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도대체 뭘까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이혼 소재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한유리(남지현)는 괴로운 결혼생활임에도 이혼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드라마 속 이혼 전문 변호사 한유리의 대사인 “부부는 도대체 뭘까요?”는 현실 법정에서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매일 수십 쌍의 부부가 등을 돌리는 순간을 지켜보는 조미현 변호사는 ‘평생의 동반자’라는 전통적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이혼뿐 아니라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국면과 그 결말을 다루는 데 탁월한 전문성을 발휘한다.
여기에는 조미현 변호사의 독특한 이력이 한 몫한다. 조미현 변호사는 약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이혼전문 변호사로 변신하며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재설계해 온 인물이다. 그녀의 커리어 여정은 단순한 경력 전환이 아니라, 제도와 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202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대구에 있는 법무법인 일맥 회의실에서 조미현 변호사를 만나 그녀의 인생여정을 들어봤다.
약사에서 변호사로, 그리고 새로운 도전
1998년 약대 입학 당시, 조미현 변호사가 접한 최대 이슈는 의약분업이었다. 생물학적 동등성 확인 가이드라인 부재로 불완전한 제도가 도입됐고, 석사 과정에서 식약처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하며 제도 형성과 그 영향력을 직접 목격했다.
이후 유학과 귀국을 거쳐 약대의 6년제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맞으며 그녀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가고 싶어 로스쿨에 갔어요. 제도를 봤으니까 제도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러나 조미현 변호사는 심평원에서 변호사로서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전개했다.
조미현 변호사가 이혼전문 변호사가 된 건 계획된 선택이 아니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가정폭력 사건을 무료로 지원하면서 관련 사건을 자연스럽게 다뤘던 것이다. 조 변호사는 처음에는 이혼전문이라는 타이틀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전문 분야를 물었을 때, 부동산이나 상가임대차, 지적재산권이라고 하면 좋아하는데 이혼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자신을 손해배상 전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그러나 결혼과 가정을 경험하면서 관점이 바뀌었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한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치명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이제 그녀는 자신을 '사랑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이혼뿐 아니라 사랑의 다양한 국면과 그 엔딩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팔이 부러지게 공부했다”... 열정으로 이룬 경력 전환
약사에서 변호사로 경력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정된 약사의 길을 접고 ‘백수’가 된 채 로스쿨에 도전한 그녀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사법시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공부에 매진한 나머지, 팔 인대가 늘어나 깁스까지 해야했다. 말 그대로, 팔이 부러지게 공부를 한 것. 결국 그 열정은 그녀를 오늘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혼전문 변호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의뢰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볼 때다. 4년간의 이혼 소송 끝에 공인중개사가 된 의뢰인, 소송 중 작가로 변신한 사례 등은 그녀가 기억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반면 가장 힘든 순간은 의뢰인의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할 때다. 가냘픈 몸으로 가정폭력 사건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믿었던 의뢰인의 배신으로 상심했던 경험은 그녀에게 큰 아픔을 남겼다.
한편 조미현 변호사의 변호 철학은 단순하다. ‘어떤 경우에도 의뢰인을 외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
선고기일에는 대부분의 변호사가 할 일이 없다고 여겨 참석하지 않지만, 그녀는 반드시 참석한다. 특히 구속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는 의뢰인을 끝까지 지킨다.
또한 이혼을 단순히 권하지 않고, 관계 회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 ‘조변한 클럽’에서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의뢰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랑전문 변호사가 강조하는 재미와 도전의 가치
조미현 변호사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생각을 파는 시장의 시대입니다. 더 이상 물건을 파는 시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거든요."
법조계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는 그녀는 변호사들을 위한 AI 프로덕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이를 론칭하는 것이 목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도구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녀의 꿈이다.
경력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도해보세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실망하는 게 낫습니다."
억압을 참고 견디는 대신, 재미와 열정을 따라가는 삶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
조 변호사의 이야기는 도전과 성장,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 약사로 시작해 변호사로, 이제는 '사랑 전문 변호사'로 거듭난 그녀는 오늘도 사랑의 복잡한 퍼즐을 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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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도대체 뭘까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이혼 소재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 굿파트너에서 한유리(남지현)는 괴로운 결혼생활임에도 이혼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진다.
