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C’은 브라질(Brazil)과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명칭으로, 2000년대에 들어와 새롭게 고도성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경제국을 말한다. 2003년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글로벌 화장품시장에서 BRIC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은 이미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부상했고,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역시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우리나라 화장품이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BRIC 시장에서 단단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BRIC 시장 진출에 대한 심도 깊은 컨퍼런스가 7월 26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코스모프로프 북미 라스베이거스’가 열린 만달레이베이호텔 컨벤션센터 볼룸 D룸에서 개최됐다. ‘A Roadmap to Developing Your International Distribution: BRIC Area Spotlight’를 주제로 미국 커머셜 서비스(U.S. Commercial Service, 이하 USCS)의 마리아비스 보칼 수석 무역관이 사회를 맡았으며, 팔라디오 뷰티 그룹의 모니카 리처드슨-몰리 부사장 외에 4명의 USCS 무역관이 패널로 참여했다.
USCS는 미 상무부 국제무역국의 산하 기관으로, 전 세계 80여개 나라와 미국 로컬 기업의 교역을 돕고 있다. 미국의 약 100개 도시에서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시장조사 및 무역정보 제공, 무역 컨설팅, 신규 바이어 발굴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 화장품시장, 5년 내 일본 추월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은 USCS 브라질 무역관인 데니스 바보사가 담당했다. 그는 “현재의 브라질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키워드는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과 ‘모던(Modern)’, ‘와이어드(Wired)’이며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에 항상 오픈돼 있다. 따라서 브라질은 장기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최적의 나라다. 특히 브라질은 항공, 오일·가스, 건축, IT, 재생 에너지와 함께 뷰티, 헬스케어 분야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화장품업체들에게는 기회의 땅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브라질 시장은 다양성과 혁신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인구는 약 2억명으로 세계 5위, GDP는 1조5,348억 달러로 세계 9위다. 오는 2020년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글로벌 톱5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아직까지 브라질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라면 이곳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은 최근 정치적 혼란과 함께 경제적으로 깊은 침체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데니스 바보사의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반등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가 꼽은 브라질 경제성장의 3대 기회요인은 중산층의 증가, 풍부한 자원, 사회기반시설의 지속적인 확충이다.
데니스 바보사는 “2013년 기준 브라질과 미국의 교역 규모는 약 1,000억 달러였으며, 브라질에 대한 미국의 투자 규모는 800억 달러였다”면서 “물론 앞으로 여러 가지 변수는 있겠지만 브라질이 매우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질 로컬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투라.
현재 브라질 화장품시장 규모는 세계 4위로 매년 9~1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브라질 현지의 화장품기업은 2,518개다. 브라질 화장품시장의 특성은 데오도란트, 향수, 헤어케어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프리미엄 화장품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 오가닉 모니터는 브라질 화장품·퍼스널 케어 시장이 5년 내에 일본을 추월하면서 세계 2위 자리를 놓고 중국과 자웅을 겨룰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동유럽 화장품의 절대강국
두 번째 연자는 USCS 러시아 무역관인 옐레나 알렉세예바였다. 러시아 뷰티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78억4,000만 달러로 동유럽에서 가장 크다. 성장률은 지난해의 경우 경기침체 여파로 6%에 그쳤지만, 2014년에는 전년 대비 13%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러시아 화장품시장의 잠재력도 만만치 않은 셈이다.
러시아 뷰티시장 구조는 스킨케어가 29%, 헤어케어가 26%, 향수가 23%, 메이크업이 17%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옐레나 알렉세예바는 “러시아 여성들은 화장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50대 여성의 약 90%가 메이크업 관련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화장품 구매에 소득의 12%를 할애하고 있다”면서 “유럽 전체 여성이 소득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2%임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수입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른다.
러시아에서는 수입화장품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국가별 수입 규모는 프랑스 27.5%, 독일 12.2%, 이탈리아 8.4%, 폴란드 7.4%, 미국 7.2%, 영국 4.9%, 중국 3.3%, 벨기에 3.3%, 스페인 3.0%, 루마니아 2.8% 순으로 로레알을 앞세운 프랑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 화장품시장 진출 전략과 관련해 옐레나 알렉세예바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뷰티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다만 경기침체로 인해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중저가 제품의 수요가 새롭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젊은층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온라인이 유력한 유통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 웰빙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인도 시장
인도 화장품시장은 아직까지 글로벌 톱10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못지않게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테크사이(TechSci)는 인도 화장품시장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 늘어나는 중산층 인구, 자신을 가꾸는 것에 대한 인도 여성들의 열망 확산 등이 성장의 동인이다.
세 번째 연자로 나선 USCS 인도 무역관인 스미타 쉐리거는 “인도 화장품시장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마켓 중 하나다. 메이크업의 경우 립스틱과 아이라이너, 콤팩트 파우더에 수요가 머물러 있지만, 스킨케어 쪽에서는 안티에이징과 화이트닝, 필링 제품 등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시장이 커지고 있다. 그루밍 시장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의 남성들은 크림, 페이스워시, 스타일링 젤 등 다양한 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타입의 제품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로레알과 유니레버 등 유명 글로벌 화장품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스미타 쉐리거는 작은 기업들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인 가격, 제품과 전략의 현지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소비자 지향적인 마케팅, 현지 유통 환경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온라인·모바일 시장을 주목하라
네 번째 연자는 USCS 중국 무역관인 안젤라 한이었다. 그는 위생허가부터 라벨링, 세금,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 상황 등 중국 진출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핵심적으로 소개했다.
안젤라 한은 “앞으로 중국에 수출되는 모든 화장품은 CFDA와 CIQ의 위생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화장품은 4~8개월, 특수용도 화장품은 8~15개월의 기간이 걸린다. 중국 화장품 유통 채널로는 백화점, 마트, 멀티숍, 원브랜드숍, 뷰티살롱, 온라인 등이 있는데, 무엇보다 이커머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몰, JD, 쥐메이, 카오라 등 주요 온라인몰들은 현재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세포라와 월마트, 왓슨스 등은 O2O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2위의 뷰티강국으로 떠올랐으며, 경제 성장과 함께 화장품시장은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성공적인 중국 진출 전략과 관련해 안젤라 한은 “무엇보다 최대한 빨리 상표권을 등록해야 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 필요한데, 가장 좋은 방법은 믿을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아울러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성과가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 화장품시장에서 이커머스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팔라디오 뷰티 그룹의 모니카 리처드슨-몰리 부사장은 해외 진출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팔라디오 뷰티 그룹은 25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프로페셔널 메이크업 전문업체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수년간 코스모프로프 볼로냐 등 유럽과 아시아에서 열린 상당수의 박람회에 참가했고, 그 결과 남다른 노하우를 보유한 현지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큰 기업이라면 유능한 인재들을 선발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좋은 파트너와 손잡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