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뇌송송 구멍탁
입력 2008.06.05 13:09 수정 2008.06.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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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근 약사

미국소고기 수입 때문에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

한국의 동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뉴욕, 워싱턴, LA 한인 회장들이 잇달아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급거 귀국하여 재미 동포들이 수십년간 먹었던 소고기나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먹게 될 소고기는 똑같은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재미 한인 주부 협회는 FDA에 서면 질의까지 한 후 미국 사람들이 먹는 소고기는 95% 이상이 연령 24 개월 미만의 소고기이므로, 새로 한국으로 수출되는 소고기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회장님들과는 다른 주장을 하였다. 누구 말이 맞을까?

사실 난 이번 광우병 파동이 생기기 전엔 미국에서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 잘 먹고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 난 갈비로 유명한 수원에 살았었는데 내 기억에 수원 갈비는 ‘비싸고 질기기만’ 하였다. 그에 비하면 이 곳에서 맛 본 미국 갈비는 최고중의 최상급이었다. 

미국 이민 초기엔 햄버거를 자주 먹었는데 저렴하기도 하고 애들이 좋아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막내가 햄버거의 뼈조각 때문에 이빨이 뿌러진 이후론 햄버거는 거의 먹지 않게 되었지만 이번에 햄버거가 소고기중 가장 위험한 광우병 원인 고기라는 정보를 새삼 들으니 그동안 먹어온 것 때문에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광우병 잠복기간이 최소 10년, 내가 이민 온 기간도 10년이니 확률은 낮지만 나도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서서히 시작된 거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다섯 가족 모두가 광우병 생체 시험 샘플이 된 듯하여 기분이 매우 안 좋다. 얼마 전 미국 육류업체가 병든 소를 이용해서 만든 햄버거 패치를 학교 급식에 공급하려다 발각되어 전량 리콜된 사태가 있었다.

이번엔 대규모였고 대상이 아이들 학교라 감시의 눈이 많아 쉽게(?) 들통이 났지만 일반 햄버거집에 공급되는 패치는 슬그머니 그런 고기들이 공급되었을 개연성이 충분이 있을 것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읽은 영문 소설이 ‘Toxin’ 이라는 소설로 Robin Cook이라는 이 곳에선 꽤 유명한 소설가가 쓴 것이었다. 소설의 이야기가 햄버거를 먹고 슈퍼 대장균에 감염 되어 죽은 딸의 사망 원인을 파헤쳐가는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직업이 의사인 아버지는 결국 햄버거 패치를 만드는 육가공 회사에 잠입하여 딸의 사망 원인이 회사의 비 위생적인 패치 공급에 의한 것임을 밝혀 내었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대단히 비위생적인 미국의 소 도축상황, 햄버거 패치 공장의 비위생 시설, 그리고 관리 감독 소홀등을 고발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자국민이 먹는 고기도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미국에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30개월 이상의 소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할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

따라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검역 절차 마저 포기한 한국 정부는 흡사 광우병에 걸린 미친소와 다를 바가 없다 해도 별로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광우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알츠하이머 병, 즉 치매 환자가 미국에서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것이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한 노인층의 증가에 의한 것인지 치매처럼 보이는 광우병 환자의 증가에 의한 것인지는 사망 환자들을 일일이 부검하기 전엔 알 길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치매도 광우병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순히 증상 억제 정도의 약만 약국에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리셉트 (Aricept, 성분명,donepezil)인데 제조사인 에자이 (Eisai) 에선 효과가 탁월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그 외에도 라자다인 (Razadyne, 성분명:galantamin), 엑셀론 (Exelon, 성분명:rivastigmine) 등이 약국에서 조제되고 있다. 모두 다 치매 증상의 원인인 대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아세틸콜린의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약물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약은 아니므로 효과가 있더라도 치매의 증상을 완화 시켜주어 수명을 연장해 주는 효과 정도만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약물인 나멘다 (Namenda, 성분명: memantin) 는 기억과 학습에 관여된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도와주어 치매의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한다. 하지만 이 약도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치료약은 아니다.

물론 이 약들은 모두 광우병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

여태껏 잘 먹던 ‘값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먹는게 갑자기 불안해졌다. 특히 위험 부위인  LA 갈비나 사골, 꼬리 곰탕등을 먹는 건 더욱 불안해졌다.

미국 사람들이 거의 안 먹는 부위이니 제대로 된 검사가 안 이뤄질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불안한들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들에게 비할 바인가! 한국에는 30 개월 이상, 어떤 사람의 주장대로라면 심지어 송아지 서너 번 낳고 100 개월도 넘은 소고기가 한국에 들어갈 거라는 데 말이다.

아무쪼록 재협상이 속히 이뤄져 한국의 동포들도 미국 소고기 먹을 때 내가 갖는 불안감 만큼만 가졌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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