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미국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약국이나 슈퍼 마켓을 들어갈 수 없다는 행정명령이 발동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코로나 19 감염 진행 정도가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오히려 내 주위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큰 아이의 동료가 열과 기침등, 코로나 증세로 14 일간 자가격리를 하고 있어 딸 아이가 그에게 음식과 약을 전해 주었고, 둘째 애가 일하는 곳에서는 확진자가 나와 둘째가 검사를 받고 음성으로 판정을 받았다. 나도 찝찝해 검사를 받았더니 음성으로 나왔다.
5월 15 일 현재, 미국 전체로는 확진자 수가 150만명을 넘었고 워싱턴 지역 (워싱턴 DC, 메릴랜드, 버지니아) 의 확진자 수도 7만명을 돌파하였다. 그 중 사망자는 3179명, 중증으로 입원 환자도 3468명에 달하였다. 그에 비해 한국의 확진자 수는 11,000명 수준, 워싱턴 지역 인구가 총 1520만명이니까 한국 수준으로 되려면 3000여명 정도인데 무려 21 배 이상의 감염자가 나왔다. 그래도 우리 지역은 뉴욕 주의 확진자 수 35만명에 비하면 지극히 양호한 편이다.
지역감염을 더 이상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전례없는 강력한 조치를 발동하고 있다. 병원, 약국, 슈퍼 마켓, 은행, 주유소등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업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업종은 문을 닫았다. 음식점들은 전화나 인터넷주문에 의한 Take out 형태로만 운영되며 기본적으로 5명이상의 모임은 금지되었다. 그에 따라 학교는 휴교하였고, 미사, 예배등 종교집회도 전면 중지되었다. 이 조치가 시행된지 벌써 8주가 지났다.
1775년 미국이 아직 영국의 식민지이던 시절, 후에 버지니아 주지사가 된 패트릭 헨리는'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리치몬드의 작은 교회에서 미국민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가 자유를 유지하려면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수많은 불가침의 권리들을 보존하려 한다면 우리는 싸워야 합니다!" 페트릭 헨리의 이 연설에 감동받은 미국민들은 결국 영국을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하였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라는 이 구호가 지난 달 미시간 주를 비롯한 미국 여러주에서 다시 울려퍼졌다. 심지어 이들은 총기로 무장하고 주의회 청사로 진입하면서 마스크도 안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깡그리 무시했다. 내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에서도 지난 15일 수 백명의 시위대가 주청사가 있는 애나폴리스에 모여 주지사 래리 호건은 독재자라며 봉쇄명령을 해제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 온 사람들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한국의 방역 당국이 감염경로를 찿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 확진자에 이어 한국의 방역당국은 성공적으로 감염 경로를 찿아내어 더 이상의 코로나 확산을 방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보면 정말 머나 먼 나라의 이야기 일뿐이다. 여기선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그냥 14일간 자가 격리 외에 감염경로 추정이라는 것은 전혀 없다. 14 일 격리 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면 끝.
내가 어떻게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고 내가 누구를 감염시켰는지도 모른다. 방역당국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 수도 없다. 그럴러면 개인의 사생활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경로를 모르니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도시 전체를 봉쇄할 수 밖에 없다. 자유를 갈구하는 한 시위대의 팻말이 섬찟하다. Give me Liberty, or Give me Covid-19! 아쉽게도 이들은 개인의 자유를 갈망하지만 '모두를 위한 자유' 라는 공동체 의식은 없는 것 같다. 현재로선 미국의 코로나 종식은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