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약물에 대한 새로운 적응증 추가 및 허가 후 시점에서의 임상연구 요건을 뒷받침하거나 충족시키는 리얼월드 데이터(RWD)와 리얼월드 근거(RWE)의 인정 및 사용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 품질, 연구 설계, 통계적 접근 등의 당면 과제에도 불구하고 기존 데이터 활용을 통한 신약 연구개발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해관계자 모두가 동참하고 있다.
RWD는 아직 분석되지 않은 원데이터다. 전자의료기록(EHR), 보험청구자료, 치료제 및 질병 등록체계(레지스트리), 재택 환경의 환자 생성 기록, 모바일 및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자료원에서 일상적으로 수집되는 환자 건강상태 또는 의료제공과 관련된 데이터를 포괄한다.
RWE는 의약품 사용현황 및 잠재적 이득과 위험과 관련한 임상적 근거로 RWD 분석에 기반한다. 대규모 단순 임상시험(LST), 실용적 임상시험(PCT), 전향적 또는 후향적 관찰연구 등 다양한 연구 설계 또는 분석 결과로 RWE가 생성된다. RWD 분석을 통해 얻어진 RWE는 제약바이오기업의 임상시험계획(IND) 신청 및 규제당국의 의사결정 절차에 활용된다.
미국은 지난 2016년 '21세기 치료법(21st Century Cures Act)' 도입으로 혁신적 신약 개발을 가속화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공 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 또한 RWE 프로그램 취지를 기술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2018년도 문건에 의하면 RWD와 RWE 용도가 안전성 평가에서 유효성 평가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위험을 상회하는 치료적 이득이라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RW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규제당국의 명확한 의도가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치료제 허가 의사결정에서 RWD와 RWE를 인정하는 사례를 만들고 있다. 이에 다수의 신약 IND에서 RWE가 상당 수준의 근거로 활용되며 이와 같은 시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등으로 통칭되는 전통적 임상시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얻는 근거가 데이터 품질, 연구 설계 등 당면 과제에도 불구하고 기존 데이터 활용을 통한 신약 연구개발의 효율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해관계자 모두가 뜻을 같이하는 것이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의 이주연 박사는 최근 온라인 발제에서 RWD와 RWE 활용 사례로 팔보시클립(제품명 입랜스)를 들었다. 팔보시클립은 지난 2015년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과 HER2 음성인 진행성 여성 유방암 치료에서 레트로졸 병용요법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19년에는 팔보시클립의 적응증을 남성 유방암 치료로 확대하는 추가 신약허가신청(sNDA)도 허가를 득했다.
여성 유방암으로 허가 받은 기존 약물에 대해 남성 유방암이라는 새로운 적응증을 추가하고자 팔보시클립 개발사 화이자는 무작위대조임상시험(RCT) 한 건과 후향적 관찰연구 두 건에서 얻은 근거 자료를 제출했다. RCT 한 건은 여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 년간 진행된 기존의 임상시험으로 여기에는 남성 환자가 없었다. 화이자는 RCT 결과 분석을 토대로 여성 유방암 치료에 대한 최신 자료를 제출했고 FDA는 이를 선행적(primary) 근거로 인정했다..
남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두 건의 후향적 코호트 관찰연구는 RWD와 같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했다. 보험청구자료를 사용한 후향적 관찰연구 한 건의 RWE에 대해 FDA는 근거 수준 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열외시켰다. 대신 전자의료기록(EHR)을 사용한 다른 한 건의 RWE에 대해 FDA는 남성 유방암에 대한 팔보시클립 효능을 뒷받침하는 보조적(supportive) 근거로 인정했다.
이 박사는 무작위배정 또는 이중눈가림이 없는 관찰연구의 편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구 프로토콜과 통계분석 계획에 다음 8가지 고려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관찰연구 목표 ▷데이터 출처 ▷관찰연구 방식 ▷연구대상자 선정기준 ▷약물 노출 정확도 ▷연구결과 밸리데이션 ▷표본크기 추정 ▷통계적 방법이다.
"RWD 데이터 출처가 관찰연구 목표에 적합하고 신뢰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관찰연구에는 코호트와 사례조절 및 단면조사 등 다수 방식이 있기에 연구 목표에 부합하는 접근을 선택해야 한다"며 "또한 약물 노출과 연구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며, 충분한 수의 표본 확보 및 잠재적 교란요인을 통제하는 통계적 방법이 요구된다"고 이 박사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