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제약사의 비[非]윤리적 영업정책
도덕성과 합법적인 부분은 축소, 비윤리적 행위와 매출 부풀림만 고공행진
약업신문 특별취재팀 기자 news@yakup.co.kr 플러스 아이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입력 2010.09.06 07:00 수정 2010.09.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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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자되고 있는 제약사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해서, 제약회사의 매출 최전방에 서있는 영업사원들의 도덕적 갈등, 그리고 회사의 비윤리적 영업 정책의 실태를 알아보자.

일단,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본인이 소속된 제약사가 판매하는, 본인 담당 제품의 의사 처방 건수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적어도 자연계열 학문의 학사 학위는 갖고 있을거라 생각되고,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처방약의 최신 정보 (약물치료, 메커니즘, 등)를 영업사원에게서 얻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영업사원들이 꼭 자연계열 학문을 공부한 건 아니며, 그것이 입사기준의 결격사유는 아니다.

이는 어떤 이유에서일까?

회사가 찾는 '바람직한' 영업사원 자격조건은 학술적, 의학적 지식보단 세일즈맨 스킬이 더 중요시 된다.  실제로 제약회사의 영업직 교육과정을 들여다 보면, 교육과정의 목표는 의외로 단순하다.  매출의 극대화. 

회사는 회사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판단, 영업사원들이 알아야 할 부분만 골라서 알려주며, 그 이상은 없다.  아울러 영업사원의 세일즈 욕구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좋고 멋진 미래형 청사진'만 끊임없이 제시한다.

만약 영업사원이 일말의 자연과학 학문 지식이 있다면, (회사가 의도한) 한쪽으로 치우친 연구결과에 대해 의문을 가질 것이며, 본인이 열을 올려 영업하는 제품의 끔직한 부작용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첨부 - '훌륭한 기업의 치명적인 실수').

그러나 이 부분은 실질적인 영업에 마이너스가 된다.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영업직무 이행의 결과는 가족의 식탁을 풍성, 또는 데이트 때 멋진 외식을 가능케 하기에, 아무리 관련 학문 지식이 있더라도, 합리적인 의문을 품더라도, '좋고 멋진 미래형 청사진' 그리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실제로, 제약 영업사원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두가지.  하나는 외모. 둘은 현란한 말솜씨.

여성 영업사원의 경우 외모가 절대 기준이 되기도 하며, 남성은 설득력과 친화력이 절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성별의 차이를 떠나서, 영업사원이 본인의 외모든, 친화력이든, 설득력이든 십분 활용하면, 그 노력의 성공보수는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예를 들면, 노련한 [노련하다 = 의사들과 엄청 잘 어울린다] 영업사원은 억대 연봉이 가능 하며, 여성의 경우 세련된 [세련되다 = 의사들이 이쁘다고 야단이다] 사원도 억대연봉, 충분히 가능 하다.

입사 초기 연봉도 그리 나쁘지 않다.  미국의 경우, 메이저급 제약사의 초봉은 5만달러 정도.  그러나 초봉은 전주곡에 불과하다.  업무용 회사차량도 지원받을 수 있고, 법인카드 한도도 꽤 높다.  영업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카드 뿐만 아니라 현금성 판공비도 꽤 된다.

제약사가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면, 아주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의사들과 담당 영업사원들은 무제한 음식과 무제한 술을 같이 즐긴다.  연초, 어떤 유명한 외자제약사가 강남 소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세미나를 개최한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노련한' 다른 유수 외자사는 지방에서 (강원도 소재 하이원 리조트) '눈을 피하며' 한다.  그것도 1박2일, 골프라운딩 포함이다.

의사 컨퍼런스는 어떠한가?  파티, 파티다.  의사들은 최고급 양주, 최고급 와인, 최고급 음식을 제공받는다.

결과적으로, 제약사의 처방의약품 매출 100%는 의사들이 좌지우지하기 때문.

미국 의회 청문회서 실토한 전직 영업사원의 얘기를 들어보자.  "제약사는 전직 [여성]모델들을 의도적으로 고용, 의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거론 자체를 최소화 시킨다." 그가 덧불이길, "성적 자극도 필요시 가동하라고 회사가 지시"하곤 했다고 실토했다.

