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와 글로벌화만이 살길이다!
<신년특집>정원태박사(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글로벌개발본부 전무) 특별기고
입력 2012.01.02 17:33 수정 2012.01.03 07:26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전무최근 인도출장을 다녀왔다. 제약업계의 연구개발분야에 몸담은 지 거의 30년 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선진국으로의 출장은 많이 다녀 보았지만 우리보다 제약 후진국이라고 생각되는 나라로의 출장은 처음이다. 출장의 목적은 인도의 업체가 개발한 완제의약품의 국내 도입(라이센싱-인)에 대해 협의하고 계약을 완결 짓기 위해서 였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진동하는 냄새와 명색이 국제공항이라는 곳에서 판치는 무질서가 과연 후진국이구나 실감 케 했고 시내에는 차선을 무시하는 운전자와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포장도 안된 도로에 먼지를 풀풀 일으키고 있었다.

노소를 불문하는 거지가 행인을 붙잡고 늘어지며 적선을 요구하는데, 이런 곳에서 미국시장을 넘보는 제약기업이 성장했다는 것은 누군가 우리나라의 6.25전쟁 직후를 목격하고 말했다던가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어난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의약품은 제대로 만들었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회사를 방문하였다.

미국제약산업에 포진한 인도의 연구인력

내 마음 속에는 너희들은 광활한 땅덩어리와 수많은 인구가 있고, 마힌드라(Mahindra) 그룹이나 타타(Tata)그룹과 같은 글로벌 재벌이 있다 하더라도, 독립한 이후에 아직도 부잣집 앞에 거지가 득실댈 만큼 빈부의 차이는 크고, 사회의 인프라는 안 갖춰져 있으니, 국민이 게으르거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거나, 정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부지런한 국민이 있고,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공중도덕이 있고, “짧은 인생, 영원(永遠) 조국에” 바친다는 일념으로 제철입국(製鐵立國)의 길에서 일생을 마친 박 태준회장도 있고, 제일제당 설립 2년 만에 이미 거부가 되었고, 일신을 안락을 위해서는 그것으로 충분했겠지만, 축재(蓄財)가 목적이 아니라 신생조국에 기여할 사업을 일으키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을 가졌던 이 병철회장도 있고, 500원짜리 동전을 보여주며 어촌마을 허허벌판에 선박을 수주하였던 정 주영회장도 있다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상대회사를 방문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우리도 이래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다간 진다라는 생각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우선 둘러본 생산공장은 인도정부가BT 산업, 그 중에서 특히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돈을 벌어 올 수 있도록 산업벨트(belt)를 조성하여 특혜로 분양해 줬다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한번 놀란다.

이어 골프장이 들어가도 될 만큼 그 넓은 땅덩어리에 갖춰진 cGMP시설에 다시 한번 놀란다. 그리곤 현재 남이 가지지 못한 혁신적인 제품은 없지만 단순한 제너릭(generic) 약품이라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만들어서 국내뿐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글로벌 시장에는 반드시 진출하겠다는 경영진과 실무진의 야무진 의지에 놀란다.

마지막으로는 회사의 결정에 아무 영향력도 없는 차를 날라주는 말단사원마저도 자유롭게 표현하는 유창한 영어실력에 놀라게 된다. 아하 그래서 매년 CPHi가 개최되면 인도업체들이 파빌리온(pavilion)부스를 만들어 전세계 의약품시장을 휩쓸고, 그래서 미국과 같이 어렵고 까다로운 의약품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 미국 내 연구, 개발, 생산, 허가, 유통, 법률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진짜 인도에서 온 인디언(Indian) 인맥을 이용하고 당당히 설 수 있었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제약입국(製藥立國) 보건보국(保健報國)은 요원

귀국하니 기온은 영하인데다가 일은 잔뜩 쌓여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추운 날씨와 쌓인 일이 몸을 움츠리게 하기보다는, 한-미 FTA의 체결,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등 계획할 수 조차 없는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이대로 인도에게 마저 질것 인가하는 불안감이 드는 것이다. 예전 어느 회의석상에서 정부 당국자로부터 제약산업은 그 동안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구개발보다는 내수위주의 과당경쟁과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는 질타를 들은 적이 있다.

제약산업에는 아직도 박 태준, 이 병철, 정 주영이 없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회사의 어느 임원은 ‘우리도 피나게 노력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이나마 성과도 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산업정책이 엇박자 아니냐’고 항변했지만 그래도 제약입국(製藥立國) 보건보국(保健報國)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 정책 당국자의 질타가 바로 국민의 질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했다.

이대로 가면 이제는 정상적으로 R&D에 치중하여 연구개발중심의 혁신 형 기업으로 거듭나고 그래서 글로벌시장에서도 효자산업이 되라는 정부의 당연한 요구와 드라이브가 결국은 산업의 위축과 일자리의 상실로 인해 더 추워진 환경에서 R&D를 위한 투자마저 줄여야 할 악순환이 올 판이라는 자조(自嘲)의 목소리도 들린다.

