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안전성과 의료접근성‧편의성 균형 잡아야
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 “안정적 운영 위해선 법제화 필수"
입력 2023.05.31 06:00 수정 2023.05.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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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이 건정심 후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문기자협의회

정부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법제화를 위한 전초 단계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법적 근거없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법제화가 필수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직후 열린 전문기자협의회 백브리핑에서 “3개월의 계도기간과 상관없이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는 확실히 가해져야 한다”면서도 “패널티는 법에 근거를 둬야 확실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제화 이전인 현재 할 수 있는 관리감독의 범위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개최한 제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하고 다음달 1일부터 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를 종료하는 대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제한적 범위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날 건정심에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안과 수가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은 진찰료의 30%를, 약국은 약국관리료‧조제기본료‧복약지도료의 30%를 각각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인 수가로 확정했다.

차 과장은 “비대면진료는 한시적 사업을 통해 이미 1400만여명이 3700만건을 이용하는 등 실효성이 증명됐다”며 “시범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걱정은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한시적 사업은 코로나19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외가 인정됐지만 시범사업을 비롯해 본사업에선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비대면진료는 안전성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의료접근성 및 편의성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차 과장은 밝혔다. 안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편의성, 의료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고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자문단을 구성해 의약단체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의 의견을 들으며 각 입장간 균형점을 찾을 계획이다. 그래야 본사업에서도 균형을 갖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과장은 “이번 건정심에선 직역단체, 환자단체가 안전성에 좀 더 무게를 둔 것 같다"면서 "비대면진료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소위원회에서도 좀더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거동불편자의 범위를 너무 좁히면 이용자가 불편할 수도 있어 만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도 장기요양등급자에 한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향후 실효성을 분석해 제도 보완을 해나갈 계획이다.

비대면진료 확정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또 있다. 당초 초안에서 초진을 예외 허용했던 휴일‧야간시간대 소아환자에 대해 사실상 초진이 불가하도록 사업안을 변경한 것. 대신 이들은 대면진료 기록이 없더라도 비대면진료를 통한 의학적 상담은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없이 의학적 상담만 가능해 향후 실효성 논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차 과장은 “처음부터 너무 명확하게 해놓으면 의견수렴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초안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정했다"면서 “ 거동불편자와 소아 초진에 대한 경우의 수를 열어놓았고, 그 결과 건정심에서는 재진 허용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휴일‧야간 소아환자의 의학적 상담이 가능토록 한 것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간에 한해 방식을 제한하면서도 안전성을 강조한 결과다. 소아과학회, 소아과의사회의 의견도 반영된 사항이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밤시간이나 휴일에 아이가 아프면 맘 카페에서 정보를 찾곤 했는데, 이보다는 의사에게 의학적 상담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 소비자단체들은 이 경우 비대면진료를 받아 응급실을 찾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정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반영한 것이다.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여부는 대면진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차 과장은 “비대면진료라서 책임을 더 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례가 더 쌓여야 하겠지만, 이미 3년 동안 시행했고 지금까지 큰 부작용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건정심 위원은 너무 한쪽만 보는 것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비대면진료가 시범사업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 법제화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이렇게 힘들었던 나라는 없었다"면서 "향후 시범사업 결과를 잘 정리해서 국회에 잘 설명해 제도화되도록 노력하겠다" 밝혔다.

차 과장은 약사회가 주장하는 플랫폼과 약 배송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특히 약 배송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편의성에 무게를 둬 약사의 복약지도를 희생했었지만, 이젠 감염 위험이 줄어든 만큼 안전성에 더 가치를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복약지도는 국민건강 증진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ㄴ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차 과장은 "만성질환자의 복약순응도나 병용금기 의약품의 위험성은 없는지, 식사를 하면서 약을 먹는지 등을 약사가 지도해야 하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나 약 배송 과정에서 복약지도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대해선  현재는  관리감독 기능이 없으나  법제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차 과장은 “법에 담기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고 굉장히 우회적인 수준에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약사회가 지적한 몇 가지 문제점을 전달했더니 바로 시정한 만큼 협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맞춰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는 처방금지 약물인 여드름, 탈모 등 의약품에 대해서도 과용을 우려해 사례를 모아달라고 약사회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와 의견을 나눠 해법을 찾을 예정이다. 

한편 이날 건정심은 서울시약사회, 경기도약사회 등 약사단체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의료민영화’의 전 단계라며 강하게 반대해 회의 시작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건보 재정 사용에 대해서는 이른바 ‘비용-효과성’을 엄격히 따져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정해왔는데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보다 30% 더 효과 있다는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며 “건보 재정이 부족해 보장 항목을 줄이겠다면서 무원칙하게 비대면진료 수가를 30%나 높이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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