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질병! 장내 미생물에 주목해야
크론병(Crohn's disease) 환자인 문모(35)씨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이다. 직업 특성상 불규칙한 식사를 자주하거나, 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한 끼를 때우기 일쑤였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과 담배를 하지만 여느 직장인들처럼 일반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지 설사와 복통이 잦아졌으나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 여겼다. 수개월 정도 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설사와 체력저하로 회사생활이 어려워지고서야 의료기관을 찾게 되었다. 크론병으로 진단받고, 대증요법으로 항생제와 소염제(항염증제)를 복용했지만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문씨는 의료비 부담은 커져 가고 있는데 경제활동은 할 수 없게 되어서 막막함에 미래를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문씨를 괴롭히고 있는 크론병은 만성적인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내 어디서나 깊은 궤양이 띄엄띄엄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대장에 국한하여 얕은 궤양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궤양성대장염과는 구별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에 빈발하는 질병으로 유전병이라기보다는 가족성 질환으로서 매년 약 4.1%씩 증가하고 있다(건강심사평가원). 섬유소가 적고 기름지며 설탕이 풍부한 도시형 식생활이나 항생제(살균제)를 남용하는 의료 환경 등으로 장내 미생물숲이 파괴되어 일어나는 염증성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장암 발병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45명으로 세계 1위 국가이다(WHO, 2015년)
장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은 오랜 채식으로 육식을 해온 서양인 보다 장이 긴 편이며, 경제성장으로 육류소비는 증가하고, 도시화로 가공식품은 범람하며, 고도성장의 후유증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발생하는 ‘현대 질병’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대 질병은 희귀난치성 질환이지만 환자의 증가추세가 계속되고 있어서, 식생활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병인구가 2만을 넘어서 조만간 희귀질환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 영향조사와 청소년 건강형태 온라인 조사 결과(2017)를 보면, 고교 진학 이후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과 음주,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높았다. 사회에 진출하여 왕성하게 일할 젊은 나이에 고등학교 시절에 익힌 식생활 습관으로 인하여 장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고통을 마주하게 될 것이 우려되는 조사 결과이다.
우리 몸은 3종류의 유전자 하모니.
질병을 이해하려면 신체에서 벌어지는 3종류 유전자의 오케스트라 하모니를 보아야 한다. 첫 번째 종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전자로서 부모로부터 받은 염색체 23쌍이다. 세포핵 내에 있는 이 유전자(nuclear DNA)는 부모조차도 선택하지 못하고 임의로 선정된 것이다. 세포염색체 23쌍은 ACGT 4종의 DNA 염기로 32억 개가 연결된 DNA 염기 서열이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이 DNA 염기 서열의 2%만이 mRNA로 전사되며, 단백질을 합성하는 약 2만여 종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둘째 유전자는 핵 밖에서 소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자체의 유전자(mitochondrial DNA: mtDNA)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숙주 진핵세포내로 진입하여 에너지 생성을 도와주며 공생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포내 공생설). 모계로 이어지는 이 유전자는 미생물과 같은 생물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항생제나 방부·살균제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유전자는 인체를 둘러싸고 거주하고 있는 인체 미생물 유전체(human microbiome)이다. 식·의약 생활을 조절하여 우위를 점유하는 미생물을 변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체(genome)이며,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 관심을 받고 있는 신약개발 대상이기도 하다.
장내미생물숲 속을 들여다보기
인체 미생물의 대부분은 세균(bacteria)이며, 장속에 살고 있어 ‘장내세균’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장내세균총(micro-flora)은 장속에서 숙주인 인간이 섭취한 영양분으로 기생하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평소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내 안에 있는 생명체인 장내미생물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혐기성 세균 배양기술, 무균동물 실험기술 및 유전체 분석기술 등의 발달로 장내 미생물과 장내 환경 전체를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체 미생물은 인체 세포 약 37.2조 개의 약 3배인 100조 개 정도의 높은 밀도로 인체 안팎에서 살고 있다. 수백 종이상의 인체미생물은 인간 유전자 약 23,000개의 100배 이상인 수백만 개의 유전자(microbiome)를 가지고 있으며, 숙주인 인체와 상호작용하여 미생물숲을 이루고 있다. 인체미생물은 숙주의 생존이 자신의 생존이라는 운명공동체로 진화하여, 침입한 생물이나 섭취한 화합물을 맞이하는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인체의 항상성 유지나 질병과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과거 빈곤하던 시절에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 병으로 많은 생명을 잃었다. 미생물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독한 생명체’로 인식하여 항생제(antibiotics)를 사용하여 박멸하고자 하였다. 현대에는 소화관 질환, 대사성질환이나 면역질환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예방 및 치료제로서 ‘병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에서 답을 구하고 있다. 건강한 장내미생물숲의 정확한 구조나 기능에 관하여 밝혀야 할 각양각색의 미스터리가 남아있기 때문에 최근에 미생물학, 면역학, 컴퓨터 생물학, 임상의학 및 식품영양학 등에서는 장내미생물을 최고의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장내미생물숲은 서로 다른 작용과 역할을 하는 미생물 군락들이 효율적으로 연결된 ’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를 형성한 ‘6번째 장기(forgotten organ)’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숙주와 상호작용을 약식동원(藥食同原)과 관련된 연구의 핵심으로 하여 생체 항상성 유지나 질환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2. 장내미생물 이해
현대인은 산업화에 따라 식생활을 서구식으로 하고, 소득 증대로 외식을 빈번히 하며, 바쁜 생활로 간편한 식사를 자주한다. 고지방 식품 섭취가 늘어나고 설탕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능의 식품첨가물을 가미(加味)한 식품을 소비한다. 식생활이 변함에 따라 소화기관을 근거지로 하는 새로운 현대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 질병은 소화관내 염증성 질환을 비롯하여 대사성 질환, 나아가서는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넓혀지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질병이 뱃속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에 의한 영향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장내미생물이 건강관리에 중요한 논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뱃속에 자리 잡은 장내미생물과 건전한 공생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 환경에서 생태계를 형성한 장내미생물숲은 어디에서 와서 무엇으로 성장하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세 살적 장내미생물숲 여든까지 간다.
장내 미생물은 출산(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경로에서 유래한다. 자연 분만의 경우 출산 과정에서 모체의 산도(産道)에 살고 있는 질내 미생물이 아기를 도포하고, 수유에 따라 서서히 소화관 전체로 퍼져 나아간다. 소화관 벽에서 미생물간에 협력과 경쟁으로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며 미생물숲을 형성하게 된다. 제왕절개의 경우는 산모의 피부 미생물을 위주로 하여 소화관내에서 미생물숲을 형성한다. 모유는 서서히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를 증가시켜 우점균(優占菌)으로서 자리를 잡게 해준다. 분유를 먹는 아기에게서는 퍼미큐테스문(Firmicutes)과 비피도박테리아가 비슷하게 관찰된다. 퍼미큐테스문(門)의 점유율 증가는 비만을 가져올 수 있다. 생후 1~2년 동안에 소화관 점막과 표피의 환경에 맞춰 미생물은 부락을 형성하고 구성을 최적화하여 복합공동체를 이룬다. 숙주의 소화관 성장과 발달에도 기여하며 3살까지 성장하여 성인과 같은 윤곽을 갖게 된다. 세 살적 뱃속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숲과 장관상피세포들과 상호작용
소화관은 특수하게도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을 포함하여 여러 종의 미생물이 다양한 항원을 항상 드러내고 있는 환경을 갖는 장기(臟器)이다. 출산경로에서 유래한 미생물들은 주로 섭취한 음식물 조성이나 소화액 등의 환경에 맞춰서 성장한다. 장내 미생물은 서식지 소화관내에서 적자생존과 상호공생의 관계로 미생물 매트(microbial mats)를 형성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열대정글의 생태계를 모방하듯 숲을 이루고 있다. 즉 소화관 벽에 잘 부착하는 A균과 잘 부착하지는 못하지만 A균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B균, B균을 활성화 시키는 C균 등이 서로서로 얽혀서 사회를 형성하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장내미생물은 소장하부나 대장에 있으며, 소장에서 사람이 이용하고 남은 음식물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물질대사(발효)를 한다. 대사산물은 장관의 상피세포, 면역세포, 신경세포, 내분비세포 등에 작용하여 발육과 생체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가 무균인 마우스는 IgA 항체나 T 세포 분화·증식이 저하된 것으로 보아 장관면역기구의 구축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Outside-in).
또한, 소화관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미생물은 수 천 종류이지만 대개는 수백여 종으로, 종류와 양은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장 내용물(분변과 유사함)의 약 1/3 정도를 차지한다. 약 1.5Kg으로 뇌의 무게와 거의 같다. 숙주의 장관상피세포는 생리물질을 장내로 분비하여 일선에서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미치며, 적절한 밀도로 관리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내미생물숲을 유지하고 있다. 공생을 허락받은 유익균이라 하더라도 너무 많지 않도록 항균물질(C형 렉틴)이나 IgA 항체(immunoglobulin A) 등을 분비하여 적절한 밀도로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Inside-out). 숙주(인체)와 장내미생물은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장내미생물숲의 환경체계(ecosystem)를 형성·유지하여 상호 평화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인체미생물(human microbiota)은 체질과 건강을 좌우하고 있어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이”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뱃속 미생물이 뇌를 지배한다.
장내미생물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워싱턴대학교 고든(Jeffrey Gordon) 연구팀이 2006년 저명한 학술지 “Nature”에 ‘장내미생물이 비만과 관련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부터이다. 비만해진 마우스에서는 정상 마우스에 비해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에 속하는 균이 적어지고 퍼미큐티스(Firmicutes)에 속하는 균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규명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미국 예일대학교 쉴만(Gerald Shulman) 연구진은 장내미생물과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장내미생물은 인체가 소화하지 못해서 결장에 도달한 식이섬유를 당화발효(saccharolytic fermentation)시켜 초산, 프로피온산, 낙산과 같은 짧은사슬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s)을 만든다. 짧은사슬지방산은 혈액-뇌 관문(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위(胃)에서는 공복호르몬 그렐린(ghrelin: hunger hormone) 분비를 촉진시키고,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숙주인 인간이 과잉의 칼로리를 섭취하여 비만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밝힌 것이다. 장내미생물숲이 숙주인 인체의 생리기능을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강장동물 히드라(hydra)는 장내미생물과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는 항아리(강장) 같아서 배설 기능도 없었다. 히드라가 입과 장 및 항문으로 연결된 형태의 고등 동물로 진화하면서 장내 미생물이 신경조직에 작용하여 두뇌로 발전시키고(장-뇌축 관계 : gut-brain axis 형성), 장(腸)도 튼튼하게 발달시켜서 자신을 연속해서 증식할 수 있도록 배설 기능을 갖추게 한 것이라 한다. 숙주와 단순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관계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소화관 벽에는 척수에 있는 신경세포보다 많은 약 1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장과 뇌는 약 2,000 가닥의 신경섬유로 연결되어 사고기능에도 관여한다. 또한 장에 있는 장관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와 발생기원이 같아 뇌에서 생산하는 호르몬을 장 신경세포에서도 생산한다. 장내미생물은 세로토닌, 가바(감마아미노부티르산)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만들어내어 사람의 기분(걱정, 우울,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하는 생리기능에도 관여하고, 기억력과 학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 2의 뇌(Second Brain)’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 ‘장(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라는 말이 있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50%이상 만들어 내는 곳이 소화관이며, 장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일찍 알고 있었던 듯싶다. 태아의 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곳이 ‘소화관’이라고 한다. 장은 감정이 있고, 뇌나 척수의 지시 없이도 반사작용을 일으키는 내재성 신경계를 갖추고 있다. 장은 전신에 영양분과 활동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뇌와 연결하여 별개의 독립적인 판단능력을 갖추고 신체도 조정하고 있다. 또한, 슬픔과 아픔을 ‘창자를 도려내는 아픔 [斷腸]’으로 표현하거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도 연결되는 모양이다. 면역학과 노인학을 개척한 노벨 생리의학상의 매치니코프(Ilya Ilyich Mechnikov)는 “죽음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현대 생활에서 더욱 중요해 지는 ‘장’을 알고 건강하게 지켜야겠다.