제약산업으로 인해 국민이 고마워하고, 국민이 더 양질의 보건의료의 혜택을 받고, 더 나가서는 자동차나 휴대폰처럼 국민이 더 잘 먹고 더 잘 살수 있는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해야 되겠구나 이제는 더 이상 참고 인내해주고 눈감아 줄 시간적이 여유가 없구나 라고 생각한 것이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제약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이미 시위를 떠날 정책에 대해 운운하는 것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나, 지면을 빌어 한가지 고사를 들어 정부에 당부 올리고 싶다. <사기(史記)> <순리열전(循吏列傳)>에 나오는 고사이다.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너무 작고 가볍다고 생각하여 크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정책과 현실은 딴판이었다. 백성들은 커진 화폐가 무겁고 불편하여, 모두 자신의 생업에는 쓰지 않았다. 시령(市令, 시장을 감독하는 관리)이 보고했다. “전날 화폐가 가볍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폐를 바꿨으나, 시장이 혼란해져 백성들은 편안히 있을 수 없고, 장사를 계속할 지 안 할 지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전대로 회복시켜 주소서.” 왕이 허락한지 사흘 만에 시장은 예전처럼 회복되었다 한다.

정부 주도의 의료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민 건강의 질뿐 아니라, 이와 밀접한 연관분야인 제약산업도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약산업정책은 또한 국민의 편익, 정서 그리고 지갑에서 지출해야 할 비용 등 사회적 합의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집행하는 정부의 시각으로 보면 연관분야가 왜곡된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고, 비효율적인 지출이 생긴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것은 백 번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정책의 드라이브들로부터 정부의 그런 생각과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익에 마이너스가 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와 경쟁할수 있는 개량신약의 미래는 밝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까지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초래한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제약업인들의 할 일은 무엇인가? 답은 자명하고 이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다. 시간의 여유가 주어진다면 이제는 피눈물 나게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고, R&D에 매진하는 일이다.

국내제약산업은 이제 기술속국화를 피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아니더라도, 자연적으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R&D에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아직은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혁신적인 신물질(innovative new molecular entity)의 개발국은 못되더라도, 제너릭으로 쌓여진 기술적 바탕 위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개량신약(IMD incrementally modified drugs)분야라는 계단까지 올라온 단계이다.

상위제약사를 포함한 많은 국내 사들이 개량신약에 눈을 돌린 이유는 기술과 자본이 일천한 상황에서 혁신적인 신물질 신약보다는 실패의 리스크(risk)가 적고, 특허나 PMS기간 만료 후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는 블록버스터급의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특허가 끝나도 더욱 더 이익을 보장받으려는 다국적사의 에버그린(evergreen)전략을 견제하고,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요구에 질질 끌려가지 않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미국사람에 의한 특허나 한국사람에 의한 지적재산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며, 그것이 과학발전, 특히 신약개발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국적의 특허건, 보호기간이 지나면 공공화(公共化)하여 같은 수준의 기술을 지닌 경쟁자에 의해 더 싼값에 만들어져 시장에서 경쟁을 통하여 국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요구는 안방에서 벗어나 글로벌화하는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국내제약산업은 대표적인 손해분야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아직 특허가 만료된 제너릭의 개발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지적소유권강화에 따른 희생타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국내업계는 아직도 <포니>나 <엑셀>을 만드는 기술인데, 미국은 <캐디락(Cadillac)>이나 <뷰이크(Buick)>라는 논리이다.

의약품 개발분야는 미국이 월등한 선진국이란 것은 사실이다. 미국이 내세운 지적재산권의 강화란 한마디로 말해 원천기술(미국의 오리지널 약)의 지적소유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의약품의 출현을 정책적으로 억제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개발에 노력하는 원동력은 신제품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런칭됨으로서 얻을 이익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원리는 한국의 제약기업이나 미국의 제약기업에게 똑 같이 적용된다.

새로운 약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미국 기업이 흘린 땀과 피가 한국에서 소홀히 여겨지지 않고, 한국사람이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흘린 땀과 피도 역시 미국에서 똑같이 존중 받으면서, 어느 기술이건 그것이 자국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차별 없이 교류하자는 것이 자유무역(free trade)의 근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이 기회가 있다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것이다. 의약품을 자동차에 비유했지만 현실적으로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차체설계능력, 부품의 제작조립능력, 엔진 설계능력, 디자인기술 등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의 재료가 되는 철강산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춰서 설사 자동차라는 물건이 우리 힘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그 걸 살 수 있는 국민소득이 있어야 하겠고, 소비자에게 팔린 차가 굴러 다닐 수 있는 도로망이라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만 한다.

몇 명 안 되는 수요층을 위해 꼭 우리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가? 우호국인 미국이 엄청나게 대량생산하고 있고, 당장 수많은 국민이 끼니 걱정을 하는데 차를 사겠는가? 체급(體級)이 맞지 않는 미국에 과연 수출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생각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 때 누군가가 우리나라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세계를 제패하는 자동차 생산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기 때문에 지금은 반도체산업과 함께 국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산업이 되었다.

거슬러 생각해보면 소나타나 그랜져등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차의 북미지역에서의 성공신화의 바탕에는, 당장에 처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멀리 내다본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 <포니> 라는 첫 단추를 꿰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약산업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으로 믿으며 글을 맺는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산업]R&D와 글로벌화만이 살길이다!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산업]R&D와 글로벌화만이 살길이다!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