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는 없다” 혁신형 제약기업, 어떻게 신약개발 성공했나
실효성 지적... "신약개발 성공 위해 정부 지원 반드시 필요"
GC녹십자‧대웅제약 등 혁신형 제약기업 우수사례는?
입력 2024.11.29 06:00 수정 2024.11.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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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이재우 개발본부장이 ‘알리글로 미국 진출 사례’를 주제로 혁신형 제약기업의 우수성과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

“신약개발에 ‘왕도’는 없습니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된 국내 제약사가 정부 지원과 혜택을 통해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신약개발에 성공해 국내외 시장에서 인허가를 획득한 사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으나, 혁신형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 성공을 위해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GC녹십자 이재우 개발본부장과 대웅제약 박은경 C&D전략팀장은 28일 포시즌스호텔 서울에서 열린 ‘보건산업 성과교류회’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성과 우수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GC녹십자는 정맥투여용 면역결핍증 치료제 알리글로를 자체 개발해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알리글로는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을 모두 제조해 품목허가를 받은 유일한 한국 바이오 신약이다. 녹십자는 이를 개발하고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겪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한 역량을 공유했다.

녹십자 이재우 본부장은 “저희는 주요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혈액제제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FDA 바이오 신약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조금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이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 2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신약개발 시 제약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을 공유했다.

이재우 본부장은 알리글로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면역 글로불린은 선천성‧이차성 면역 결핍 및 자가면역 질환 환자의 표준 치료법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인 1000만명이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2030년 선천성 면역결핍증(PID) 미국 시장 예측은 약 13조원, 연평균 시장성장률 6.7%로 전망된다. PID는 면역글로불린 이외의 치료제 대안이 없으며 지속 성장하는 시장인데다, CIDP(만성염증탈수초다발신경병증)는 질환의 원인이 복잡해 면역 글로불린이 주치료제로 사용된다는 점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약가가 국내보다 높은 점 또한 반드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이자 알리글로를 개발하게 된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으로부터 ‘허가거절레터(CRL)’를 두 번이나 받았으며, 처음에는 왜 거절됐는지조차 몰랐다고 털어놨다. 두 번째 허가가 거절됐을 때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 자체적으로 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녹십자는 △규제요구사항에 부합하지 못한 공정 유효성(Process Validation) △임상약과의 동등성 입증 실패 △불완전한 BLA(생물학적 제제의 의약품 심사) packages 등 3가지를 허가거절 원인으로 분석해 세 번째 도전을 준비했다. 스스로 역량이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목표 시장을 현실적으로 재평가한 후, 고농도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미국 시장에 맞춰 5%가 아닌 10% 농도로 전략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규제전략 구축 △동등성(Comparability) 개념 정립 △규제기관과의 사전 미팅을 핵심 전략으로 삼기 등 3가지 재도전 체크포인트를 만들어 대응한 결과 품목허가 승인을 받게 됐다.

이재우 본부장은 “진정한 역량은 이론으로 배울 수 없고,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주위에서 녹십자가 작은 회사도 아닌데 왜 세 번이나 실패했냐고 묻곤 한다. 반대로 세 번째에는 어떻게 성공했냐고도 묻는다.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그만큼 실력이 없었던 거고 세 번째에 허가를 받은 것은 역량이 쌓여서라고 생각한다”며 “신약개발에는 어떠한 왕도도 없다. 기본에 충실하며 앞만 보고 달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박은경 본부장이 ‘대웅제약의 R&D 비전 및 현황’을 주제로 혁신형 제약기업 우수성과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약업신문

두 번째 성공사례인 대웅제약은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인 국산신약 34호 ‘펙수클루정(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을 2022년 7월에 출시해 올해 5월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어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국산신약 36호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지난해 국내 출시해 2년 연속 신약 발매에 성공했다.

특히 ‘펙수클루정’은 자체 기술개발 순수 국산 신약으로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24개국에 진출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으며 K-블록버스터 신약의 경쟁력을 제시했다.

대웅제약 박은경 C&D전략팀장은 “대웅제약은 매년 약 매출액의 10% 이상, 최대 20%까지 R&D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 직원의 약 20% 이상이 R&D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며 “펙수클루정은 2008년부터 자체 순수 R&D를 기반으로 국산 신약으로 발매를 성공했고, 2022년에는 대한민국 신약개발 대상을 수상했다. 엔블로정 역시 지난해 2월 대한민국 신약개발 대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은경 팀장은 “최근에는 항암제에서 많은 디스커버리 연구를 수행 중”이라며 “YAP-TEAD항암제는 올해 국가신약개발재단 과제로 약 20억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아 개발하고 있다. 이런 혁신신약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제 No.1’이라는 비전을 선포해 미래 유망한 제제 기술을 위해서 신제품 연구에도 몰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웅제약은 파트너사와의 윈윈전략과 기술사업 모델 수립으로 신규가치 창출과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대웅제약은 혁신신약과 플랫폼 개발, 차별화된 R&D를 기반으로 ‘글로벌50’이라는 제약사 비전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혁신시장에서는 아시아 넘버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의약품 개발, 혁신제제 플랫폼으로 난이도 높은 개량기술 개발, 장기지속형 주사제, 신약제형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톱10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웅제약은 5회 연속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약산업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2년 연속 국산 신약을 발매할 수 있었고, 글로벌 혁신신약 기술 수출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정부의 다양한 지원으로 더욱 성장해 고객과 환자에게 질 좋은 혁신신약으로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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