유튜브 동영상 - "스크럽스 - Scrubs" (인기있는 미국 의학드라마 - 편집자 주)



또 다른 전직사원의 실토를 들어보자.

"저는 대학에서 분자생물학과 분자화학을 전공했고, 이 분야를 적용할 수 있는 제약사 영업직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입사 후 제가 바로 파악한건, 의약품을 팔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 전공분야의 적용이 아니라 어떻게든 대인 친화력을 높이는 것이였습니다.  제가 친화력을 한단계, 두단계 높였을 때 돌아오는 금전적 이익의 유혹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가 제시한 금전적 유혹은 저로 하여금 제가 영업을 할때마다 매번, 어김없이 겪었던, '도덕적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을 억지로 정당화' 시켰습니다."

한국 제약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내사, 외자사가 뽑는 영업사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훈남, 훈녀, 엄친아, 엄친딸이다.  취재팀이 신규 채용시 제약사로 제출된 이력서를 직접 수집, 검토할 순 없었지만, 자연계열 학문을 전공한 지원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나이도 마찬가지.  젊고 어린 사람들은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맹목적인 열정을 갖고 있다.  특히 첫 사회생활을, 그리고 '훌륭한' 유수 제약사의 직원 ID카드를 목에 거는 순간 맹목적인 프라이드가 생긴다.  한마디로 말하면, 냉정한, 냉철한 분별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담당한 제품은 과연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 된건지, 부작용은 어느 정도 최소화 할 수 있는 건지, 경쟁사 제품보다 임상적인, 과학적인 우월성이 객관적으로 입증 된 것인지.  과연 신입, 또는 중견 영업사원은 이런 정말로 중요한 부분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얼만큼 숙지하며, 의사에게 분별력을 갖춘 디테일을 제공할 수 있을까?

외자사의 경우, 영업사원들은 특정 제품을 담당하기 전에 아주 길고, 지루하며, 그리고 굉장히 복잡한 정신감정테스트를 받는다.  본 테스트의 목적은 본인의 성격을 (회사가 의도한 기준으로) 파악하기 위해서고, 테스트 결과는 담당할 제품의 전반적인 '성격'과 담당 직원의 '성격'이 매칭 되는지 여부를 가리는 거다.

한마디로 외자사 식 '드럭 마리아주(Drug Mariage)'다.

외자사는 한 출입처에 영업사원 혼성 2인 1팀을 보내기도 한다.  그 이유는?  제품을 처방하는 의사의 기호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남자사원을 선호할 수 있고, 여자사원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리지널 제품인 경우, 특허가 만료된 시점에서 더 싸고 효능은 얼추 비슷한 경쟁 (제네릭) 제품이 쏟아져 나올 때, 외자사의 '기민한' 영업정책은 더욱 더 빛을 발한다.  의사들의 성격상, 처방의약품을 빈번히 변경하는 걸 선호하지 않기에, 영업사원들은 (회사 지시에 따라) 의사에게 제공하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조정하며, 아울러 병,의원 방문빈도를 의도적으로 하향 조정한다.

외자제약 본사 영업정책는 더욱 더 오만하다.  전세계 모든 영업 데이타를 수집, 수치화 하고, 선진국형 데이터 마이닝 기법으로 처방전을 쓰는 의사에게 (대외비 성격으로) '1'부터 '10'이라는 점수를 부여한다.  의사들도 사람인데.  10점짜리 의사는 본사 제품의 처방을 아주 잘 써주는 사람이고, 1점짜리는 그 정반대이다.  10점짜리 의사는 말 그대로 '최고'의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VVIP마케팅의 집중 포화를 즐겁게 누린다.  5점짜리 이하 의사는? 왕따 수준이다.

인간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의학이 비즈니스가 되는 순간, 도덕성과 합법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비윤리적인 행위와 맹목적인 매출 규모의 부풀림만 고공행진하게 되는 것이 제약업계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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