드라마 속 이혼 전문 변호사 한유리의 대사인 “부부는 도대체 뭘까요?”는 현실 법정에서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매일 수십 쌍의 부부가 등을 돌리는 순간을 지켜보는 조미현 변호사는 ‘평생의 동반자’라는 전통적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이혼뿐 아니라 사랑과 관계의 다양한 국면과 그 결말을 다루는 데 탁월한 전문성을 발휘한다.
여기에는 조미현 변호사의 독특한 이력이 한 몫한다. 조미현 변호사는 약사에서 변호사로, 다시 이혼전문 변호사로 변신하며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재설계해 온 인물이다. 그녀의 커리어 여정은 단순한 경력 전환이 아니라, 제도와 사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202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대구에 있는 법무법인 일맥 회의실에서 조미현 변호사를 만나 그녀의 인생여정을 들어봤다.
약사에서 변호사로, 그리고 새로운 도전
1998년 약대 입학 당시, 조미현 변호사가 접한 최대 이슈는 의약분업이었다. 생물학적 동등성 확인 가이드라인 부재로 불완전한 제도가 도입됐고, 석사 과정에서 식약처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하며 제도 형성과 그 영향력을 직접 목격했다.
이후 유학과 귀국을 거쳐 약대의 6년제 전환이라는 큰 변화를 맞으며 그녀는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가고 싶어 로스쿨에 갔어요. 제도를 봤으니까 제도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거죠."
그러나 조미현 변호사는 심평원에서 변호사로서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전개했다.
조미현 변호사가 이혼전문 변호사가 된 건 계획된 선택이 아니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가정폭력 사건을 무료로 지원하면서 관련 사건을 자연스럽게 다뤘던 것이다. 조 변호사는 처음에는 이혼전문이라는 타이틀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전문 분야를 물었을 때, 부동산이나 상가임대차, 지적재산권이라고 하면 좋아하는데 이혼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자신을 손해배상 전문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그러나 결혼과 가정을 경험하면서 관점이 바뀌었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자, 한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치명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이제 그녀는 자신을 '사랑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하며, 이혼뿐 아니라 사랑의 다양한 국면과 그 엔딩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팔이 부러지게 공부했다”... 열정으로 이룬 경력 전환
약사에서 변호사로 경력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안정된 약사의 길을 접고 ‘백수’가 된 채 로스쿨에 도전한 그녀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사법시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공부에 매진한 나머지, 팔 인대가 늘어나 깁스까지 해야했다. 말 그대로, 팔이 부러지게 공부를 한 것. 결국 그 열정은 그녀를 오늘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혼전문 변호사로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의뢰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볼 때다. 4년간의 이혼 소송 끝에 공인중개사가 된 의뢰인, 소송 중 작가로 변신한 사례 등은 그녀가 기억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반면 가장 힘든 순간은 의뢰인의 고통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할 때다. 가냘픈 몸으로 가정폭력 사건의 현장으로 달려가고, 믿었던 의뢰인의 배신으로 상심했던 경험은 그녀에게 큰 아픔을 남겼다.
한편 조미현 변호사의 변호 철학은 단순하다. ‘어떤 경우에도 의뢰인을 외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
선고기일에는 대부분의 변호사가 할 일이 없다고 여겨 참석하지 않지만, 그녀는 반드시 참석한다. 특히 구속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는 의뢰인을 끝까지 지킨다.
또한 이혼을 단순히 권하지 않고, 관계 회복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 ‘조변한 클럽’에서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의뢰인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사랑전문 변호사가 강조하는 재미와 도전의 가치
조미현 변호사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생각을 파는 시장의 시대입니다. 더 이상 물건을 파는 시장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거든요."
법조계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믿는 그녀는 변호사들을 위한 AI 프로덕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이를 론칭하는 것이 목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도구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녀의 꿈이다.
경력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시도해보세요.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고 실망하는 게 낫습니다."
억압을 참고 견디는 대신, 재미와 열정을 따라가는 삶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
조 변호사의 이야기는 도전과 성장, 그리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 약사로 시작해 변호사로, 이제는 '사랑 전문 변호사'로 거듭난 그녀는 오늘도 사랑의 복잡한 퍼즐을 풀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