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국내 화장품시장에 탈권위주의, 다원화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모델 계약에도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송중기, 고소영, 박해진, 김태희, 신세경, 박보검, 임수정, 공효진, 현빈, 송승헌 등 한류·A급 스타들이 대기업·브랜드숍이 아닌 중견·중소·신생기업의 전속모델로 연이어 발탁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화장품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보다 빠르게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 4월 14일 막을 내린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 한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국내에서는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중국에서는 동영상 조회 신기록을 세우는 등 화제를 넘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2008년부터 송혜교와 함께 해온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는 이 드라마로 역대 최고의 PPL 효과를 얻었다.
화장품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송중기에게로 향했다. 2015년 5월 군 제대 이후 첫 작품이었던 만큼 화장품 모델 송중기는 프리 상태였다. 하지만 드라마 종료 직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났다. 송중기가 포렌코즈와 손잡은 것이다. 포렌코즈는 30년에 가까운 업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온라인을 통해 유통을 전개해온 중소업체이기에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포렌코즈는 송중기를 모델로 발탁함과 동시에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다. 특히 연내 다수의 국내 면세점 입점과 함께 중국, 홍콩, 미국 등 글로벌 10여개국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에 전해진 또 하나의 이채로운 소식은 끌레드벨이 새로운 모델로 고소영을 낙점한 것이다. 고소영은 지난 20여년간 더페이스샵, 로레알 파리, 한불화장품, 애경, LG생활건강 라끄베르 등 유력한 화장품 브랜드의 뮤즈로 활동해온 데다 2011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의 대표 모델로 ‘에어쿠션’의 성공을 이끈 터라 놀라움은 더했다. 끌레드벨은 고소영을 내세워 신개념 자외선 차단제 ‘선팩’과 ‘글루타 파워 미백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동시에 홈쇼핑과 면세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 확장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까지 LG생활건강 수려한의 모델로 활약했던 박해진은 급성장하고 있는 플라코스메틱 브랜드 제이준코스메틱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지난달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제이준코스메틱은 5월 7일 박해진 팬사인회를 개최하는 등 브랜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박해진을 모델로 발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마스크팩 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박해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박해진과의 다양한 콜라보 활동을 통해 아시아 전역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물급 모델의 중소 브랜드로의 이동은 이미 2015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김태희가 셀트리온스킨큐어와 5년의 장기 모델 계약을 체결한 것, 각각 비오템과 SK-II, 더바디샵의 모델로 활동해온 공효진과 임수정, 현빈이 클리오, A.H.C, 메디힐의 모델로 발탁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올해에는 <사임당, 더 히스토리>를 촬영 중인 송승헌이 SNP화장품, 라이징스타 박보검이 KGC라이프앤진의 랑, 더바디샵과 네이처리퍼블릭의 뮤즈였던 신세경이 아토팜 리얼 베리어의 모델로 선정됐다.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화장품제조·판매업체가 9,000개에 이르면서 국내 화장품업계에는 지각변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 따라서 검증된 스타가 중견·중소·신생기업과 손잡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이 국내 산업계 전반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중국 특수 등으로 단기간에 수백,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업체들이 급증하면서 이제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도 화장품 모델 계약과 관련해 대기업, 유명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고 있다”면서 “핫한 스타들과 중소업체들의 조우는 그만큼 국내 화장품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