는 약물 특성상 지속적 투여가 필요한 세노모픽의 가장 큰 단점으로 특이성(specificity)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그는 "SASP 억제제인 세노모픽은 전체를 억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