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가 이례적으로 주말인 지난 토요일 오후 진행했던 긴급 브리핑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시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000만명분 추가 도입이라는 발표에 집중됐다. 허나 만 30세 이상의 국내 여성은 희귀 혈전이라는 심각한 부작용 논란에 휩싸인 백신 종류에 대한 당국의 원론적인 입장과 발언에 대해 걱정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접종 후 드물지만 심각한 희귀 혈전 부작용이 나타나는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2개로 파악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영국에 본사가 위치한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2회 접종 방식의 이 백신에 대해 지난 4월 7일(이하 현지 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희귀 혈전'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EMA는 부작용 대부분이 60세 미만 여성에게서 접종 후 2주 내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EMA 입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한국의 경우 집단면역 형성을 향한 방역 계획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내 방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도와 의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계획의 균열은 국내 방역당국이 4월 7일 오후 늦은 시간 60세 미만 연령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일시적 중단한다는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리면서 시작됐다.
일시 중단이라는 결정 시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1회 이상 이미 마쳤던 60세 미만 여성들은 부작용 위험에 대한 사전 안내를 충분히 받지 못했고, 이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자신의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내릴 수가 없었다. 또한 다른 백신 접종을 고려하고 결정한다는 개인 고유 권리는 방역당국의 "계획에 따라 접종을 당부"한다는 원론적 입장에 그 존재감을 상실했다.
또한 전문가들이 의아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4월 12일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을 재개하면서 설정한 접종제한 대상 범위다. 예로 네덜란드는 희귀 혈전 논란으로 60세 미만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4월 2일 일시적으로 중단했고, 수일 후 방역 프로토콜에서 60세 미만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60세 미만에서 접종을 일시 중단했지만 그 이후 60세 미만이 아닌 30세 미만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프로토콜을 설정했다. (하단 표 참조)
30세 이상에서 59세까지 아우르는 남성과 여성을 네덜란드는 접종에서 제외했으나 국내 방역당국은 이들을 포함시키면서 해당 결정에 대한 근거와 설명이 충분치 못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예로 다수의 외신 기사와 관련 자료들의 약업닷컴 자체 분석에서는 '30세 미만'을 어떠한 형태로도 언급한 국가는 한국 이외에 영국과 캐나다 두 국가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은 4월 7일부터 30세 미만 미접종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가 아닌 대안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영국의 30세 미만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대안 백신에 대한 개인 선택권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자국 제약사와 자국 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놓고 영국이 여타 국가처럼 접종제한 또는 접종중단이라는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여기에 영국은 대안 백신 권고 대상을 30세 미만에서 40세 미만으로 상향하려는 움직임을 최근 들어 보이고 있다.
상향 조정의 배경에서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방식의 백신의 희귀 혈전 논란이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이외에 또 다른 바이러스 벡터 백신으로 미국에 본사가 위치한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백신이 있다.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사례가,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에서 얀센 백신 부작용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관련 당국은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하단 표 참조)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 EMA 노엘 와티온 부국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연령별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10만회당 희귀 혈전 발생률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20-29세의 발생률은 접종 10만회당 1.90건, 30-39세는 1.80건, 40-49세는 2.10건이다. 50-59세와 60-69세도 각각 1.10건과 1.00건으로 1건 이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발생률 2건에 육박하는 20-39세와 2건을 초과하는 40-49세의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거의 같은 시기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자국 내 접종이 이뤄진 얀센 백신에 대한 희귀 혈전 부작용 발생률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CDC 자료는 접종 100만회 기준이어서 EMA 자료와의 비교를 위해 접종 10만회 기준으로 했을 때 30-39세의 발생률이 1.18건으로 가장 높았다. 더 중요한 건 미국에서 발생한 총 15건의 희귀 혈전 부작용이 모두 18세부터 59세 사이 여성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얀센 백신도 미국 입장에서 자국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임으로 영국과 마찬가지로 접종 제한 등에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30세 미만'을 언급한 또 다른 국가인 캐나다는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빠른 시점인 3월 29일부터 55세 미만을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후 4월 23일부터는 30세 이상에서 54세까지 아우르는 자국 남성과 여성에게 영국과 유사한 개인 선택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보다 더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기다리기가 어렵다면, 그 대안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프로토콜 역시 한국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접근에서 이뤄진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주 긴급 브리핑에서 "백신의 공급 상황 그리고 공급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예방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그 계획에 따라 접종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 드린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이에 만 30세 이상 국내 여성의 불안과 걱정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유럽연합(EU) 회원국 불가리아는 4월 19일부터 60세 미만의 여성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전격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