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공공병원, 예타 대신 정책성 평가‧지역균형발전 평가만 수행해야”
정백근 경상대 교수, 국회서 공공의료 강화 방안 제언
입력 2024.06.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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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과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약업신문

비수도권 공공병원 설립 시 예비타당성 조사나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대신 정책성 평가와 지역균형발전 영역의 평가만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계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정백근 경상국립대 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과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공공의료 강화 방안 중 하나로 비수도권 공공병원의 예타 면제를 제안했다.

정백근 교수는 ‘의료대란 과정으로 본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문제점과 공공성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의료 강화 방안으로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역할 강화 △지방정부 및 시도 공공보건의료위원회의 역할 강화 △국립중앙의료원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위상과 역할 강화 △책임의료기관 기반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공급체계 구축 및 운영 △지역‧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 활용 △분권적‧민주적인 보건의료 의사결정 및 추진체계 구축‧운영 △비수도권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개편 △공공자원 확보 차원의 목적의식적 의료인력 양성 등을 꼽았다.

정 교수는 “비수도권 인구 감소에 기반해 수도권으로 의사와 병상 집중 가능성이 높다”며 “비수도권 인구 감소가 시작된 2017년부터 수도권 의사와 병상 비율 모두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상대적 격차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은 수도권보다 의사는 적은데 병상은 1.7배 많다며, 비수도권 지역 병원들의 급격한 몰락과 서비스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또 지역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지역주민의 불신을 더욱 커지고 있어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주민들의 진료 실인원당 관외의료이용 진료비는 수도권의 1.7배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또한 민간 주도 보건의료체계는 이윤을 추구하므로 일차의료의 기능이 약화되고 무한경쟁적 의료전달체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공공병원조차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다,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의료시설과 인력은 지역을 떠나 신규 시설과 인력의 진입 가능성이 낮은 실정이다.

정 교수는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문제에 신자유주의적 생명권력적 입장을 강하게 견지함으로써 사실상 방임했다”며 “정부가 보건의료의 시장성을 적극 강화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보건의료를 신성장‧혁신성장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혁신형 신의료기술의 조기시장 진입을 허용, 비의료건강관리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등 시장성을 키웠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방향은 반시장적이고 공공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 지역의료 발전기금을 신설하고 배분하는 권한을 주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책 목표에 대한 합의와 지방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예산에 대한 합의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지방정부와 시도의 공공보건의료위원회의 역할도 강화시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시행계획 등 필수의료 제공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한 국립대병원 네트워크와 중앙정책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 정책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필수의료의 총괄‧조정 역할을 하도록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수도권 공공병원 설립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되, 이것이 어렵다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고 정책성 평가와 지역균형발전 영역의 평가만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비수도권 공공병원의 비용편익비가 1을 넘을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며 “공공병원 설립 예타를 시행할 경우 보건의료전문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자원 확보 차원의 목적의식적 의료인력 양성도 중요하다고 꼽았다. 취약지역‧취약분야 근무를 조건으로 하는 공공의대, 공공간호대 등 특수목적대학을 설립하고, 지역의사제‧지역간호사제 등 기존 정원을 확대하되 특수목적 트랙을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지난해 “경남 출생 여부, 경남 소재 고교 졸업 여부, 경남 소재 의대 졸업 여부가 경남지역 의료취약지 근무 의향과 실제 근무여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웅상지역의 사례를 들며 지역의료 정상화와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진재원 웅상공공의료원설립추진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지난 3월 폐원한 웅상중앙병원을 언급하면서 “우상지역은 18만 인구의 생활권역 내에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과 응급의료시설은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급 병원 5개소만 존재한다”며 “최근 폐업한 웅상중앙병원은 잦은 폐업과 재개원을 반복하면서 웅상지역 의료시장의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따.

진 대표는 “웅상지역 주민들은 단기적으로는 24시간 응급실이 운영되는 병원이 생기기를 바라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이 안정적으로 웅상생활권의 의료호나경을 책임지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예타’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는데 이는 경제성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구조여서 사실상 지방을 버리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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