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1주년] 신약개발 숨은 주역 CRO…제약바이오 산업 핵심 파트너 부상
글로벌 제약산업 연구개발 비용 2030년 3660억 달러 전망…임상·비임상, 전체 90% 차지
입력 2025.03.26 06:00 수정 2025.03.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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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CRO(임상시험수탁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제 CRO의 역량이 신약 개발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 국내 CRO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CRO와의 협력 네트워크를 신속히 구축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CRO는 더 이상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동력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

한국이 글로벌 임상시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이 발간한 '한국임상시험백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전 세계 임상시험 수행 국가 순위에서 역대 최고인 4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7년 연속 도시별 임상시험 수행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아시아 임상시험의 중심지로 입지를 굳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가 5.48%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오히려 9.03% 증가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주요 임상시험 허브로서의 매력을 입증한 것이다. 2023년 한국의 다국가 임상시험 점유율은 3.92%로, 2022년 3.37% 대비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특히 2019년 3.25%에서 2023년 4.04%로 상승하며, 5년간 0.79%p 증가했다. 세계 순위도 8위에서 4위로 4단계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한국 임상시험 글로벌 점유율 추이(2019∼2023년)]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이러한 성과의 이면에는 숨은 조력자인 CRO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CRO는 신약 및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비임상시험부터 임상시험 기획, 운영, 데이터 분석 등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업무를 지원하며, 기업과 병원, 연구소, 규제 기관과의 가교 역할을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필수적인 파트너인 셈이다.

신약이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리며, 전체 비용의 60% 이상이 임상시험 단계에서 발생한다. 비임상 단계까지 포함하면 90%를 육박한다. 

글로벌 제약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은 2023년 3010억 달러에 달했으며, 2030년에는 3660억 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CRO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임상 및 비임상 시험의 속도를 높이고, 규제 준수를 지원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78곳의 CRO가 운영 중이다. 이 중 64곳이 임상 CRO로 직접적인 임상시험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 검체 분석기관이 11곳, 비임상 CRO 및 생동 CRO가 각 7곳, 데이터 분석 등 기타 CRO가 11곳으로 구성돼 있다. 보다 세부적인 CRO까지 포함하면 150여곳을 훌쩍 넘는다.

CRO 형태로는 내자 CRO 58곳, 외자 CRO 20곳으로 나타났다. 국내 CRO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9801억원에 달하며,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 내 임상시험 증가와 함께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자 CRO의 매출은 2021년부터 증가한 반면, 내자 CRO의 매출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CRO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의약품 허가뿐 아니라 상업화 전후 적응증 확대, 용도 변경, 기전 탐색을 위한 임상시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기업의 임상시험 단계별 수행 비중은 1상이 4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2상이 21.0%, 3상이 11.6% 순이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22.0%)과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16.5%)은 주로 일반 제약사에서 수행했다. 반면 바이오벤처들은 1상 임상시험(56.6%)과 2상 임상시험(26.8%)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연매출 3000억원 이상의 대형 제약사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전체 임상시험의 34.7%를 차지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2022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임상 연구 건수는 총 1600건으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1상과 2상 임상시험의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14.5%와 9.4%로 높게 나타나,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다국가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도별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정부는 2022년 바이오·디지털헬스산업을 국정 과제로 선정하고, 2023년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임상시험 글로벌 3위 달성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CRO 산업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임상시험 전주기 전문가 양성, 지역 임상시험 활성화 등이 포함됐다. 2023년 12월에는 ‘임상시험 전자 동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발표했으며, 2024년 4월에는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국내 CRO 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적지 않다. 우선 내자 CRO의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의 활성화가 부족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비율은 20% 미만으로, 미국 약 40%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주도의 지원과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국내 CRO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과 해외 CRO 간의 협력 모델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 CRO와의 기술 협력, 인력 교류, 공동 연구개발 등이 이뤄진다면 국내 CRO의 역량 강화와 함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한층 수월해진다.

한국 CRO와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임상시험 대상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 임상시험은 서울과 수도권 주요 병원에 집중돼 있어 지방 환자들의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 4월 지역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점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트렌드인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도입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원격 모니터링, 비대면 진료, 환자 자택 배송 시스템 등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 방문 없이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규제 문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2024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임상CRO협회 지준환 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지금, CRO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면서 “기업과 CRO가 힘을 모아 연구개발을 혁신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해야 진정한 제약바이오 강국, CRO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 회장은 “CRO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인재 육성, 역량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CRO와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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