3. 장내미생물숲 생태계의 다양성
장내미생물숲은 왜 유익균으로만 구성되어있지 않은 것일까? 모든 개체의 존재는 변해야 생존할 수 있고, 생존한 변이는 후손에 물려주며 생명주기(life cycle)를 완성한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보면, 경쟁과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한 변이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되어 현존하는 것이다. 미생물도 생존하기 위해 먹이로 삼거나 이용하거나 경쟁하는 등 수 많은 협력과 공동 작업을 한다. 장내에 유익균만 있지 않고 유해균도 공존하면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장내미생물숲도 종간(種間) 상호작용을 하는 생명체로 구성된 복잡한 생태계로서 다양성이 높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이 상실되면 먹이사슬에 대 혼란이 초래되어 특정 미생물 집단의 증가나 감소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생태계내의 모든 종은 다양성을 유지하여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 미생물도 다면성을 가지고 장내에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화관 미생물의 역할
일반적으로 유익균이 소화관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균이 침입하면 질병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몸 안에 상주하는 미생물은 외부에서 침입한 미생물에 대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텃세를 부려서 제거하는 ‘미생물 면역’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어는 유익균만의 몫은 아니다. 장내 유해균들조차도 장벽(腸壁)에 붙을 수 있는 자기 자리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식량을 공유하기를 원치 않는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소화관 면역세포들을 활성화 시켜서 자신의 항원을 기억하게 하여 방어능력을 갖게 한다. 백신을 맞는 것처럼 다양한 미생물 항원에 대항할 수 있는 갖가지 항체를 확보하여 건강을 지키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내로 침입하는 병원성 항원에도 분비형 항체무기(sIgA)를 동원하여 제거할 수 있어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특정한 화학 구조물에 대한 인식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적응성 면역’도 유익균만의 몫은 아닌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장내미생물 다면성
한편, 대장에서 유해한 균들의 감염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비피더스균, 애시도필러스균(Acidophilus) 등이라 하더라도, 서식지가 다른 구강에서는 당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여 치아에 손상을 주는 충치유발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서로 모순된 듯 보이지만 이러한 이중성은 자연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대장균,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균(Bacteroides fragilis) 등과 같이 건강할 때는 비타민도 공급하고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면역이 약화되거나 환경조건이 주어지면 질병을 일으키는 기회감염균도 많다. 특히 한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해균의 대명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는 미국의 마틴블레이저(Martin J Blaser) 박사 연구에 따르면 위염 발생률을 높이지만 상대적으로 천식이나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률은 낮춘다고 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낮아지면 식도 역류질환이 많아지고 식도선암이 증가하게 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있으면 위에 있는 제어성 T세포(regulatory T cells)의 억제 기능이 천식과 알레르기로부터 숙주 보호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 소화관에 서식하는 모든 세균들은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분류하기 쉽지 않은 다면성이 있다.
소화관과 미생물의 상호 관리
장관상피세포에는 원주상피세포, 점액 뮤신(mucin) 생성 배(杯)세포, 항원 먹는 M세포, 항균물질 생성 파네트(paneth‘s)세포, 자연 면역 담당 ILC3 (3형 자연임파구, group 3 innate lymphoid cells), IgA 항체 생산 Peyer's patch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장관상피세포는 장내세균과 대치하는 최전방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을 적절한 밀도로 관리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내미생물숲(gut microbiota)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장내미생물숲은 소화관에서 섭취한 음식이나 장내 화합물 조성 환경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다. 장내 미생물군집 구성이나 발효·대사에 의해 생성되는 산물이 장관상피세포나 면역세포, 신경세포나 내분비세포에 작용하여 생체기능 전체에 영향을 준다, 인체와 장내 미생물군집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복잡한 장내생태계를 형성하여 상호 평화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장내미생물숲과 숙주는 하나의 집합체(super-organism)로 간주하고 있다.
소화관 미생물의 균형과 항상성 파괴
장내 환경은 평상시에는 절묘한 균형으로 항상성을 유지하고,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나 스트레스, 노화 등에 의해서 이 균형이 다소 붕괴되더라도 원래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여 독소를 생산하는 장내세균을 활성화 시킨다. 독소생성 미생물이 증가하면, 인체내 세로토닌의 90%를 저장하고 있는 장크롬친화성 세포는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려서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설사를 통해 독소를 체외로 배설하여(장내미생물-장-뇌 축: microbiome-gut-brain axis) 복원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숙주인 인간의 유전적인 내적 소인이나 과도한 항생물질 사용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서 장내상피세포나 면역세포에 기능 이상이 생기고 장내미생물 핵심종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에 대 혼란이 오고 시스템이 붕괴(dysbiosis)될 수 있다. 그 항상성이 무너지면, 장내 감염을 방어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 등의 장관(腸管)관련 질환을 비롯하여 비만,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의 발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장내미생물숲 다양성의 중요성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남아프리카 농촌지역의 원주민 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고단백·고지방·저식이섬유의 전형적인 서구의 식습관이지만, 남아프리카인은 역으로 고식이섬유·저지방식이다. 이들의 식사 내용을 2주간 교환해서 장내 환경 변화를 보았다. 농촌지역 식사를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장내에서 당질대사발효가 촉진되었다. 제어성 T세포(Treg cells) 분화를 유도하는 짧은사슬지방산(SCFA) 일종인 낙산 생산량이 증가하고, 장내 염증 표지(marker)도 낮아졌다. 한편으로 서구식을 섭취한 아프리카인은, 이 지표들 전부를 악화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식습관 변화가 장내 미생물숲 환경을 변화시켜 질병이나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어 다방면에 대한 방어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장내미생물숲 다양성 붕괴(Dysbiosis) 원인
숙주(사람)의 감염원에 대한 방어능력이 감염증 발병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대장균에 감염되었어도 설사가 일어나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화관에 자리 잡고 있는 상주 미생물들은 1선에서 저항한다(미생물 면역). 토착 미생물들은 자신의 터전과 식량을 공유하지 않고 텃세를 부려 감염원 대장균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숙주의 장관 상피조직도 대장균에 반응하는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항체 IgA와 항균물질을 분비하여 침입한 감염원이 자리 잡지 못하게 제거한다(적응성 면역). 이런 감염원 퇴출반응이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감염증을 일으키는 정도도 다르다. 그러나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을 소비하는 서구화된 식생활, 반복적인 음주, 적절하지 못한 항생제 노출 등으로 장내미생물숲의 다양성이 붕괴되면, 이롭던 선순환 구조는 균열이 생기고 악순환이 장기화 되면서 장내미생물숲의 이점은 줄어든다. 소화기관 염증을 비롯하여 아토피, 자가면역 질환, 당뇨병, 천식, 간 손상, 파킨슨병, 노화촉진, 암 등이 발생하여 건강은 부정적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장내미생물 교란(dysbiosis)의 원인과 발단에는 부패, 발효, 결핍 및 과민등 4가지 요소가 있다.
지방과 육류가 많고 식이섬유가 적은 식사는 장내 부패(Putrefaction)를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이 1970년대 5.2kg에서 8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약 50kg에 달한다. 또한 구워먹는 조리방식을 선호하기에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의 생성이 많다. 더욱이 서구인에 비해 장도 길어서 부패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방을 필요로 하는 미생물들이 대장에서 세력을 형성하면, 장에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하여 뇌를 통해 기름진 음식을 자주 찾게 만들어 장내부패를 초래한다.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이 요구하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다. 부패는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을 감소시키며, 담즙의 흐름을 빠르게 하여 세균성 우레아제 활성을 유도한다. 유익한 영양소를 감소시키고, 발암물질이나 암모니아를 증가시켜서 신체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내에서 담즙산을 대장암 촉진자로 대사하는 세균성 효소의 농도와 활성을 높이고, 배설형 에스트로겐을 탈포합 시켜서 재흡수로 인한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 상승으로 유방암 발생을 촉진한다.
설탕이 많은 식사가 계속되면 소화관내에서 효모나 세균을 과잉으로 증식시켜서 발효(Fermentation)에 의해 내인성 에탄올이 생성된다. 정제 곡류나 단순당(설탕)이 많은 식사는 장내에서 단 음식을 좋아하는 균주를 증식시키고,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든다. 단순당은 위산 감소, 장운동 저하, 면역 약화 및 영양결핍 등으로 이어진다. 가공식품의 범람도 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맛을 더하고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조미료나 착색제 및 방부제 등의 화학첨가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WHO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증류주(酒) 소비국이다. 에탄올에 만성적으로 노출 되면 장점막이 손상되어 점막세포와 점막세포 사이의 치밀한 결합(tight junction protein)이 느슨해져서 투과성이 높아진다. 잇몸병(치주 질환)으로 인해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해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장 투과성이 증가되면 흡수되지 말아야 할 거대분자나 장내 세균이 순환계(혈액)로 들어가서 세균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염증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등을 야기한다. 심한 경우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항생제를 오남용하거나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사는 유익한 장내세균 Bifidobacteria, Lactobacillus 등을 결핍(Deficiency)시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특히 ‘광범위 항생제’ 퀴놀론과 세팔로스포린의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8.6명으로 OECD국가 중 1위이다.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사는 유해균을 과다 증식시킬 수 있고, 장내미생물숲이 왜곡되어 장누수증후군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의 과민증을 초래한다. 면역반응이 격화하여 정상 장내미생물과 반응하는 비정상적인 과민(sensitization)반응이 나타난다. 과민반응은 염증성 장질환, 강직성 척추염, 거대적아구 빈혈, 류미티스 관절염, 기타 결합조직 질환 및 건선이나 여드름 같은 피부 질환 등에도 관여한다. 이 면역 반응성 세균 성분에는 인체 조직과 교차반응을 하는 독소도 포함되어 있다. 탄수화물 과민증과 젖산 과잉생성으로 전신이 지나치게 산성화 되는 산혈중(acidosis)을 초래하기도 한다. 부패와 결핍은 상보적 관계로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과민반응이 나타난다.
장내 미생물 교란(dysbiosis)으로 일어나는 장질환
장내 미생물 교란(dysbiosis)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염증성 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이다. 숙주 면역반응 변화와 장내미생물 다양성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내 미생물 교란은 일어난다. 생리적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을 통해 장관상피에서 활성인자나 대사물질을 분비하여 장내미생물숲의 다양성에 영향을 주고, 장-뇌 축(gut-brain axis) 작용에 의해서 장관상피벽재신경총(enteric nervous system)과 미주신경 신호를 작동시켜 회맹부(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를 기점으로 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나 대장에서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한다고 보고 있다. 기능성위장관장애(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 또한 뇌와 장의 부조화나 항상성 장애로 생기는 질환으로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 제어
산업화에 따른 소득증대로 육류의 소비가 급증하여 장이 부패하기 쉬워지고, 간편식과 가공식품의 범람으로 유해균이 늘어나고, 내인성 에탄올로 장점막이 느슨해져서 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공식품에는 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을 다량 사용하고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조미료나 착색제 및 방부제 등의 화학첨가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균과잉 성장은 영양소 코발라민을 과다 소모시켜서 비타민 B12 결핍으로 인한 거대적아구성 빈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우선 명심해야 할 것은 면역력을 유지해야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들도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 대부분은 건강상태에 따라서는 유해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기회감염균이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을 통제할 수 있는 장내환경을 유지해야 건강한 장내미생물숲도 보존할 수 있다. 장내환경은 스트레스, 호르몬 등 내인성 인자와 음식물, 약물, 외래 미생물 등 외인성 인자들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해야 하고,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음식물과 약물도 사려 깊게 선택하고 소비해야 하겠다.
