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슈티컬과 플라코스메틱(성형수술을 의미하는 ‘플라스틱 서저리’와 ‘코스메틱’의 합성어), 에스테틱 화장품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인 1990년대. 그동안 화장품시장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분야로 통했던 코스메슈티컬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 코스메슈티컬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단적으로 이를 전면에 내세운 메디힐(엘앤피코스메틱)과 리더스코스메틱, SNP화장품(에스디생명공학)의 중국발 잭팟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코스메슈티컬 콘셉트의 마스크팩을 앞세워 중화권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마스크팩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해에만 4억장의 마스크팩을 판매하며 2,3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상반기로 시점을 잡고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엘앤피코스메틱의 기업가치는 2조원을 호가한다. 2014년 97억원에서 지난해 746억원으로 매출이 670% 상승한 에스디생명공학은 올해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잇츠스킨도 브랜드 지향점인 코스메슈티컬의 덕을 본 케이스다. 그간 ‘국내 브랜드숍 최초의 코스메슈티컬 브랜드’임을 강조해온 잇츠스킨은 올해부터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라는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정체성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관련 신제품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 일각에서는 메디힐, 리더스코스메틱 등이 촉발한 코스메슈티컬의 인기가 일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제이준코스메틱을 비롯한 후발 업체들이 새롭게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면서 이런 흐름은 플라코스메틱, 에스테틱 화장품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말 제이준성형외과의 화장품 법인으로 출범한 제이준코스메틱의 경우 1년 만에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 4월 명동에 3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또 프리미엄 에스테틱 화장품 A.H.C가 대표 브랜드인 카버코리아는 최근 골드만삭스, 베인캐피탈과 지분 인수를 골자로 협상을 진행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투자사가 제시한 금액은 5,2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일반 스킨케어 시장은 매년 약 4% 성장률을 보이는 반면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해마다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의 2.9%에 불과한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에서는 더욱 역동적이다. 중국 화장품 전문 미디어 ‘C2CC’는 앞으로 5년간 중국 코스메슈티컬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화권 시장에 정통한 국내 화장품업계 전문가는 “요즘 중국, 홍콩, 대만 등지에서는 코스메슈티컬 제품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화장품의 주요 수요층인 20~30대 여성의 경우 코스메슈티컬 제품의 체감적인 선호도가 60~7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업체 외에 웰라쥬(휴젤파마), 아이디에이지(아이디플라코스메틱), 바노(바노바기코스메틱), 정진호이펙트, 더삼점영, 샹누아 타이니(아리지온) 등이 새로운 성공을 향한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각각 에스트라와 케어존, 더마리프트, CNP차앤박화장품을 통해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공략 중이다.
코스메슈티컬, 플라코스메틱, 에스테틱 화장품의 향배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쪽 시장이 부상하는 것은 무엇보다 화장품에 눈을 뜬 중화권 소비자들이 보다 효능있는 화장품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시장성이 검증된 만큼 앞으로 피부과, 성형외과, 제약사, 에스테틱 업체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범 코스메슈티컬 분야는 화장품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