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 주제는 신규 기전을 풀지 못해 6~7개월 정도 제자리 걸음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동료에게 물어보고, 실험에 돌입했는데 하나씩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 이후에도 1년 반 넘게 미친 듯이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한 ‘동암(東巖)화장품과학자상’ 대상을 받은 김형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셀 사이언스(Cell Sceince) 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지난 3년 가량의 연구 과정을 기분 좋게 털어놓았다.

김 연구원의 대표 논문은 ‘단파장 가시광의 단백질 에스-나이트로실레이션(S-nitrosylation) 조절을 통한 피부 면역 억제 신규 기전’. 동암화장품과학자상 심사 위원들은 이 논문이 자외선 차단제로 막을 수 없는 단파장 가시광선(blue light) 영역의 피부 영향에 관한 새로운 방향과 타깃을 동시에 제시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즉, 이 논문은 외부 환경의 단파장 가시광선의 중·장기 노출 시 정상 피부의 면역인자의 활성 억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또 반대급부적으로 염증성 피부질병을 완화하거나 이와 관련 다양한 치료법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동안 단파장 가시광선은 DNA 손상과 각질형성세포의 증식 이상 등을 초래한다는 연구 정도만 알려져 있었다.

“이번 논문은 유해광 차단에 대한 새로운 근거를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UVB(SPF지수), UVA(PA지수)에서 더 나아가 브로드 스펙트럼(Broad Spectrum) 선스크린 제품 연구의 기반이 될것입니다.  피부를 보호하고, 아름답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뿐 아니라 면역 억제라는 신규 기전은 염증성 피부질병을 완화하거나 다양한 피부 치료에 응용될 수 있습니다.”

김 연구원의 논문은 SCI급 피부과학저널인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IF 6.915)에 실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헤라 선케어 제품 개발에 적용했다.

김 연구원은 그동안 함께 연구한 아모레퍼시픽 동료 연구원에게 감사 인사를 거듭 전했다.

“뇌과학 및 피부과학분야의 에스-나이트로실레이션 전문가인 최민식 님은 이번 연구에서 신규기전을 밝히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또 많은 조언과 실험에 참여한 인공피부 및 병리 전문가 배일홍 님, 세포신호전달 전문가 정지용 님, 피부장벽 전문가 손의동 님, 그리고 항상 연구 진행 방향을 함께 논의해주셨던 신동욱 님, 이태룡 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김 연구원은 앞으로 항노화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2004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올해로 14년차다.

“이번 연구는 아모레퍼시픽의 환경 인자 피부 영향 규명에 대한 연구 과제의 일부로, 다양한 항노화 연구분야 중 일부입니다.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요즘,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항노화 연구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앞으로도 열정을 쏟겠습니다.”

김 연구원의 이메일 명함에는 그가 이끄는 셀 사이언스 연구팀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다음과 같은 설명이 담겨 있다. '셀 사이언스 연구팀은 창조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신규 바이오 기술로 ‘고객의 젊고(童), 건강한(活) 아름다움’을 구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행동 규약. 1. 새로운 시도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2. 스스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일한다. 3. 듣고 귀기울여 고객의 신뢰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