4. 장 건강에 주의해야 할 식품과 의약품
장내 부패를 일으키는 주요 식품은 지방과 육류가 많고 식이섬유가 적은 것이다. 2015년 10월 22일 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processed meat)’과 ‘적색육(red meat)’ 섭취가 대장암과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가공육은 향미 증진 혹은 보존 개선을 위해서 절임, 건조, 발효, 훈제 등의 변형 과정을 거친 식육을 말하며, 적색육은 비가공 포유류 살코기를 일컫는다. 국제적으로 육류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그 위해도가 적다고 할지라도 과도한 섭취는 여러 암과 관련성이 있어서 역학 연구(epidemiological studies)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고온의 조리 과정이나 식육 가공 과정에서 N-니트로소화합물(NOC),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헤테로 고리 방향족 아민(HAA) 등 발암물질로 알려지거나 추정되는 물질을 생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양 결핍을 방지하고 손상된 세포 재생을 위해서는 고단백 식이는 필요하다. 국제암연구소장 크리스토퍼(Christopher) 박사는 영양적 가치와 위해성에 균형을 갖춘 육류 소비가 요구된다고 했다.
좋은 식품도 과다 섭취는 금물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난황, 콩기름, 간, 뇌 등은 인지질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인지질 레시틴(phosphatidyl-choline), 알파-글리세릴포스포릴콜린(alpha-glyceryl- phosphoryl-choine; GPC) 등은 콜린(choline)을 구성성분으로 뇌 활동에 이로운 것이라고 식이보조제로 거래되고 있다. 적색육에 존재하는 카르니틴(1-carnitine)도 인터넷상에 다이어트 보조제로서 유통되고 있다. 콜린이나 카르니틴을 많이 섭취하면 맹장이나 대장에서 장내세균에 의해 생선 비린내 나는 트리메칠아민(trimethylamine; TMA)으로 대사된다. 장에서 흡수된 트리메칠아민은 간에서 대사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트리메칠아민옥사이드(trimethylamine-N-oxide; TMAO)로 변환된다. TMAO는 대식세포에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증진시키고, 동맥내부에 두꺼운 플라크를 형성하는 아테롬성 동맥경화증을 촉진하고, 또한 뇌졸중, 심장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베타인(betaine)도 미생물에 의해 TMA로 전환되므로 같은 부작용을 추정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 보다 잡식성 사람이 더 많이 TMAO가 생성된다(Koeth RA et al: Nat Med 19 576-85, 2013). 식품도 의약품과 같이 과도한 섭취가 건강상 위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림. 식이콜린(choline)류의 장내미생물 및 간 대사에 의한 심혈관계 부작용 발생경로
인공감미료(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 칼륨 등)는 단맛으로 당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당뇨병이나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인공감미료는 장내미생물숲을 변화(dysbiosis)시켜 혈당 농도가 상승하고 비만과 내당능(耐糖能)이 악화되는 결과를 보였다(Suez J et al.: Nature 514, 181-6, 2014). 또한 단맛은 열량이 있다는 신호이고, 단맛이 강할수록 열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량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설탕대신 인공감미료를 먹었을 경우, 뇌는 단맛이 강할수록 열량이 많다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단맛과 열량이 일치하지 않아 뇌의 보상 회로에서 착각을 일으킨다. 뇌의 보상 회로는 열량을 적게 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로서 체내 신진대사활동을 줄여 체중이 늘고, 식후 포도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대사성 증후군이나 ‘2형 당뇨병‘으로 발전될 수 있다(Bian X et al.: PLoS One 12(6) e0178426, 2017).
식품첨가물 유화제는 식품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식감을 더하기 위해 주로 샐러드드레싱, 빵, 과자류, 아이스크림, 마가린 등에 첨가한다. 유화제 카르복시메틸셀룰로스(CMC)와 폴리소르베이트-80(P80) 등은 저농도에서 장내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장벽의 점액층과 장내 미생물간의 장애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은 변하고, 낮은 정도의 염증을 초래하여 대장염 발병을 촉진하거나, 비만이나 혈당치 상승을 동반하는 비만-대사증후군(obesity metabolic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Chassaing B. et al.: Nature 519 92-6, 2015). CMC는 장내 미생물에 직접 작용하여 편모단백질 플라젤린(flagellin) 발현을 신속히(1day) 증가시키고, P80는 비교적 느리게 증가시켰다. 장기간 유화제에 노출되면, 표면에 부착하는 점액 미생물의 변화에 기인하여 염증성 장질환과 대사증후군으로 발전될 수 있다(Chassaing B. et al.: Gut 66 1414-27, 2017). 이러한 유화제는 그람음성균 세포벽 성분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와 플라젤린을 증가시켜서 낮은 정도의 염증을 일으켜서 대장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Viennois E. et al.: Cancer Res 77(1) 27-40, 2016)
항생제는 장내미생물숲을 혼란 속으로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3가지 방법으로 미생물을 공략한다. 페니실린처럼 박테리아가 세포벽을 합성하는 과정을 방해하여 세포벽이 무너져서 죽게 한다. 두 번째는 세균 리보좀과 결합하여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성장하여 분열하는 과정 등에서 DNA 복제나 RNA 형성을 방해하여 번식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항생제를 감염된 부위에서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하지만, 질환의 본성과 항생물질에 따라서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초래한다. 항생제에 민감한 미생물은 죽고 내성이 있는 미생물은 더 증가하여(균교대증) 장내미생물숲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앞에서도 기술했듯이 진핵세포인 체세포 안에도 원핵세포인 미토콘드리아라는 미생물과 같은 소기관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생제 영향을 피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부작용으로서 청각 신경을 손상시키는 항생제도 있고, 치아를 얼룩덜룩하게 만들어 어린이에게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항생제는 내성으로 인해 전 세계 보건에 있어서도 큰 위협중 하나이며(WHO), 장내미생물숲 환경을 교란하여 질병을 유발하므로 장 건강을 지키는데 주요한 방해요소이다.
더군다나, 장내미생물숲이 잘 정착되지 않은 어린 시기에는 항생제에 의한 작은 교란도 성장한 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변형된 장내미생물숲을 가지고 성장하면 정신질환 등의 발생이 증가한다(Martin J B, et al. Nature 488 621-6, 2012). 항생제 오남용은 장내 유익균을 사라지게 하여 뇌의 해마 신경세포 발생·성장을 저해하여 기억력 감퇴나 치매 등의 뇌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Moechle L, et al.: Cell Reports 15 1945-56, 2016). 클린다마이신은 상당수의 장내 미생물을 사멸시켜서 탄수화물과 담즙산 대사 능력을 떨어뜨리고 장내 흡수를 저하시켜서 삼투성 설사를 일으킨다. 더욱이 기존 미생물군집에 억제되었던 병원성 균(Clostridium difficile, Salmonella kedougou 등)을 왕성하게 성장시켜 위막성 대장염이나 심각한 출혈성 대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Schroeder O. et al.: Z Gastroenterol 44(2) 193-204, 2006). 당펩티드(glyco-peptide)계 항생물질 반코마이신(vancomycin)을 비만 남성에게 투여하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저하되고, 낙산(酪酸, 브티르산)을 생성하는 미생물 비율도 낮아지고, 비만인에게서는 말초 인슐린 감수성을 낮추어 심장병과 당뇨병까지 초래할 수 있다(Vrieze A, et al.: J Hepatol. 60 824-31, 2014).
항생제를 낮은 용량으로 투여한 경우에도 장내미생물숲의 구성원의 균등도를 낮추고, 탄수화물 대사와 관련한 미생물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다. 탄수화물 대사가 증가하여 문맥으로 당류의 흡수가 증가되어 간에서 지방생성이 더욱 증가되므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간(肝)대사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서 지방과 체중이 늘어난다. 그래서 가축에서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성장촉진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비만으로 장내 퍼미큐티스가 증가하면 2차 담즙산(Deoxycholic acid, Ursodeoxycholic acid, lithocholic acid 등)이 상승하고, DNA에 손상을 가하여 염증을 유발하고 발암을 촉진하여 간암이 유발된다고 한다. (Yoshimoto S, et al.: Nature 499 97-101, 2013). 가축에 항생제 사용으로 육류 섭취로 의도치 않게 항생제에 간접 노출되고, 장내미생물숲 교란뿐만 아니라 내성의 문제도 야기된다. 의료서비스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어서 WHO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합동으로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이나 항생제 사용은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주의를 해야만 하며, 의료용 항생제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필요한 만큼만 필요한 동안 사용하여 장내미생물숲을 보호해야겠다.
5. 장내미생물숲 보호전략
옛날에는 ‘개똥이, 쇠똥이’처럼 아명(兒名)을 불렀다. 저승사자를 피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 생겨난 호칭이다. 태어난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첫돌 전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콜레라, 천연두, 결핵 등 치명적인 전염병도 한몫을 했다. 물을 정화하여 식수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예방접종이 보급되면서 영유아기 생존율은 높아졌다. 특히 의학기술 발달과 함께 항생제 사용이 큰 역할을 하여 수명까지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생물 감염병은 감소하고 있으나, 기름지고 설탕이 풍부한 음식으로 인하여 대사성 질환, 소화기염증성 질환 등 현대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은 우리 몸 안팎에 공생하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밝혀지고 있다. 현대 생활 병을 예방하거나 증세를 경감시키려면, 미생물숲(microbiota)이란 생태계의 다양성 유지가 중요해 지고 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숲을 건강하게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내를 유익균이 우점(優占)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최선책
장내 환경보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매일 먹어야하는 식품이다. 식품 선택에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애완동물에게 사료를 주듯이 장내 미생물에게도 먹이를 주어야 장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해답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이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에 유용한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어 장내 상주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주어 장내 환경을 개선시켜주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생균 집단을 투여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차선책이다. 장내에 상주하는 토착 균의 텃세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힘든 단점이 있으며 균주의 안전성도 염려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리바이오틱스는 정착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책이다. 더구나 생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충치나 당뇨병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반면에 프리바이오틱스는 채소나 과일의 식이섬유로서 부작용이 적다.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로는 숙주가 소화하기 힘든 올리고당으로서 프락토-올리고당, 갈락토-올리고당, 낙엽송 아라비노갈락탄(Arabino- galactans), 이눌린, 유산균 사균체 등이 있다.
프리바이오틱스 식품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채소나 복합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프리바이오틱스로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는 오래된 전통적 방법이다. 이러한 식품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난용성 식이섬유(이눌린, 펙틴, β-글루칸, 글루코만난)를 함유하고 있다. 양파나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야채가 많이 함유하고 있는 프락토-올리고당도 Bifidobacteria 균의 장내 점유율을 올려서 대변의 산도(産道)를 낮출 수 있는 프리바이오틱스다. 발효식품 김치 역시 좋은 프리바이오틱스다. 장내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분해하여 젖산(lactic adic), 낙산(butyric acid),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등 짧은사슬지방산(SCFAs)으로 만든다. SCFAs은 대장 염증과 발암성을 억제하는 제어성 T 세포를 증진시킨다. 고지방/저섬유식이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저하를 초래하지만, 동일세대 내에서는 고(高)섬유식이로 전환하면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채소 플라보노이드는 유해한 장내미생물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야채 식품은 장내 좋은 미생물군집의 성장과 증식을 도와주어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비만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설탕 줄이고 통곡물 섭취를 늘리자!
