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논단> 코로나19 백신, 인류의 대반격?
김정기 교수 <고려대 약학대학>
입력 2021.01.20 18:18 수정 2021.02.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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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으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지 일 년여 만에 전 세계에서 9천 5백여 만 명의 공식적인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이중 2백만여 명이 사망하였다. 전 세계 치사율은 현재 2.14%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1월 20일 관광차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우한 주민이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크고 작은 세 차례의 유행을 거쳐 2021년 1월 18일 현재까지 7만 2천여 명의 확진자와 1천 2백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전 세계 치사율 대비 다소 낮은 편인 1.74%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팬데믹)은 북반구의 겨울철이라는 계절적인 요인과 맞물려 미국 및 유럽의 일부 국가들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코로나19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 그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반전시킬 희소식이 들려왔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독일의 생명공학 기업인 바이오엔테크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BNT162b2)과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mRNA-1273)의 임상 3상 결과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은 지난 2020년 12월 8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대반격이 시작되었다고 국내외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하였다. 인류의 대반격! 과연 코로나19 백신은 인류의 대반격인가? 일단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류가 코로나19에 대하여 대반격을 시작한 것은 맞는다고 본다. 그러면 대반격의 승패는 어떠할까? 이 부분에 대하여 몇 가지 따져보고자 한다.
백신은 다른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효능과 안전성이 관건이다.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은 4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95%의 방어율을 나타냈으며, 이는 나이, 성별, 인종, 민족 등의 변수에 관계없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더나 역시 자사의 백신이 3만여 명을 대상으로한 임상 3상 시험에서 유사한 결과(94.1% 방어율)를 도출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일단 방어율로 대변된 백신의 효능 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백신 효능 평가의 지표로 사용되는 항체가 및 세포성 면역 지표에 대한 임상 3상 시험 데이터 분석 결과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 부분도 향후 검토해 볼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면 안전성은 어떨까? 두 백신은 모두 mRNA를 기반으로 하는 백신이다. RNA는 체내에서 RNA 분해효소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질막으로 둘러싼 나노입자 형태로 만드는 플랫폼을 가진다. 지질막 나노입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 면역반응을 자극하여 백신의 효능을 높이는 반면, 이로 인해 과도한 면역반응에 의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임상 3상 시험에서 두 백신은 모두 일시적인 경미한 이상반응을 보였으며, 일부의 대상자에서는 비교적 중증의 전신성 이상반응을 보였으나, 사망사례 등 매우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았을 때, 두 백신은 지질 나노입자 플랫폼이라는 태생적인 특성으로 인해 다른 감염병 백신보다는 이상반응 빈도수나 정도가 다소 높아 보이며, 이러한 점은 미국 FDA 백신자문위원들도 어느 정도는 인정한 듯 해 보인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하므로 백신의 안전성 우려 대비 백신 접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잠재적 우의에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따라서 현재 긴급사용이 승인되어 접종되고 있는 백신들이 임상시험과 유사한 효능 및 안전성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향후 모니터링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난 2020년 12월 8일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처음 접종된 이래, 현재까지는 대부분 1차 접종이기는 하나, 2021년 1월 11일 기준으로 한 달여 동안 42개국에서 약 2천4백 명이 접종을 받았다. 향후 한 국가 또는 나아가 전 세계 인구의 50∼60%가 백신을 접종 받게 되면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금물이다. 

이와 같은 견해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이례적으로 높기 때문에 인구의 50∼60% 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 즉 90∼100%는 백신을 접종 받아야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팬데믹 종식은 일부 국가가 아닌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만큼 집단면역 형성까지는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둘째, 관건은 항체지속기간이다. 연구결과들마다 자연감염에 따른 코로나19 항체지속기간은 다소 차이가 난다. 일부 연구결과에서는 항체지속기간이 3∼6개월 정도인 것으로 보고하였고, 한 연구결과에서는 기간이 지날수록 혈중항체농도가 점차 줄어들기는 하나 감염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항체가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면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지속기간은 어떨까? 이 부분은 백신 개발 시점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명확히 알 수가 없다.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지속기간은 백신을 개발한 각 제약사에서 추적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들을 고려해 볼 때, 방어율을 나타낼 정도의 혈중항체농도 지속기간은 일 년을 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독감 백신과 같이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최근 영국발, 남아공발, 브라질발 등 변이 바이러스 문제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는 자연감염에 의해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들이다. 향후 백신 접종이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될 경우, 바이러스는 백신을 장벽으로 여겨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것이다. 즉, 백신 접종은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가속화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들이 백신의 효능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다. 만일 지금까지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들이 백신의 효능에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향후 백신 접종으로 인해 발생할 변이 바이러스들은 백신의 효능을 감소시키거나 경우에 따라 무력화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 백신의 ‘트로이 목마 효과(Trojan horse effect)’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및 모더나 백신이 90% 이상의 방어율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 해당 백신들이 체내 바이러스 증식까지 완벽히 억제하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백신이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감염을 억제하였을 수도 있으나,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감염이 발생하고 체내에서 일정량의 바이러스 증식이 진행되나 임상증상 발현만을 감춰주었을 수도 있다. 즉, 백신이 감염에 따른 임상증상 발현만을 억제하여 무증상 감염화 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일 백신 접종자가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미접종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백신 접종자들도 지금과 같이 개인 방역을 엄격히 준수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생각하는 코로나19 백신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코로나19 백신은 천연두나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과 달리 완벽한 방어율을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위중증으로 임상적 예후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줌으로써 65세 이상의 고연령층이나 기저질환 확진자들이 사망하는 사례를 크게 낮춰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방역의 패라다임은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 환자에게서도 폐섬유화와 같은 중증 후유증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져야 방역 조치 완화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백신 접종에 따라 가속화될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 초기에는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증가하고 병원성은 유지됨에 따라 코로나19 상황이 보다 더 악화되겠지만, 지속적으로 돌연변이가 진행될 경우, 진화론상 바이러스는 점차 병원성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면 매년 겨울철마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계절형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양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정리해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의 높은 방어율로 전파를 차단하여 종식될 가능성 보다는 백신 접종이라는 인류의 대반격으로 말미암아 치사율이 지금보다 현저히 낮아지고 백신 접종에 의해 가속화된 돌연변이로 병원성이 낮아진 변이 바이러스가 우점종이 되면서 계절형 코로나19 바이러스화 되어 종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해 본다.

<필자소개> 
김정기 교수는 미국 캔사스주립대학교에서 이학박사(바이러스학 전공) 학위를 받고 미국 세인트 쥬드 아동연구병원 박사후연구원(바이러스학 전공)으로 근무했다. 이후 귀국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겸임교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쳤다. 현재는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변종 감염병 대응기술 전문위원, 질병관리청 검역전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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