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주의’, ‘1인 미디어’, ‘모바일’이라는 키워드가 미디어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MCN이 최근 뷰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MCN은 모든 소재를 다룰 수 있지만 특히 뷰티와 가장 두드러진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화장품 마케팅의 대세는 MCN이 될 전망이다.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은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 인기가 많은 1인 창작자의 콘텐츠 제작·유통·판매,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 등을 지원하고 콘텐츠로부터 나온 수익을 창작자와 나눠 갖는 미디어 사업을 말한다.
MCN은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1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갖고 있으며,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자 2013년 디즈니가 1세대 MCN 회사인 메이커스튜디오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거액의 투자와 인수합병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의 경우 2012년에 시작돼 2014~2015년 사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CJ E&M과 아프리카TV의 경쟁 구도 속에 판도라TV, KBS, MBC, 네이버, KT, 오리콤, 트레져헌터, 메이크어스, 제다이 등 크고 작은 업체들이 잇따라 가세하며 MCN은 급격하게 팽창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MCN 업체는 지난해 말 100개를 넘어섰다.
물론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메이크어스는 벤처캐피탈 업체인 DSC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캡스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202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트레져헌터는 SK텔레콤,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90억원, 전략적 파트너사인 네시삼십삼분 및 국내외 벤처캐피탈로부터 67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메이크어스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MCN 파워 크리에이터 88명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으며, 트레져헌터는 SK텔레콤의 동영상 플랫폼 ‘핫질’에 자사의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MCN이 뜨면서 뷰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2014년 9월에 출범한 레페리는 지난달 강남에 100평 규모의 뷰티 스튜디오를 오픈해 화장품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5년 4월 트레져헌터의 자회사로 편입된 레페리는 중국 쉔첸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요우쿠(Youku)를 활용한 현지 비즈니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뷰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중국향 뷰티-비디오 커머스 사업은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레페리의 입장이다.
한편 정부도 MCN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한국전파진흥협회와 함께 지난달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K-ICT 차세대 미디어 대전 MCN-DAY’를 개최하고, 한류 콘텐츠 확산에 발맞춰 MCN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래부는 이날 한국형 MCN 발굴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도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는 콘텐츠 소비 변화에 따른 한국형 MCN 산업의 미래가치와 기업형 MCN의 운영 노하우, 수익 다변화 전략이 소개됐다.
이런 가운데 이달 말 MCN협회가 정식으로 발족한다. 협회 공동대표로는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 오진세 다이아TV 팀장, 박정현 크리커스 대표,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가 선임됐으며, 지금까지 40여개의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했다. MCN협회는 올해 아시아 MCN 페스티벌을 국내에서 개최하는 등 MCN 산업을 체계적으로 키울 전략이다.
화장품·뷰티는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한 만큼 동영상을 활용한 마케팅은 그 무엇보다 효과가 높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주요 브랜드숍을 포함한 다수의 업체들이 MCN 마케팅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2014년부터 MCN을 도입한 데 이어 LG생활건강도 지난해 뷰티 크리에이터들과 대규모 미팅을 갖는 등 관련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한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블로그·SNS 마케팅은 타깃이 국내에 한정되는 반면 동영상은 영어나 중국어 자막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서 “1인 미디어 시대 가속화, 구독자 확보를 향한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과 맞물려 MCN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내부적으로 예산 책정을 위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