자연 법칙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듯이, 입이 달면 뱃속이 쓰고 입이 수고하면 뱃속이 편하다. 입맛이 낯설고 많이 씹어야 하고 소화하기 힘들어도 장내미생물과 나눠 갖는다 생각하고 거친 음식물로 바꾸도록 하자. 설탕이나 과당과 같은 단순 당이나 정제된 곡류로 만든 가공식품이 친숙할지라도 올리고당이나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나 통곡물 식사가 몸에도 좋고 장내미생물에도 좋다. 영양원을 변화시켜서 상주하는 유익균이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Kamada N, et al.: Science 336 1325-9, 2012). 또한, 식물 영양소 (phyto-nutrient)를 함유하는 식사를 하면, 유익균 클로스트리디움목(Clostridiales)은 증가하고, 정향유(eugenol)는 내점막층(inner mucus layer)의 생성을 촉진하여 점막 벽을 강화시키고, 자연면역의 증강으로 병원성 대장균 감염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Woldarska M, et al.: Sci Rep 5 9253, 2015). 모유에는 유아의 위장관에 존재하는 유익균이 이용할 수 있는 당류를 비롯하여 천연 프리바이오틱스가 가득하기 때문에 유아의 장내미생물숲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중요하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아에게는 모유를 주어야한다.
<천연의 식이섬유>
기원 |
특성 |
종류 |
함유식품 |
식물성 |
불용성 |
Cellulose |
배추, 곡류, 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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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micellulose |
곡류, 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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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tin (불용성) |
미숙과일, 감귤, 사과, 배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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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nin |
코코아, 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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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성 |
Pectin (수용성) |
배추, 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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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comannan |
곤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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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 gum |
보리, 오트밀, 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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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ginic acid |
미역, 다시마 |
동물성 |
불용성 |
Chitin, Chitosan |
게껍질, 새우껍질 |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 유익균 또는 익생균)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틱스는 질병이 없는 사람의 소화관내 미생물숲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외래 유익균이나 이를 함유하는 식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정착성과 안전성이다. 토착(상주)세균의 텃세에 의한 배척과 숙주와의 친화성이 낮아서 장관에서 빠르게 배설되어 정착하지 못한다. 또한 살아있는 생균이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유해한 미생물로서 작용하고, 투여에 따라 원치 않는 부위에서 감염을 일으켜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장 점막이 손상된 경우에는 장내에서 전신으로 들어갈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WHO/FAO(2002년)는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얻은 정보로부터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로 Lactobacillus 속과 Bifidobacterium 속 유산균들을 권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독성연구를 통해 안정성이 확보된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건강할 때 장을 지키는 차선책으로서 한국인 식생활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나 마이크로바이오타 생균제제가 필요하다.
6. 분변활용 마이크로바이오타 생균제제 개발
장내미생물숲을 해석해야 개인 맞춤형 생균제제 개발 가능
건강기능식품의 범주를 넘어 환자에게 사용하려면, 장내세균총과 그 대사산물을 해석해서 질병을 예측하기도 하고, 불균형의 유형을 찾아내어 필요로 하는 특정한 유익균을 보충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가이식이나 지지균주를 사용하는 등으로 장내미생물숲 확보를 위한 정착성 개선과 함께 효과적인 균의 조합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도 남아있다. 의약 선진국은 차세대 의약품 개발을 위해 ‘잊혀진 또 하나 장기’ 상주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파악에 나섰다. 인체 미생물 유전체 해석 프로젝트로서 2007년 일본은 Human Metagenome Consortium Japan (HMCJ)을, 2008년 미국 Human Microbiome Project (HMP)과 유럽 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MetaHIT)을 개시하였다. 2014년 세계 경제포럼(http://www.weforum.org)에서도 10대 신흥 기술의 하나로 사람 microbiome 치료제가 뽑혔다. 사람의 건강유지나 질병 치료라는 관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고 관련 특허도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옴해석 프로젝트로 한국인의 상주미생물을 파악해야 한다. 장내미생물숲 파괴로 인한 염증성 장질환(IBD), 비만, 대사성증후군(metabolic syndrome), 당뇨병, 알레르기 등 다양한 질환에서 메커니즘을 밝혀야만, 한국인에 맞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생균제제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대변 미생물숲 이식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 FMT)
생균제제는 인체 미생물숲(분변)에서 시작하고 있다. 동물계에서는 대변을 먹는 「식변」이라는 행위가 소화관 발육,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저항성 강화, 건강 유지에 불가결한 영양소를 얻는 수단으로서 관습적으로 행해져 왔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4세기 중국의 동진(東晋)시대에 식중독이나 설사에 대한 치료법으로 행하였던 보고도 있다. 현대 의료에서는 장내미생물숲 조성을 크게 변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통상 사전에 검사한 사람의 대변 시료를 관장 및 대장내시경으로 환자에 주입하는 FMT(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를 1950년대부터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Eiseman 등이 1958년에 재발성 위막성 장염 증세에 대해서 1~3회 장내 주입하는 FMT를 행하여 부작용 없이 전체 임상 예에서 증상 개선을 확인하였다. 사람의 분변을 하나의 장기로 간주하여 장기로서 미생물숲을 이식하는 것이다. FMT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성 장염(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 CDI)에 대해서 매우 높은 성공률을 나타내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또는 재발성 디피실 장염(CDI))에 사용하는 신의료 기술로 2016년 등록되었다.
FMT를 넘어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생균제제
FMT는 IBD, 당뇨병이나 대사성증후군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실용화 임상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CDI에 비해 치료효과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환자의 혈액 및 대변검사와 아울러 대변 미생물숲 이식에 사용하는 건강한 공여자 선택, 대변의 기준, 투여방법, 항생제 병용 등이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식하는 분변으로는 대부분은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는 가족의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권장하고 있다. 앞으로 질환에 맞는 장내세균요법의 확립이 필요하다. 또한 FMT에서 어떤 균이 실제로 함유되어 있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의약품과 상호작용도 존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기에 조성을 알 수 있는 혼합 균주나 단일 생균제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s: LBPs)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의 프로바이오틱스는 감소한 장내미생물군집의 생리기능을 보강하는 균주를 선택적 투여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강한 사람의 대변 중에서 유효한 장내 세균을 분리·배양하고 생체 활성을 파악하여 생균제제로서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의 ‘장내 미생물 칵테일’ 제제(製劑)도 기대된다.
장내미생물숲의 DB화 필요
최신 생명과학에서는 유전자의 서열, 배열 및 발현을 자료화 하여 축적하고 관리·이용하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단백질 발현, 아미노산 배열 및 단백질간 상호작용도 같은 방식으로 DB에 축적하고 있다. 세포내에서 저분자화합물 대사경로와 관여하는 효소 및 시그널 전달에 따른 유전자와 단백질 발현 등을 연결하여 생체반응을 이해하고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해 가고 있다. 장내미생물숲 해석에서도 유전자서열분석기(sequencer)의 발전과 유전자 배열을 망라해서 메타게놈(metagenome: 총 유전체) 해석에 의해서 장내 세균이 갖는 대사능력도 정량화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가고 있다. 메타게놈 정보 해석기술과 DB를 이용하여, 환경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양을 계통분석하고, 각각의 유전자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무슨 기능을 하는지 밝혀서, 유전자 DB-단백질 DB에 주석을 달고 있다. 이러한 자료가 축적되어야 장내미생물 군집의 메타게놈 차이에 의한 질병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고, 유전적인 요인 이외에 환경적인 요인으로 분류하였던 것들이 규명되어서 개인맞춤형 의료도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생리활성 물질 개발
장내미생물 자체뿐만 아니라, 미생물 유래 생리활성 물질이나 생리활성 물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재조합 생균제제 등도 개발되고 있다. 세균이 생성하는 항균 활성 펩타이드인 박테리오신을 개량하여 장내미생물숲에 영향을 주지 않고 C. difficile에만 유효한 생리활성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IBD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 Lactococcus lactis와 같은 유산균에 항염증 단백질을 발현하는 개량 균주를 개발하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치료제로서 제어성 T세포를 유도하는 낙산 생성 균주나 Bacteroides 유래 다당류를 개발하는 연구도 있다. 심지어 유당 불내증(不耐症) 환자에게 치료를 목표로 유당 분해균을 증식시키는 갈락토-올리고당 제제를 개발하기도 한다. 베타-락탐계 항생물질로부터 장내미생물숲 환경 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저분자화합물을 개발하고도 있다. 장내미생물숲을 복원하거나 개선하는 치료는 프리바이오틱스나 프로바이오틱스 활용과도 연계되어 현대 질병의 치료제 개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맺음말_건전한 식품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으로 건강 100세 맞이
인체 미생물숲에서 생균제제개발에 앞서 건전하게 식품을 소비하고 안전하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산업화로 인하여 인구는 농촌에서 도시로, 여성은 가정에서 기업으로, 유아는 집에서 유아원으로 이동하였다. 식생활 문화도 가정식과 도시락에서 간편식과 패스트푸드로 변해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질병을 맞이하고 있다. 인스턴트식품에 노출이 많은 어린이들에게서 집중력이 저하되고 성격이 포악해지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식품 보존제를 동물에게 투여했더니 싸우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연구와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1년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농촌의 장수마을 거주자의 장내미생물 분포가 도시거주자에 비해 유익균이 3~5배 높다고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채식과 유산균이 다랑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였다(식약처 보도자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농가 인구가2015년 12월 1일 기준 256만여 명이라고 한다. 인구의 95%가 도시화된 생활을 하는 현대인으로서는 농업사회에서 즐겨먹던 유익균이 좋아하는 식품을 활용할 수 있어야 장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 하고, 설탕(과당)은 줄이고 올리고당은 올리고, 가공 식품을 멀리하고 통곡 식품은 가까이 하여 스스로 장내미생물숲을 잘 지키고 현대 질병에서 자유로운 튼튼한 100세 시대를 맞이해야 하겠다.
▲ 필자소개
<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약리연구과장>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졸
서울대학교 대학원(석사)/경희대학교 대학원(박사)
미시간주립대학 의과대학 약리독성부 (방문연구자)
노바티스 글로벌(스위스) Biologics(생물의약품) (국비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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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질병! 장내 미생물에 주목해야
크론병(Crohn's disease) 환자인 문모(35)씨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이다. 직업 특성상 불규칙한 식사를 자주하거나, 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인스턴트식품으로 한 끼를 때우기 일쑤였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술과 담배를 하지만 여느 직장인들처럼 일반적인 식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인지 설사와 복통이 잦아졌으나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 여겼다. 수개월 정도 후에는 통제할 수 없는 설사와 체력저하로 회사생활이 어려워지고서야 의료기관을 찾게 되었다. 크론병으로 진단받고, 대증요법으로 항생제와 소염제(항염증제)를 복용했지만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문씨는 의료비 부담은 커져 가고 있는데 경제활동은 할 수 없게 되어서 막막함에 미래를 걱정할 처지가 되었다고 한다.
