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과 전쟁은 미스매치? 예견된 루저일 수도..
‘슈퍼 박테리아’의 공포 인류에 옐로카드
약업신문 편집국 기자 @yakup.com 플러스 아이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입력 2010.09.12 14:26 수정 2010.09.1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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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과 공포가 코코넛 그로브(Cocoanut Grove: 보스턴 시내 유흥가의 지명)를 집어삼켰다.”

1942년 11월 19일 평온한 일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조간신문 일요판을 펼쳐든 보스턴 시민들은 경악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날 보스턴대학과 홀리 크로스대학의 풋볼 더비매치를 마친 대학생과 휴일을 즐기려는 노동자 등 1,000여명이 운집했던 ‘허브’(Hub)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가 1면을 생생하게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대미문의 재앙 속 ‘라하트 하헤렙’(성경에 나오는 ‘화염검’)에 할퀴어 치명적인 화상을 입은 수 백명 피해자들 대부분의 운명은 처음엔 가망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직 세균 퇴치법이 개발되어 나오지 못한 상태였고, 실제로 상당수 생존자들은 포도상구균에 감염되어 차례로 죽어갔다.

하지만 의사들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미완의 약물’에 불과했던 페니실린이라 불리는 항생제로 화상 피해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의도하지 않았던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다. 결국 페니실린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200여명에 달하는 소중한 생명을 건졌고, 뒤이어 수많은 제 2차 세계대전 전상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것은 페니실린이 감염증 환자들에게 사용된 최초의 사례 가운데 하나이자 역사적인 일로 기록되고 있다.

인류가 펼치고 있는 세균과의 전쟁사(史)는 끊임없이 이어진 고통의 기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한사람의 몸 속에만 무려 600조 마리가 넘는 온갖 세균과 미생물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면 이는 그리 놀랄 일도 못된다.

페네실린은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최초로 위대한 승전보를 울릴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항생제이다. 불과 70년 전의 일이다.

이전까지 인류는 세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아무런 창도 방패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14세기 당시 유럽 전체 인구를 거의 4명당 1명 꼴로 죽음에 이르게 했던 역병 페스트의 공포 또한 세균감염의 결과물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나 한 동안 “기적의 약물”로까지 숭상되었던 페니실린의 약효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페니실린을 파괴해 분자구조를 무력화시킨 새로운 세균들이 이내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체 포도상구균 중 50% 가량이 아직 1940년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전에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을 확보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페니실린은 역사의 페이지에 등장한 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던 시점에서 세균들의 역공에 이미 반쯤은 무릎을 꿇고 말았던 것이다.

인류가 세균들의 도전에 맞서 2세대‧3세대 항생제 개발로 응전했지만, 세균들이 지속적으로 스스로 변이를 통해 첨단약물들에 내성을 확보함에 따라 종전(終戰)은 요원해 보이는 형국이다.

이 같은 부류에 속하는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는 AIDS보다 더욱 위협적인 공공의 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AIDS로 인해 미국에서만 1만2,5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을 당시 메치실린 내성 포도상구균은 이 보다 많은 1만8,650여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위한 조종(弔鐘)을 울리게 했을 정도다.

요즈음 슈퍼 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 속출이 신문 톱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몇일 전 일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라 불리는 다제내성균 슈퍼 박테리아 탓에 9명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년 전 동일한 세균으로 인해 4명이 사망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자들이 ‘NDM-1’이라는 새로운 세균의 확산을 경고하면서 지구촌에 옐로카드를 꺼내보였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항생제 남용에 기인한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사실이다. 인류 자신이 슈퍼 박테리아를 키운 숙주(宿主)가 되어 자양분을 공급해 왔다는 의미이다.

세균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신약을 개발해 내놓기에 앞서 항생제 남용부터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인류를 페니실린 이전의 의학적 원시시대로 되돌려 놓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가슴 속에 제 아무리 깊숙이 새겨두어도 모자랄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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