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천식 치료, 증상 조절 넘어 예방의 시대로”
[인터뷰] 알베르토 파피 교수 “중증 천식, 악화 후 치료 아닌 악화 전 예방이 미래”
듀피젠트 비롯한 생물학적제제, 천식 치료 패러다임 바꿔
“치료 시기 늦출수록 질환 진행”…조기 개입 중요성 강조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학 시대, 제2형 염증 표적 치료 확대
입력 2026.06.10 06:00 수정 2026.06.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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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파피 교수가 약업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증 천식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중증 천식 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반복되는 천식 악화를 막고 증상을 조절하는 데 치료 목표가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질환을 유발하는 염증 경로 자체를 조기에 차단해 질병 진행을 막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치료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성인 중증 천식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제2형 염증성 천식(Type 2 Inflammatory Asthma)은 기존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와 기관지확장제 치료에도 충분한 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미충족 수요가 존재해 왔다. 여기에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CS) 장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새로운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국내에서 듀피젠트(두필루맙)의 중증 제2형 염증성 천식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생물학적제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약업신문은 최근 방한한 세계적 호흡기질환 권위자인 이탈리아 페라라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알베르토 파피(Alberto Papi) 교수를 만나 중증 천식 치료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듀피젠트가 가져온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알베르토 파피 교수는 현재 이탈리아 페라라대학교 호흡기내과 교수이자 페라라 산탄나 대학병원 호흡기 분과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국제학술대회(KAAACI 2026)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중증 천식 환자를 위한 최신 치료 전략과 생물학적제제의 역할을 공유했다.

“천식은 치료 가능한 질환…그러나 중증 천식은 여전히 생명을 위협한다”
파피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천식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 악화와 진단율 향상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천식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라면서도 “중증 천식은 여전히 환자의 삶을 크게 위협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천식은 기도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고 공기 흐름이 제한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호흡곤란을 겪고 운동이나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게 된다. 특히 중증 천식 환자들은 반복적인 급성 악화를 경험하며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파피 교수는 “급성 악화는 단순한 증상 악화를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중증 천식 환자에서는 추가적인 치료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마커가 바꾸는 천식 치료…정밀의학 시대 열려”
과거 중증 천식 치료는 고용량 ICS-LABA와 LAMA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상당수 환자들은 이러한 치료에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파피 교수는 생물학적제제의 등장으로 중증 천식 치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는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조절되지 않는 염증 경로를 확인하고 환자 특성에 맞춘 치료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며 “이는 천식 치료가 정밀의학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혈중 호산구(Eosinophil)와 호기산화질소(FeNO)를 제2형 염증을 확인하는 핵심 바이오마커로 꼽았다.

두 지표는 단순한 진단 수단이 아니라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실제로 임상시험과 실제 진료 현장 모두에서 두 바이오마커가 모두 높은 환자군에서 생물학적제제 치료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다만 파피 교수는 경구용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바이오마커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어 수치만으로 환자 상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실제 임상 상태”라며 “반복적인 악화를 경험하고 기존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환자라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치료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증 폭포의 상류를 차단한다”…듀피젠트 차별성은?
파피 교수는 듀피젠트의 차별성을 설명하기 위해 ‘염증 폭포(Cascade)’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염증 반응을 상류에서 시작해 하류로 확산되는 폭포에 비유하며 “하류 일부만 차단하는 것보다 상류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넓은 범위의 염증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듀피젠트는 제2형 염증의 핵심 경로인 IL-4와 IL-13 신호를 동시에 억제한다.

IL-13은 점액 생성, 기도 평활근 수축, 조직 섬유화 등 다양한 병태생리에 관여한다. IL-4 역시 B세포 계열 전환을 비롯한 면역반응 전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피 교수는 “듀피젠트는 특정 증상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병원성 기전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다”며 “이것이 듀피젠트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기도가 실제로 달라졌다”…VESTIGE 연구
파피 교수가 가장 인상 깊게 언급한 데이터는 VESTIGE 임상 4상 연구였다.

그는 “듀피젠트의 효과는 여러 임상시험에서 일관되게 확인되고 있지만 VESTIGE 연구는 치료 기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영상 기술을 활용해 듀피젠트 치료 전후 기도와 폐의 변화를 직접 분석했다.

연구 결과 듀피젠트 치료 후 기도 염증 감소, 기도 확장, 기도 저항성 감소가 확인됐다. 중심 기도뿐 아니라 말초 기도까지 전반적인 저항성이 감소했으며 기도 리모델링 개선도 관찰됐다.

특히 파피 교수가 주목한 부분은 점액 플러그(mucus plug) 감소였다.

중증 천식 환자에서는 과도한 점액 생성으로 인해 기도가 막히는 점액 플러그가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폐 기능 저하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듀피젠트 치료 후 점액 플러그 감소와 폐 기능 개선, 바이오마커 감소, 삶의 질 향상이 서로 연관성을 보였다”며 “질환 기전을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스테로이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
파피 교수는 중증 천식 치료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로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감량을 제시했다.

스테로이드는 급성 악화 시 매우 중요한 치료제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골다공증,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부작용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는 “중증 천식 환자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을 줄이는 것은 단순한 약제 감량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며 “환자의 장기 건강을 보호하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실제 듀피젠트는 임상시험을 통해 OCS 감량 효과를 입증했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상당수 환자가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환자가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환자가 스테로이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베르토 파피 교수가 약업닷컴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급여 확대는 시작일 뿐…중요한 것은 치료 시점”
올해부터 국내에서 중증 제2형 염증성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듀피젠트 급여가 확대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피 교수는 “과거에는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없어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로 지내야 했던 환자들이 있었다”며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보다 효과적인 질환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급여 확대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절한 시점의 치료라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치료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에 도달하면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재 중증 환자에 국한된 사용 범위를 향후 중등도 환자까지 확대하는 방향이다.

그는 “질환이 진행된 뒤 개입하는 것보다 초기 단계에서 염증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며 “이는 향후 천식 치료 발전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식 치료의 미래는 예방”
파피 교수는 앞으로 천식 치료가 단순한 증상 조절을 넘어 질환 진행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이제 환자가 심각한 증상을 경험한 뒤 치료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개입하고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물학적제제가 필요한 환자라면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며 “치료를 늦추는 동안 질환은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중증 천식 치료는 지금까지 반복되는 악화와 증상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생물학적제제의 등장과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의학의 발전은 치료 목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알베르토 파피 교수가 제시한 미래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증상 관리에서 질병 수정으로, 치료에서 예방으로. 중증 천식 치료 패러다임은 이미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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