문씨를 괴롭히고 있는 크론병은 만성적인 염증성 장질환 중 하나로,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내 어디서나 깊은 궤양이 띄엄띄엄 산발적으로 발생한다. 대장에 국한하여 얕은 궤양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궤양성대장염과는 구별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에 빈발하는 질병으로 유전병이라기보다는 가족성 질환으로서 매년 약 4.1%씩 증가하고 있다(건강심사평가원). 섬유소가 적고 기름지며 설탕이 풍부한 도시형 식생활이나 항생제(살균제)를 남용하는 의료 환경 등으로 장내 미생물숲이 파괴되어 일어나는 염증성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장암 발병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45명으로 세계 1위 국가이다(WHO, 2015년)
장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은 오랜 채식으로 육식을 해온 서양인 보다 장이 긴 편이며, 경제성장으로 육류소비는 증가하고, 도시화로 가공식품은 범람하며, 고도성장의 후유증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발생하는 ‘현대 질병’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현대 질병은 희귀난치성 질환이지만 환자의 증가추세가 계속되고 있어서, 식생활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병인구가 2만을 넘어서 조만간 희귀질환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 영향조사와 청소년 건강형태 온라인 조사 결과(2017)를 보면, 고교 진학 이후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흡연과 음주,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높았다. 사회에 진출하여 왕성하게 일할 젊은 나이에 고등학교 시절에 익힌 식생활 습관으로 인하여 장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고통을 마주하게 될 것이 우려되는 조사 결과이다.
우리 몸은 3종류의 유전자 하모니.
질병을 이해하려면 신체에서 벌어지는 3종류 유전자의 오케스트라 하모니를 보아야 한다. 첫 번째 종류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전자로서 부모로부터 받은 염색체 23쌍이다. 세포핵 내에 있는 이 유전자(nuclear DNA)는 부모조차도 선택하지 못하고 임의로 선정된 것이다. 세포염색체 23쌍은 ACGT 4종의 DNA 염기로 32억 개가 연결된 DNA 염기 서열이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이 DNA 염기 서열의 2%만이 mRNA로 전사되며, 단백질을 합성하는 약 2만여 종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둘째 유전자는 핵 밖에서 소기관으로 존재하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자체의 유전자(mitochondrial DNA: mtDNA)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숙주 진핵세포내로 진입하여 에너지 생성을 도와주며 공생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포내 공생설). 모계로 이어지는 이 유전자는 미생물과 같은 생물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항생제나 방부·살균제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유전자는 인체를 둘러싸고 거주하고 있는 인체 미생물 유전체(human microbiome)이다. 식·의약 생활을 조절하여 우위를 점유하는 미생물을 변경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체(genome)이며,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 관심을 받고 있는 신약개발 대상이기도 하다.
장내미생물숲 속을 들여다보기
인체 미생물의 대부분은 세균(bacteria)이며, 장속에 살고 있어 ‘장내세균’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장내세균총(micro-flora)은 장속에서 숙주인 인간이 섭취한 영양분으로 기생하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평소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내 안에 있는 생명체인 장내미생물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혐기성 세균 배양기술, 무균동물 실험기술 및 유전체 분석기술 등의 발달로 장내 미생물과 장내 환경 전체를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체 미생물은 인체 세포 약 37.2조 개의 약 3배인 100조 개 정도의 높은 밀도로 인체 안팎에서 살고 있다. 수백 종이상의 인체미생물은 인간 유전자 약 23,000개의 100배 이상인 수백만 개의 유전자(microbiome)를 가지고 있으며, 숙주인 인체와 상호작용하여 미생물숲을 이루고 있다. 인체미생물은 숙주의 생존이 자신의 생존이라는 운명공동체로 진화하여, 침입한 생물이나 섭취한 화합물을 맞이하는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인체의 항상성 유지나 질병과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과거 빈곤하던 시절에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 병으로 많은 생명을 잃었다. 미생물을 ‘죽음으로 내모는 악독한 생명체’로 인식하여 항생제(antibiotics)를 사용하여 박멸하고자 하였다. 현대에는 소화관 질환, 대사성질환이나 면역질환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예방 및 치료제로서 ‘병을 일으키지 않는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에서 답을 구하고 있다. 건강한 장내미생물숲의 정확한 구조나 기능에 관하여 밝혀야 할 각양각색의 미스터리가 남아있기 때문에 최근에 미생물학, 면역학, 컴퓨터 생물학, 임상의학 및 식품영양학 등에서는 장내미생물을 최고의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다. 장내미생물숲은 서로 다른 작용과 역할을 하는 미생물 군락들이 효율적으로 연결된 ’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를 형성한 ‘6번째 장기(forgotten organ)’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숙주와 상호작용을 약식동원(藥食同原)과 관련된 연구의 핵심으로 하여 생체 항상성 유지나 질환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2. 장내미생물 이해
현대인은 산업화에 따라 식생활을 서구식으로 하고, 소득 증대로 외식을 빈번히 하며, 바쁜 생활로 간편한 식사를 자주한다. 고지방 식품 섭취가 늘어나고 설탕을 비롯하여 다양한 기능의 식품첨가물을 가미(加味)한 식품을 소비한다. 식생활이 변함에 따라 소화기관을 근거지로 하는 새로운 현대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 질병은 소화관내 염증성 질환을 비롯하여 대사성 질환, 나아가서는 자폐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넓혀지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질병이 뱃속에 살고 있는 장내미생물에 의한 영향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면서 장내미생물이 건강관리에 중요한 논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뱃속에 자리 잡은 장내미생물과 건전한 공생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장내 환경에서 생태계를 형성한 장내미생물숲은 어디에서 와서 무엇으로 성장하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세 살적 장내미생물숲 여든까지 간다.
장내 미생물은 출산(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 경로에서 유래한다. 자연 분만의 경우 출산 과정에서 모체의 산도(産道)에 살고 있는 질내 미생물이 아기를 도포하고, 수유에 따라 서서히 소화관 전체로 퍼져 나아간다. 소화관 벽에서 미생물간에 협력과 경쟁으로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며 미생물숲을 형성하게 된다. 제왕절개의 경우는 산모의 피부 미생물을 위주로 하여 소화관내에서 미생물숲을 형성한다. 모유는 서서히 유익균인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를 증가시켜 우점균(優占菌)으로서 자리를 잡게 해준다. 분유를 먹는 아기에게서는 퍼미큐테스문(Firmicutes)과 비피도박테리아가 비슷하게 관찰된다. 퍼미큐테스문(門)의 점유율 증가는 비만을 가져올 수 있다. 생후 1~2년 동안에 소화관 점막과 표피의 환경에 맞춰 미생물은 부락을 형성하고 구성을 최적화하여 복합공동체를 이룬다. 숙주의 소화관 성장과 발달에도 기여하며 3살까지 성장하여 성인과 같은 윤곽을 갖게 된다. 세 살적 뱃속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숲과 장관상피세포들과 상호작용
소화관은 특수하게도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을 포함하여 여러 종의 미생물이 다양한 항원을 항상 드러내고 있는 환경을 갖는 장기(臟器)이다. 출산경로에서 유래한 미생물들은 주로 섭취한 음식물 조성이나 소화액 등의 환경에 맞춰서 성장한다. 장내 미생물은 서식지 소화관내에서 적자생존과 상호공생의 관계로 미생물 매트(microbial mats)를 형성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열대정글의 생태계를 모방하듯 숲을 이루고 있다. 즉 소화관 벽에 잘 부착하는 A균과 잘 부착하지는 못하지만 A균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는 B균, B균을 활성화 시키는 C균 등이 서로서로 얽혀서 사회를 형성하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장내미생물은 소장하부나 대장에 있으며, 소장에서 사람이 이용하고 남은 음식물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물질대사(발효)를 한다. 대사산물은 장관의 상피세포, 면역세포, 신경세포, 내분비세포 등에 작용하여 발육과 생체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장내가 무균인 마우스는 IgA 항체나 T 세포 분화·증식이 저하된 것으로 보아 장관면역기구의 구축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Outside-in).
또한, 소화관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미생물은 수 천 종류이지만 대개는 수백여 종으로, 종류와 양은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장 내용물(분변과 유사함)의 약 1/3 정도를 차지한다. 약 1.5Kg으로 뇌의 무게와 거의 같다. 숙주의 장관상피세포는 생리물질을 장내로 분비하여 일선에서 공생하고 있는 미생물 구성에 영향을 미치며, 적절한 밀도로 관리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내미생물숲을 유지하고 있다. 공생을 허락받은 유익균이라 하더라도 너무 많지 않도록 항균물질(C형 렉틴)이나 IgA 항체(immunoglobulin A) 등을 분비하여 적절한 밀도로 제어하고 있는 것이다(Inside-out). 숙주(인체)와 장내미생물은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장내미생물숲의 환경체계(ecosystem)를 형성·유지하여 상호 평화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인체미생물(human microbiota)은 체질과 건강을 좌우하고 있어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이”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뱃속 미생물이 뇌를 지배한다.
장내미생물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워싱턴대학교 고든(Jeffrey Gordon) 연구팀이 2006년 저명한 학술지 “Nature”에 ‘장내미생물이 비만과 관련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부터이다. 비만해진 마우스에서는 정상 마우스에 비해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에 속하는 균이 적어지고 퍼미큐티스(Firmicutes)에 속하는 균의 비율이 높아진 것을 규명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미국 예일대학교 쉴만(Gerald Shulman) 연구진은 장내미생물과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장내미생물은 인체가 소화하지 못해서 결장에 도달한 식이섬유를 당화발효(saccharolytic fermentation)시켜 초산, 프로피온산, 낙산과 같은 짧은사슬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s)을 만든다. 짧은사슬지방산은 혈액-뇌 관문(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위(胃)에서는 공복호르몬 그렐린(ghrelin: hunger hormone) 분비를 촉진시키고,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숙주인 인간이 과잉의 칼로리를 섭취하여 비만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밝힌 것이다. 장내미생물숲이 숙주인 인체의 생리기능을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강장동물 히드라(hydra)는 장내미생물과 신경으로 구성되어 있는 항아리(강장) 같아서 배설 기능도 없었다. 히드라가 입과 장 및 항문으로 연결된 형태의 고등 동물로 진화하면서 장내 미생물이 신경조직에 작용하여 두뇌로 발전시키고(장-뇌축 관계 : gut-brain axis 형성), 장(腸)도 튼튼하게 발달시켜서 자신을 연속해서 증식할 수 있도록 배설 기능을 갖추게 한 것이라 한다. 숙주와 단순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상조관계로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소화관 벽에는 척수에 있는 신경세포보다 많은 약 1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장과 뇌는 약 2,000 가닥의 신경섬유로 연결되어 사고기능에도 관여한다. 또한 장에 있는 장관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 ENS)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와 발생기원이 같아 뇌에서 생산하는 호르몬을 장 신경세포에서도 생산한다. 장내미생물은 세로토닌, 가바(감마아미노부티르산) 등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만들어내어 사람의 기분(걱정, 우울, 스트레스 반응 등)을 조절하는 생리기능에도 관여하고, 기억력과 학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 2의 뇌(Second Brain)’라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에 ‘장(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라는 말이 있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50%이상 만들어 내는 곳이 소화관이며, 장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일찍 알고 있었던 듯싶다. 태아의 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지는 곳이 ‘소화관’이라고 한다. 장은 감정이 있고, 뇌나 척수의 지시 없이도 반사작용을 일으키는 내재성 신경계를 갖추고 있다. 장은 전신에 영양분과 활동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뇌와 연결하여 별개의 독립적인 판단능력을 갖추고 신체도 조정하고 있다. 또한, 슬픔과 아픔을 ‘창자를 도려내는 아픔 [斷腸]’으로 표현하거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와도 연결되는 모양이다. 면역학과 노인학을 개척한 노벨 생리의학상의 매치니코프(Ilya Ilyich Mechnikov)는 “죽음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현대 생활에서 더욱 중요해 지는 ‘장’을 알고 건강하게 지켜야겠다.
