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달 29일 한미약품, GC녹십자, 에스티팜 3개사가 주축이 되고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지원하는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의 차세대 백신에 대한 자체적 기술력과 생산여력 확보를 향해 개별적 행보를 보였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번 컨소시엄 참여로 공통목표에 입각한 시너지를 보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컨소시엄 출범식에는 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이 참석했다. 복지부와 제약바이오협회 수장의 동반 참석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예로 지난 1953년 6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전신인 대한약품공업협회가 보건사회부(현 복지부)의 사단법인 설립인가를 받았다. 1953년부터 70여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 협회와 복지부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협회 회장 1인과 이사장 1인이 각각의 대표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회장 및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의 원희목 박사가 협회 회장을, 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이관순 부회장이 협회 이사장으로서 각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원희목 회장이 이번 컨소시엄 출범과 같은 대외적 행보를 보인다면 이관순 이사장은 내부적으로 13개 이사장단사(GC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동국제약, 보령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제일약품, JW홀딩스,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글로벌, 한국제약협동조합)를 대표하는 부이사장과 35개 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이사진의 이해관계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원희목 회장과 함께 협회를 대표하는 이관순 이사장의 한미약품이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주된 배경으로는 MSD(머크), 제넨텍, 스펙트럼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기술이전 등을 통한 파트너십 구축 및 풍부한 상용화 경험이 꼽힌다. 이번 컨소시엄의 미래 청사진에는 오는 2025년까지 mRNA 항암백신 및 차세대 혁신신약을 개발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됐고 이는 이관순 이사장의 한미약품 참여를 통해 투영되고 있다.
GC녹십자도 앞서 언급한 13개 이사장단사에 포함되며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이 협회 부이사장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국산 mRNA 혁신신약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맡는다면 GC녹십자는 생산과 물류를 포함하는 글로벌 로지스틱스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완제 4억 도즈(접종 1회분) 규모의 백신 cGMP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추가적으로 6억 도즈 규모의 생산 공간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전, 포장 등 완제공정 구축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보관시설과 콜드체인 등의 첨단 물류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동아제약'이라는 지주사 전환 이전의 사명이 더 친숙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지분 32.68%을 보유하고 있는 원료의약품(API) 전문 관계사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또는 전문의약품(ETC) 전문 관계사인 동아에스티는 현재 13개 이사장단사 리스트에서 열외 된 상태다. 현재 동아에스티의 엄대식 회장이 앞서 언급한 35개 회사를 대표하는 이사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스티팜은 글로벌 클래스의 신약 API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기업이자 세계 2위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생산 기업이다. 길리어드 소발디, GSK 지도부딘 등 에이즈(HIV), B형 간염(HBV), C형 간염(HCV) 치료제 API의 cGMP 상업화 생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특허 이슈가 해결된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3종을 확보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12월 중 임상1상을 개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대척점에 있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적어도 협회 주도 차원에서 국산 mRNA 백신 개발 이니셔티브의 선점을 놓친 모양새다. 백신이라는 의약품은 저분자화합물이 아닌 고분자 구조의 생물학적제제(바이오로직스, biologics)다. 또한 mRNA 기술은 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모더나처럼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바이오기술기업(바이오텍)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경우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제약협회'라는 명칭 아래 저분자화합물 의약품 개발 중심의 전통적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반면 한국바이오협회는 생물학적제제 의약품을 개발하는 소규모 바이오텍 또는 벤처들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루는 한국바이오협회가 이번 컨소시엄에 열외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현 회장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고한승 대표가 맡고 있다. 고한승 회장과 함께 한미약품 창업자인 고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협회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주사다. 이로서 한미약품은 오너 2세인 임종윤 대표와 연구개발 총괄 이관순 부회장이 양 협회를 이사장으로서 긴밀하게 관여하면서 영향력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