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감자가 현존하는 백신 최고 협상가
입력 2021.04.21 12:33 수정 2021.04.22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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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로 임명된 기모란 방역기획관의 "화이자·모더나는 가격도 비싸다"라는 과거 발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가격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인허가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현재까지 사용 승인한 백신 중에서도 화이자-바이온테크(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를 포함하는 바이러스 전달체(벡터) 방식의 백신 전체가 희귀 혈전이라는 심각한 부작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벡터 방식과는 다르다.  

구글 검색에서 영문으로 '화이자 백신 공급가격(pfizer vaccine cost)'를 검색하면 미국 주간지 옵저버의 지난 2020년 11월 기사가 상위 검색 결과로 나온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 본사를 둔 화이자가 미국 정부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공급가는 접종 1회분 당 19.50달러, 한화로 2만원대 초반 금액이었다.  화이자 백신은 2회 접종 방식이기에 2회분은 4~5만원 사이의 가격대를 형성한다.  해당 기사는 미국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면서 미국 정부와의 계약으로 공급가는 물량에 따라 접종 1회분 당 10~50달러 구간이라고 전했다.  모더나 역시 화이자처럼 2회 접종 방식으로 20~100 달러, 한화로 2만원대 초반에서 11만원대 초반까지 가격 구간의 범위가 넓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화이자와 모더나가 정부 계약으로 공급하는 가격이 '팬데믹 가격 책정(pandemic pricing)'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마진을 남기지 않고 제조 원가에 근접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이는 곧 코로나19 팬데믹이 어느 정도 제어가 되면 개발사는 백신 가격을 올린다는 의미다.  미국 제약전문지 피어스파마의 올해 2월 기사에 따르면 화이자의 프랭크 다멜리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접종 1회분 당 19.50달러 공급가는 팬데믹 가격 책정을 반영한 것이며 회사가 일반적으로 책정한 가격은 1회분에 150달러에서 175달러라고 언급했다.  참고로 미국에서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의 1회분 가격은 200달러 전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인당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가에 제조 원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영구히(in perpetuity) 공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국제 백신 공급기구 코백스의 회원인 아스트라제네카는 90여곳에 달하는 개발도상국에 접종 1회분 당 3달러라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2회 접종 방식이기에 두 번 접종도 7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희귀 혈전이라는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국내의 경우 30세 미만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다른 결의 내용이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그룹의 바이오부문 계열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지난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쓰러진 이후 이 부회장은 4대 신수종사업으로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용 반도체를 선정한 바 있다.  바이오부문의 2개 계열사는 우선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과 제조, 임상, 사업화에 집중하면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 시점에 전사적 역량을 모으는 '초격차' 전략을 이행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회기에 1조원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비상장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연매출 8000억원에 근접하면서 2개 바이오 계열사의 연매출은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팬데믹 원년인 작년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은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수감자 신분으로 경영 활동을 전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주최한 '반도체 CEO 서밋'에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참석했다면 반도체와 관련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결정을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확보하는 협상 카드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한국 전체 인구 접종에 필요한 화이자 백신이 2회 접종으로 1억6000만회분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팬데믹 가격 책정 기준으로 1회분 당 19.50달러를 적용했을 때 31.2억달러로 추산된다.  한화로는 3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 마저도 팬데믹 기간의 '최저가' 가격으로 추산한 것으로 반도체와 같은 강력한 협상 카드가 없다면 물량이면 물량, 가격이면 가격 모두에서 협상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미국 현지 투자를 놓고 이 부회장의 부재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백신을 총괄하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화이자 미국 본사와 직접 협상하겠다고 추진했으나 되려 굴욕을 맛봤다.  화이자 측에서 "장관 말고 총리가 나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기모란 방역기획관이 화이자 백신 확보를 위한 협상에 나서도 고노 다로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가격은 더 높지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최고 협상가라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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