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실시가 누적 2억회분을 돌파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22일 오전 기준 전 세계 88개국에서 코로나 백신 2억415만회분이 접종됐고 이 중 실시 상위 5개국은 미국(6309만회분), 중국(4050만회분), 유럽연합(2623만회분), 영국(1785만회분), 인도(1083만회분) 순이다. 미국과 중국을 합치면 1억회분을 초과하는 접종이 이뤄졌고 전 세계 50% 정도를 차지한다.
긴급사용승인(EUA) 및 조건부 허가 등을 획득한 다수의 백신들을 직접비교(head to head)한 임상적 근거는 없지만 화이자-바이온테크(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의 예방 효과는 95% 수준으로 타 백신에 비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추가적 검증이라는 물음표가 아직 존재하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호되는 예방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2회 접종의 화이자 백신은 올해 약 6억5000만명분(13억회분)이 공급된다. 이 중 한국 정부는 국제 백신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5만8500명분을 올해 1분기 내로 도입 확정했다. 감염병전담병원, 거점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운영병원 등의 의료진 5만8000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우선적으로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화이자와 직계약을 통한 도입시기 확정분으로는 3월 말의 50만명분과 4~6월의 300만명분이 있다. 여기에 코백스 도입 확정분을 더하면 최소 355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이 상반기 내로 확보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백신 확보 총계인 7900만명분 가운데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은 도입시기 확정분과 미확정분을 포함한다. 즉 화이자 백신의 경우 도입시기 미확정분이 950만명분(73%)에 육박하고 도입시기 여부는 생산과 공급 차질 등으로 인해 언제든지 바뀐다는 변수가 존재한다. (표 참조)
지난 12월 FDA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는 2020년 자국 내 사용으로 약 1000만명분(20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했다. 모더나 백신도 2회 접종 방식이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5000만명분(1억회분)을 자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이후 5월말까지 동일한 물량인 5000만명분(1억회분)을 추가로 공급한다. 이후 7월말까지 동일 물량을 추가하면서 1~7월 누적으로 총 1억5000만명분(3억회분)을 공급한다.
정부의 7900만명분 도입 추진에는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도 포함되고 있다. 정부는 모더나와 작년 12월 계약을 체결했으나 도입시기 확정분은 아직까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한미군(USFK)은 미국 정부가 제공한 물량으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모더나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한미군 소속 카투사 및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모더나 백신 접종’이란 제목의 글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주한미군 내 한국국적의 접종자 수는 2월 초 기준으로 약 19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모더나 백신에 대한 세간의 이목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집중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배포하는 코로나 백신 '팩트'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은 자발적(voluntary)이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선택(choice)임을 강조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주한미군 홍보 영상에서는 군병원 소속의 간호장교가 "의료인이자 군인으로서 광범위한 예방 접종은 중요하며 백신의 과학적 근거를 지지하고 다른 의료인을 지원하는 것이 간호장교의 상징적 임무라고 생각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 5~7일 국내 성인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접종 시기나 순서를 다음으로 미루고 싶다'는 답변이 26.8%, '접종을 거절할 것'이라는 답이 4.9%로 나왔다. 전체 응답자 31.7%가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표출했다. 적어도 10명 중 3명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용해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재활시설 등에서 만 65세 미만 입원·입소·종사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한다는 방침에 불만과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인 26일에 코백스로부터 확보한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이 국내에 도착한다고 알려졌다. 정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이용하는 접종에 대한 기피현상이 요양병원 의료종사자 사이에서 관측되는 가운데 접종을 거부한 한 간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원래 화이자나 모더나일 경우에는 요양병원이 먼저가 아니었지 않았나"며 "(아스트라제네카로 바뀌면서) 우선순위가 (요양병원으로) 바뀐 거에 대해서도 내가 실험대상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한 문장에 언급하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표출했다.
이처럼 특정 백신에 대한 기피는 다름 아닌 특정 백신에 대한 선호의 표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예방효과가 더 높은 백신을 희망하고 선호한다는 입장은 개인 고유의 선택권이며 이는 선호하지 않는 백신에 대한 '기피' '의심' '불만' '연기' '보류' '거부'라는 다양한 표현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총 7900만명분 도입 추진분에는 예방효과 95% '쌍두마차' 화이자 백신의 직계약 1300만명분과 모더나 백신의 직계약 2000만명분이 포함되어 있다. 도합 3300만명분에 달하는 두 백신의 직계약 추진에서 도입시기 확정분은 350만명분이다 . 전체의 10%대 초반에 그치면서 실낱 같은 희망고문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고로 미국 FD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심사를 미루고 있다. 그 배경으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자국 내 최우선적, 안정적 공급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