3. 장내미생물숲 생태계의 다양성
장내미생물숲은 왜 유익균으로만 구성되어있지 않은 것일까? 모든 개체의 존재는 변해야 생존할 수 있고, 생존한 변이는 후손에 물려주며 생명주기(life cycle)를 완성한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보면, 경쟁과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자연 속에서 잘 적응한 변이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되어 현존하는 것이다. 미생물도 생존하기 위해 먹이로 삼거나 이용하거나 경쟁하는 등 수 많은 협력과 공동 작업을 한다. 장내에 유익균만 있지 않고 유해균도 공존하면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장내미생물숲도 종간(種間) 상호작용을 하는 생명체로 구성된 복잡한 생태계로서 다양성이 높을수록 좋다고 할 수 있다. 다양성이 상실되면 먹이사슬에 대 혼란이 초래되어 특정 미생물 집단의 증가나 감소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생태계내의 모든 종은 다양성을 유지하여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 미생물도 다면성을 가지고 장내에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화관 미생물의 역할
일반적으로 유익균이 소화관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균이 침입하면 질병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몸 안에 상주하는 미생물은 외부에서 침입한 미생물에 대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텃세를 부려서 제거하는 ‘미생물 면역’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어는 유익균만의 몫은 아니다. 장내 유해균들조차도 장벽(腸壁)에 붙을 수 있는 자기 자리를 포기하거나 자신의 식량을 공유하기를 원치 않는다. 또한 장내 미생물은 소화관 면역세포들을 활성화 시켜서 자신의 항원을 기억하게 하여 방어능력을 갖게 한다. 백신을 맞는 것처럼 다양한 미생물 항원에 대항할 수 있는 갖가지 항체를 확보하여 건강을 지키는 무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내로 침입하는 병원성 항원에도 분비형 항체무기(sIgA)를 동원하여 제거할 수 있어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특정한 화학 구조물에 대한 인식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적응성 면역’도 유익균만의 몫은 아닌 것이다.
잘못 알고 있는 장내미생물 다면성
한편, 대장에서 유해한 균들의 감염이나 증식을 억제하는 비피더스균, 애시도필러스균(Acidophilus) 등이라 하더라도, 서식지가 다른 구강에서는 당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여 치아에 손상을 주는 충치유발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서로 모순된 듯 보이지만 이러한 이중성은 자연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대장균, 박테로이데스 프라길리스균(Bacteroides fragilis) 등과 같이 건강할 때는 비타민도 공급하고 면역력을 높여주지만, 면역이 약화되거나 환경조건이 주어지면 질병을 일으키는 기회감염균도 많다. 특히 한국인에게 잘 알려져 있는 유해균의 대명사,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는 미국의 마틴블레이저(Martin J Blaser) 박사 연구에 따르면 위염 발생률을 높이지만 상대적으로 천식이나 꽃가루 알레르기 발생률은 낮춘다고 한다. 또한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낮아지면 식도 역류질환이 많아지고 식도선암이 증가하게 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가 있으면 위에 있는 제어성 T세포(regulatory T cells)의 억제 기능이 천식과 알레르기로부터 숙주 보호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보고 있다. 이렇듯 소화관에 서식하는 모든 세균들은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분류하기 쉽지 않은 다면성이 있다.
소화관과 미생물의 상호 관리
장관상피세포에는 원주상피세포, 점액 뮤신(mucin) 생성 배(杯)세포, 항원 먹는 M세포, 항균물질 생성 파네트(paneth‘s)세포, 자연 면역 담당 ILC3 (3형 자연임파구, group 3 innate lymphoid cells), IgA 항체 생산 Peyer's patch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장관상피세포는 장내세균과 대치하는 최전방에서 공생하는 미생물을 적절한 밀도로 관리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내미생물숲(gut microbiota)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장내미생물숲은 소화관에서 섭취한 음식이나 장내 화합물 조성 환경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다. 장내 미생물군집 구성이나 발효·대사에 의해 생성되는 산물이 장관상피세포나 면역세포, 신경세포나 내분비세포에 작용하여 생체기능 전체에 영향을 준다, 인체와 장내 미생물군집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복잡한 장내생태계를 형성하여 상호 평화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장내미생물숲과 숙주는 하나의 집합체(super-organism)로 간주하고 있다.
소화관 미생물의 균형과 항상성 파괴
장내 환경은 평상시에는 절묘한 균형으로 항상성을 유지하고,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나 스트레스, 노화 등에 의해서 이 균형이 다소 붕괴되더라도 원래로 돌아가려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을 분비하여 독소를 생산하는 장내세균을 활성화 시킨다. 독소생성 미생물이 증가하면, 인체내 세로토닌의 90%를 저장하고 있는 장크롬친화성 세포는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려서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여 설사를 통해 독소를 체외로 배설하여(장내미생물-장-뇌 축: microbiome-gut-brain axis) 복원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숙주인 인간의 유전적인 내적 소인이나 과도한 항생물질 사용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서 장내상피세포나 면역세포에 기능 이상이 생기고 장내미생물 핵심종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에 대 혼란이 오고 시스템이 붕괴(dysbiosis)될 수 있다. 그 항상성이 무너지면, 장내 감염을 방어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 등의 장관(腸管)관련 질환을 비롯하여 비만,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의 발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장내미생물숲 다양성의 중요성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남아프리카 농촌지역의 원주민 보다 대장암 발병률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고단백·고지방·저식이섬유의 전형적인 서구의 식습관이지만, 남아프리카인은 역으로 고식이섬유·저지방식이다. 이들의 식사 내용을 2주간 교환해서 장내 환경 변화를 보았다. 농촌지역 식사를 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장내에서 당질대사발효가 촉진되었다. 제어성 T세포(Treg cells) 분화를 유도하는 짧은사슬지방산(SCFA) 일종인 낙산 생산량이 증가하고, 장내 염증 표지(marker)도 낮아졌다. 한편으로 서구식을 섭취한 아프리카인은, 이 지표들 전부를 악화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식습관 변화가 장내 미생물숲 환경을 변화시켜 질병이나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어 다방면에 대한 방어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장내미생물숲 다양성 붕괴(Dysbiosis) 원인
숙주(사람)의 감염원에 대한 방어능력이 감염증 발병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대장균에 감염되었어도 설사가 일어나는 정도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소화관에 자리 잡고 있는 상주 미생물들은 1선에서 저항한다(미생물 면역). 토착 미생물들은 자신의 터전과 식량을 공유하지 않고 텃세를 부려 감염원 대장균이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숙주의 장관 상피조직도 대장균에 반응하는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항체 IgA와 항균물질을 분비하여 침입한 감염원이 자리 잡지 못하게 제거한다(적응성 면역). 이런 감염원 퇴출반응이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감염증을 일으키는 정도도 다르다. 그러나 간편식이나 가공식품을 소비하는 서구화된 식생활, 반복적인 음주, 적절하지 못한 항생제 노출 등으로 장내미생물숲의 다양성이 붕괴되면, 이롭던 선순환 구조는 균열이 생기고 악순환이 장기화 되면서 장내미생물숲의 이점은 줄어든다. 소화기관 염증을 비롯하여 아토피, 자가면역 질환, 당뇨병, 천식, 간 손상, 파킨슨병, 노화촉진, 암 등이 발생하여 건강은 부정적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장내미생물 교란(dysbiosis)의 원인과 발단에는 부패, 발효, 결핍 및 과민등 4가지 요소가 있다.
지방과 육류가 많고 식이섬유가 적은 식사는 장내 부패(Putrefaction)를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육류소비량이 1970년대 5.2kg에서 8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약 50kg에 달한다. 또한 구워먹는 조리방식을 선호하기에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등의 생성이 많다. 더욱이 서구인에 비해 장도 길어서 부패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방을 필요로 하는 미생물들이 대장에서 세력을 형성하면, 장에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하여 뇌를 통해 기름진 음식을 자주 찾게 만들어 장내부패를 초래한다.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이 요구하는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다. 부패는 비피더스균(Bifidobacteria)을 감소시키며, 담즙의 흐름을 빠르게 하여 세균성 우레아제 활성을 유도한다. 유익한 영양소를 감소시키고, 발암물질이나 암모니아를 증가시켜서 신체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내에서 담즙산을 대장암 촉진자로 대사하는 세균성 효소의 농도와 활성을 높이고, 배설형 에스트로겐을 탈포합 시켜서 재흡수로 인한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 상승으로 유방암 발생을 촉진한다.
설탕이 많은 식사가 계속되면 소화관내에서 효모나 세균을 과잉으로 증식시켜서 발효(Fermentation)에 의해 내인성 에탄올이 생성된다. 정제 곡류나 단순당(설탕)이 많은 식사는 장내에서 단 음식을 좋아하는 균주를 증식시키고, 미주신경을 자극하여 달콤한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든다. 단순당은 위산 감소, 장운동 저하, 면역 약화 및 영양결핍 등으로 이어진다. 가공식품의 범람도 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맛을 더하고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조미료나 착색제 및 방부제 등의 화학첨가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WHO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위의 증류주(酒) 소비국이다. 에탄올에 만성적으로 노출 되면 장점막이 손상되어 점막세포와 점막세포 사이의 치밀한 결합(tight junction protein)이 느슨해져서 투과성이 높아진다. 잇몸병(치주 질환)으로 인해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해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장 투과성이 증가되면 흡수되지 말아야 할 거대분자나 장내 세균이 순환계(혈액)로 들어가서 세균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염증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등을 야기한다. 심한 경우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항생제를 오남용하거나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사는 유익한 장내세균 Bifidobacteria, Lactobacillus 등을 결핍(Deficiency)시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의하면 한국은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로 분류된다. 특히 ‘광범위 항생제’ 퀴놀론과 세팔로스포린의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8.6명으로 OECD국가 중 1위이다.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사는 유해균을 과다 증식시킬 수 있고, 장내미생물숲이 왜곡되어 장누수증후군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의 과민증을 초래한다. 면역반응이 격화하여 정상 장내미생물과 반응하는 비정상적인 과민(sensitization)반응이 나타난다. 과민반응은 염증성 장질환, 강직성 척추염, 거대적아구 빈혈, 류미티스 관절염, 기타 결합조직 질환 및 건선이나 여드름 같은 피부 질환 등에도 관여한다. 이 면역 반응성 세균 성분에는 인체 조직과 교차반응을 하는 독소도 포함되어 있다. 탄수화물 과민증과 젖산 과잉생성으로 전신이 지나치게 산성화 되는 산혈중(acidosis)을 초래하기도 한다. 부패와 결핍은 상보적 관계로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으로 과민반응이 나타난다.
장내 미생물 교란(dysbiosis)으로 일어나는 장질환
장내 미생물 교란(dysbiosis)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염증성 장질환(IBD: Inflammatory bowel disease)이다. 숙주 면역반응 변화와 장내미생물 다양성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내 미생물 교란은 일어난다. 생리적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을 통해 장관상피에서 활성인자나 대사물질을 분비하여 장내미생물숲의 다양성에 영향을 주고, 장-뇌 축(gut-brain axis) 작용에 의해서 장관상피벽재신경총(enteric nervous system)과 미주신경 신호를 작동시켜 회맹부(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를 기점으로 하는 크론병(Crohn's disease)이나 대장에서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한다고 보고 있다. 기능성위장관장애(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order) 또한 뇌와 장의 부조화나 항상성 장애로 생기는 질환으로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 제어
산업화에 따른 소득증대로 육류의 소비가 급증하여 장이 부패하기 쉬워지고, 간편식과 가공식품의 범람으로 유해균이 늘어나고, 내인성 에탄올로 장점막이 느슨해져서 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가공식품에는 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을 다량 사용하고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조미료나 착색제 및 방부제 등의 화학첨가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균과잉 성장은 영양소 코발라민을 과다 소모시켜서 비타민 B12 결핍으로 인한 거대적아구성 빈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우선 명심해야 할 것은 면역력을 유지해야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들도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 대부분은 건강상태에 따라서는 유해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기회감염균이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을 통제할 수 있는 장내환경을 유지해야 건강한 장내미생물숲도 보존할 수 있다. 장내환경은 스트레스, 호르몬 등 내인성 인자와 음식물, 약물, 외래 미생물 등 외인성 인자들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해야 하고,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음식물과 약물도 사려 깊게 선택하고 소비해야 하겠다.
4. 장 건강에 주의해야 할 식품과 의약품
장내 부패를 일으키는 주요 식품은 지방과 육류가 많고 식이섬유가 적은 것이다. 2015년 10월 22일 WHO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processed meat)’과 ‘적색육(red meat)’ 섭취가 대장암과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하였다. 가공육은 향미 증진 혹은 보존 개선을 위해서 절임, 건조, 발효, 훈제 등의 변형 과정을 거친 식육을 말하며, 적색육은 비가공 포유류 살코기를 일컫는다. 국제적으로 육류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그 위해도가 적다고 할지라도 과도한 섭취는 여러 암과 관련성이 있어서 역학 연구(epidemiological studies)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는 고온의 조리 과정이나 식육 가공 과정에서 N-니트로소화합물(NOC),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헤테로 고리 방향족 아민(HAA) 등 발암물질로 알려지거나 추정되는 물질을 생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양 결핍을 방지하고 손상된 세포 재생을 위해서는 고단백 식이는 필요하다. 국제암연구소장 크리스토퍼(Christopher) 박사는 영양적 가치와 위해성에 균형을 갖춘 육류 소비가 요구된다고 했다.
좋은 식품도 과다 섭취는 금물
영양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난황, 콩기름, 간, 뇌 등은 인지질을 주성분으로 하고 있다. 인지질 레시틴(phosphatidyl-choline), 알파-글리세릴포스포릴콜린(alpha-glyceryl- phosphoryl-choine; GPC) 등은 콜린(choline)을 구성성분으로 뇌 활동에 이로운 것이라고 식이보조제로 거래되고 있다. 적색육에 존재하는 카르니틴(1-carnitine)도 인터넷상에 다이어트 보조제로서 유통되고 있다. 콜린이나 카르니틴을 많이 섭취하면 맹장이나 대장에서 장내세균에 의해 생선 비린내 나는 트리메칠아민(trimethylamine; TMA)으로 대사된다. 장에서 흡수된 트리메칠아민은 간에서 대사효소에 의해 산화되어 트리메칠아민옥사이드(trimethylamine-N-oxide; TMAO)로 변환된다. TMAO는 대식세포에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증진시키고, 동맥내부에 두꺼운 플라크를 형성하는 아테롬성 동맥경화증을 촉진하고, 또한 뇌졸중, 심장마비 등을 초래할 수 있다. 베타인(betaine)도 미생물에 의해 TMA로 전환되므로 같은 부작용을 추정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 보다 잡식성 사람이 더 많이 TMAO가 생성된다(Koeth RA et al: Nat Med 19 576-85, 2013). 식품도 의약품과 같이 과도한 섭취가 건강상 위해를 끼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림. 식이콜린(choline)류의 장내미생물 및 간 대사에 의한 심혈관계 부작용 발생경로
인공감미료(사카린,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 칼륨 등)는 단맛으로 당의 사용을 줄일 수 있어 당뇨병이나 체중감량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동물실험에서 인공감미료는 장내미생물숲을 변화(dysbiosis)시켜 혈당 농도가 상승하고 비만과 내당능(耐糖能)이 악화되는 결과를 보였다(Suez J et al.: Nature 514, 181-6, 2014). 또한 단맛은 열량이 있다는 신호이고, 단맛이 강할수록 열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량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 설탕대신 인공감미료를 먹었을 경우, 뇌는 단맛이 강할수록 열량이 많다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단맛과 열량이 일치하지 않아 뇌의 보상 회로에서 착각을 일으킨다. 뇌의 보상 회로는 열량을 적게 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로서 체내 신진대사활동을 줄여 체중이 늘고, 식후 포도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대사성 증후군이나 ‘2형 당뇨병‘으로 발전될 수 있다(Bian X et al.: PLoS One 12(6) e0178426, 2017).
식품첨가물 유화제는 식품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식감을 더하기 위해 주로 샐러드드레싱, 빵, 과자류, 아이스크림, 마가린 등에 첨가한다. 유화제 카르복시메틸셀룰로스(CMC)와 폴리소르베이트-80(P80) 등은 저농도에서 장내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장벽의 점액층과 장내 미생물간의 장애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은 변하고, 낮은 정도의 염증을 초래하여 대장염 발병을 촉진하거나, 비만이나 혈당치 상승을 동반하는 비만-대사증후군(obesity metabolic syndrome)을 일으킬 수 있다(Chassaing B. et al.: Nature 519 92-6, 2015). CMC는 장내 미생물에 직접 작용하여 편모단백질 플라젤린(flagellin) 발현을 신속히(1day) 증가시키고, P80는 비교적 느리게 증가시켰다. 장기간 유화제에 노출되면, 표면에 부착하는 점액 미생물의 변화에 기인하여 염증성 장질환과 대사증후군으로 발전될 수 있다(Chassaing B. et al.: Gut 66 1414-27, 2017). 이러한 유화제는 그람음성균 세포벽 성분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와 플라젤린을 증가시켜서 낮은 정도의 염증을 일으켜서 대장암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Viennois E. et al.: Cancer Res 77(1) 27-40, 2016)
항생제는 장내미생물숲을 혼란 속으로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3가지 방법으로 미생물을 공략한다. 페니실린처럼 박테리아가 세포벽을 합성하는 과정을 방해하여 세포벽이 무너져서 죽게 한다. 두 번째는 세균 리보좀과 결합하여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성장하여 분열하는 과정 등에서 DNA 복제나 RNA 형성을 방해하여 번식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항생제를 감염된 부위에서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사용하지만, 질환의 본성과 항생물질에 따라서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초래한다. 항생제에 민감한 미생물은 죽고 내성이 있는 미생물은 더 증가하여(균교대증) 장내미생물숲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앞에서도 기술했듯이 진핵세포인 체세포 안에도 원핵세포인 미토콘드리아라는 미생물과 같은 소기관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생제 영향을 피할 수는 없는 이유이다. 부작용으로서 청각 신경을 손상시키는 항생제도 있고, 치아를 얼룩덜룩하게 만들어 어린이에게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있다. 항생제는 내성으로 인해 전 세계 보건에 있어서도 큰 위협중 하나이며(WHO), 장내미생물숲 환경을 교란하여 질병을 유발하므로 장 건강을 지키는데 주요한 방해요소이다.
더군다나, 장내미생물숲이 잘 정착되지 않은 어린 시기에는 항생제에 의한 작은 교란도 성장한 후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 변형된 장내미생물숲을 가지고 성장하면 정신질환 등의 발생이 증가한다(Martin J B, et al. Nature 488 621-6, 2012). 항생제 오남용은 장내 유익균을 사라지게 하여 뇌의 해마 신경세포 발생·성장을 저해하여 기억력 감퇴나 치매 등의 뇌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Moechle L, et al.: Cell Reports 15 1945-56, 2016). 클린다마이신은 상당수의 장내 미생물을 사멸시켜서 탄수화물과 담즙산 대사 능력을 떨어뜨리고 장내 흡수를 저하시켜서 삼투성 설사를 일으킨다. 더욱이 기존 미생물군집에 억제되었던 병원성 균(Clostridium difficile, Salmonella kedougou 등)을 왕성하게 성장시켜 위막성 대장염이나 심각한 출혈성 대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Schroeder O. et al.: Z Gastroenterol 44(2) 193-204, 2006). 당펩티드(glyco-peptide)계 항생물질 반코마이신(vancomycin)을 비만 남성에게 투여하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저하되고, 낙산(酪酸, 브티르산)을 생성하는 미생물 비율도 낮아지고, 비만인에게서는 말초 인슐린 감수성을 낮추어 심장병과 당뇨병까지 초래할 수 있다(Vrieze A, et al.: J Hepatol. 60 824-31, 2014).
항생제를 낮은 용량으로 투여한 경우에도 장내미생물숲의 구성원의 균등도를 낮추고, 탄수화물 대사와 관련한 미생물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킨다. 탄수화물 대사가 증가하여 문맥으로 당류의 흡수가 증가되어 간에서 지방생성이 더욱 증가되므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간(肝)대사 조절에도 영향을 미쳐서 지방과 체중이 늘어난다. 그래서 가축에서는 치료제뿐만 아니라 성장촉진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비만으로 장내 퍼미큐티스가 증가하면 2차 담즙산(Deoxycholic acid, Ursodeoxycholic acid, lithocholic acid 등)이 상승하고, DNA에 손상을 가하여 염증을 유발하고 발암을 촉진하여 간암이 유발된다고 한다. (Yoshimoto S, et al.: Nature 499 97-101, 2013). 가축에 항생제 사용으로 육류 섭취로 의도치 않게 항생제에 간접 노출되고, 장내미생물숲 교란뿐만 아니라 내성의 문제도 야기된다. 의료서비스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어서 WHO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합동으로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고 있다. 식품첨가물이나 항생제 사용은 식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주의를 해야만 하며, 의료용 항생제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필요한 만큼만 필요한 동안 사용하여 장내미생물숲을 보호해야겠다.
5. 장내미생물숲 보호전략
옛날에는 ‘개똥이, 쇠똥이’처럼 아명(兒名)을 불렀다. 저승사자를 피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 생겨난 호칭이다. 태어난 아이들 중 많은 수가 첫돌 전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콜레라, 천연두, 결핵 등 치명적인 전염병도 한몫을 했다. 물을 정화하여 식수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예방접종이 보급되면서 영유아기 생존율은 높아졌다. 특히 의학기술 발달과 함께 항생제 사용이 큰 역할을 하여 수명까지 획기적으로 연장시켰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생물 감염병은 감소하고 있으나, 기름지고 설탕이 풍부한 음식으로 인하여 대사성 질환, 소화기염증성 질환 등 현대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은 우리 몸 안팎에 공생하며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밝혀지고 있다. 현대 생활 병을 예방하거나 증세를 경감시키려면, 미생물숲(microbiota)이란 생태계의 다양성 유지가 중요해 지고 있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숲을 건강하게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내를 유익균이 우점(優占)할 수 있는 생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가 최선책
장내 환경보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매일 먹어야하는 식품이다. 식품 선택에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애완동물에게 사료를 주듯이 장내 미생물에게도 먹이를 주어야 장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해답은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이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에 유용한 생리활성을 가지고 있어 장내 상주 유익균의 증식을 도와주어 장내 환경을 개선시켜주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생균 집단을 투여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는 차선책이다. 장내에 상주하는 토착 균의 텃세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힘든 단점이 있으며 균주의 안전성도 염려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리바이오틱스는 정착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서 안전하고 안정적인 방책이다. 더구나 생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충치나 당뇨병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반면에 프리바이오틱스는 채소나 과일의 식이섬유로서 부작용이 적다.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로는 숙주가 소화하기 힘든 올리고당으로서 프락토-올리고당, 갈락토-올리고당, 낙엽송 아라비노갈락탄(Arabino- galactans), 이눌린, 유산균 사균체 등이 있다.
프리바이오틱스 식품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채소나 복합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프리바이오틱스로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는 오래된 전통적 방법이다. 이러한 식품은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는 난용성 식이섬유(이눌린, 펙틴, β-글루칸, 글루코만난)를 함유하고 있다. 양파나 아스파라거스와 같은 야채가 많이 함유하고 있는 프락토-올리고당도 Bifidobacteria 균의 장내 점유율을 올려서 대변의 산도(産道)를 낮출 수 있는 프리바이오틱스다. 발효식품 김치 역시 좋은 프리바이오틱스다. 장내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분해하여 젖산(lactic adic), 낙산(butyric acid), 프로피온산(propionic acid) 등 짧은사슬지방산(SCFAs)으로 만든다. SCFAs은 대장 염증과 발암성을 억제하는 제어성 T 세포를 증진시킨다. 고지방/저섬유식이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 저하를 초래하지만, 동일세대 내에서는 고(高)섬유식이로 전환하면 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채소 플라보노이드는 유해한 장내미생물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야채 식품은 장내 좋은 미생물군집의 성장과 증식을 도와주어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비만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설탕 줄이고 통곡물 섭취를 늘리자!
자연 법칙에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듯이, 입이 달면 뱃속이 쓰고 입이 수고하면 뱃속이 편하다. 입맛이 낯설고 많이 씹어야 하고 소화하기 힘들어도 장내미생물과 나눠 갖는다 생각하고 거친 음식물로 바꾸도록 하자. 설탕이나 과당과 같은 단순 당이나 정제된 곡류로 만든 가공식품이 친숙할지라도 올리고당이나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나 통곡물 식사가 몸에도 좋고 장내미생물에도 좋다. 영양원을 변화시켜서 상주하는 유익균이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Kamada N, et al.: Science 336 1325-9, 2012). 또한, 식물 영양소 (phyto-nutrient)를 함유하는 식사를 하면, 유익균 클로스트리디움목(Clostridiales)은 증가하고, 정향유(eugenol)는 내점막층(inner mucus layer)의 생성을 촉진하여 점막 벽을 강화시키고, 자연면역의 증강으로 병원성 대장균 감염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진다(Woldarska M, et al.: Sci Rep 5 9253, 2015). 모유에는 유아의 위장관에 존재하는 유익균이 이용할 수 있는 당류를 비롯하여 천연 프리바이오틱스가 가득하기 때문에 유아의 장내미생물숲 건강을 위해서 특별히 중요하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아에게는 모유를 주어야한다.
<천연의 식이섬유>
기원 |
특성 |
종류 |
함유식품 |
식물성 |
불용성 |
Cellulose |
배추, 곡류, 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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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micellulose |
곡류, 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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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ctin (불용성) |
미숙과일, 감귤, 사과, 배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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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nin |
코코아, 콩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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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성 |
Pectin (수용성) |
배추, 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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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comannan |
곤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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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eal gum |
보리, 오트밀, 귀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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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ginic acid |
미역, 다시마 |
동물성 |
불용성 |
Chitin, Chitosan |
게껍질, 새우껍질 |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 유익균 또는 익생균)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틱스는 질병이 없는 사람의 소화관내 미생물숲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외래 유익균이나 이를 함유하는 식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본질적인 문제점은 정착성과 안전성이다. 토착(상주)세균의 텃세에 의한 배척과 숙주와의 친화성이 낮아서 장관에서 빠르게 배설되어 정착하지 못한다. 또한 살아있는 생균이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유해한 미생물로서 작용하고, 투여에 따라 원치 않는 부위에서 감염을 일으켜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장 점막이 손상된 경우에는 장내에서 전신으로 들어갈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WHO/FAO(2002년)는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얻은 정보로부터 유익한 프로바이오틱스로 Lactobacillus 속과 Bifidobacterium 속 유산균들을 권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독성연구를 통해 안정성이 확보된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건강할 때 장을 지키는 차선책으로서 한국인 식생활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나 마이크로바이오타 생균제제가 필요하다.
6. 분변활용 마이크로바이오타 생균제제 개발
장내미생물숲을 해석해야 개인 맞춤형 생균제제 개발 가능
건강기능식품의 범주를 넘어 환자에게 사용하려면, 장내세균총과 그 대사산물을 해석해서 질병을 예측하기도 하고, 불균형의 유형을 찾아내어 필요로 하는 특정한 유익균을 보충하는 것이어야 한다. 자가이식이나 지지균주를 사용하는 등으로 장내미생물숲 확보를 위한 정착성 개선과 함께 효과적인 균의 조합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도 남아있다. 의약 선진국은 차세대 의약품 개발을 위해 ‘잊혀진 또 하나 장기’ 상주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파악에 나섰다. 인체 미생물 유전체 해석 프로젝트로서 2007년 일본은 Human Metagenome Consortium Japan (HMCJ)을, 2008년 미국 Human Microbiome Project (HMP)과 유럽 Metagenomics of the Human Intestinal Tract (MetaHIT)을 개시하였다. 2014년 세계 경제포럼(http://www.weforum.org)에서도 10대 신흥 기술의 하나로 사람 microbiome 치료제가 뽑혔다. 사람의 건강유지나 질병 치료라는 관점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고 관련 특허도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옴해석 프로젝트로 한국인의 상주미생물을 파악해야 한다. 장내미생물숲 파괴로 인한 염증성 장질환(IBD), 비만, 대사성증후군(metabolic syndrome), 당뇨병, 알레르기 등 다양한 질환에서 메커니즘을 밝혀야만, 한국인에 맞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생균제제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대변 미생물숲 이식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 FMT)
생균제제는 인체 미생물숲(분변)에서 시작하고 있다. 동물계에서는 대변을 먹는 「식변」이라는 행위가 소화관 발육,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저항성 강화, 건강 유지에 불가결한 영양소를 얻는 수단으로서 관습적으로 행해져 왔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4세기 중국의 동진(東晋)시대에 식중독이나 설사에 대한 치료법으로 행하였던 보고도 있다. 현대 의료에서는 장내미생물숲 조성을 크게 변화시키는 방법의 하나로 통상 사전에 검사한 사람의 대변 시료를 관장 및 대장내시경으로 환자에 주입하는 FMT(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를 1950년대부터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다. Eiseman 등이 1958년에 재발성 위막성 장염 증세에 대해서 1~3회 장내 주입하는 FMT를 행하여 부작용 없이 전체 임상 예에서 증상 개선을 확인하였다. 사람의 분변을 하나의 장기로 간주하여 장기로서 미생물숲을 이식하는 것이다. FMT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성 장염(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 CDI)에 대해서 매우 높은 성공률을 나타내어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또는 재발성 디피실 장염(CDI))에 사용하는 신의료 기술로 2016년 등록되었다.
FMT를 넘어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생균제제
FMT는 IBD, 당뇨병이나 대사성증후군 등의 질환에 대해서도 실용화 임상 연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CDI에 비해 치료효과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환자의 혈액 및 대변검사와 아울러 대변 미생물숲 이식에 사용하는 건강한 공여자 선택, 대변의 기준, 투여방법, 항생제 병용 등이 아직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식하는 분변으로는 대부분은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는 가족의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권장하고 있다. 앞으로 질환에 맞는 장내세균요법의 확립이 필요하다. 또한 FMT에서 어떤 균이 실제로 함유되어 있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안전성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의약품과 상호작용도 존재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기에 조성을 알 수 있는 혼합 균주나 단일 생균제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s: LBPs)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의 프로바이오틱스는 감소한 장내미생물군집의 생리기능을 보강하는 균주를 선택적 투여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건강한 사람의 대변 중에서 유효한 장내 세균을 분리·배양하고 생체 활성을 파악하여 생균제제로서 이용하는 개인 맞춤형의 ‘장내 미생물 칵테일’ 제제(製劑)도 기대된다.
장내미생물숲의 DB화 필요
최신 생명과학에서는 유전자의 서열, 배열 및 발현을 자료화 하여 축적하고 관리·이용하기 위해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단백질 발현, 아미노산 배열 및 단백질간 상호작용도 같은 방식으로 DB에 축적하고 있다. 세포내에서 저분자화합물 대사경로와 관여하는 효소 및 시그널 전달에 따른 유전자와 단백질 발현 등을 연결하여 생체반응을 이해하고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해 가고 있다. 장내미생물숲 해석에서도 유전자서열분석기(sequencer)의 발전과 유전자 배열을 망라해서 메타게놈(metagenome: 총 유전체) 해석에 의해서 장내 세균이 갖는 대사능력도 정량화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가고 있다. 메타게놈 정보 해석기술과 DB를 이용하여, 환경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양을 계통분석하고, 각각의 유전자가 어느 정도 존재하고 무슨 기능을 하는지 밝혀서, 유전자 DB-단백질 DB에 주석을 달고 있다. 이러한 자료가 축적되어야 장내미생물 군집의 메타게놈 차이에 의한 질병과의 상관관계가 밝혀지고, 유전적인 요인 이외에 환경적인 요인으로 분류하였던 것들이 규명되어서 개인맞춤형 의료도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생리활성 물질 개발
장내미생물 자체뿐만 아니라, 미생물 유래 생리활성 물질이나 생리활성 물질을 발현시키는 유전자재조합 생균제제 등도 개발되고 있다. 세균이 생성하는 항균 활성 펩타이드인 박테리오신을 개량하여 장내미생물숲에 영향을 주지 않고 C. difficile에만 유효한 생리활성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IBD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 Lactococcus lactis와 같은 유산균에 항염증 단백질을 발현하는 개량 균주를 개발하기도 한다.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치료제로서 제어성 T세포를 유도하는 낙산 생성 균주나 Bacteroides 유래 다당류를 개발하는 연구도 있다. 심지어 유당 불내증(不耐症) 환자에게 치료를 목표로 유당 분해균을 증식시키는 갈락토-올리고당 제제를 개발하기도 한다. 베타-락탐계 항생물질로부터 장내미생물숲 환경 파괴를 방지하기 위한 저분자화합물을 개발하고도 있다. 장내미생물숲을 복원하거나 개선하는 치료는 프리바이오틱스나 프로바이오틱스 활용과도 연계되어 현대 질병의 치료제 개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맺음말_건전한 식품과 안전한 의약품 사용으로 건강 100세 맞이
인체 미생물숲에서 생균제제개발에 앞서 건전하게 식품을 소비하고 안전하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산업화로 인하여 인구는 농촌에서 도시로, 여성은 가정에서 기업으로, 유아는 집에서 유아원으로 이동하였다. 식생활 문화도 가정식과 도시락에서 간편식과 패스트푸드로 변해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질병을 맞이하고 있다. 인스턴트식품에 노출이 많은 어린이들에게서 집중력이 저하되고 성격이 포악해지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식품 보존제를 동물에게 투여했더니 싸우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연구와도 일맥상통해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1년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농촌의 장수마을 거주자의 장내미생물 분포가 도시거주자에 비해 유익균이 3~5배 높다고 한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채식과 유산균이 다랑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였다(식약처 보도자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농가 인구가2015년 12월 1일 기준 256만여 명이라고 한다. 인구의 95%가 도시화된 생활을 하는 현대인으로서는 농업사회에서 즐겨먹던 유익균이 좋아하는 식품을 활용할 수 있어야 장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 하고, 설탕(과당)은 줄이고 올리고당은 올리고, 가공 식품을 멀리하고 통곡 식품은 가까이 하여 스스로 장내미생물숲을 잘 지키고 현대 질병에서 자유로운 튼튼한 100세 시대를 맞이해야 하겠다.
▲ 필자소개
<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약리연구과장>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졸
서울대학교 대학원(석사)/경희대학교 대학원(박사)
미시간주립대학 의과대학 약리독성부 (방문연구자)
노바티스 글로벌(스위스) Biologics(생물의약품) (국비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