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미국처럼 연구 집중 환경 만들어야 양성 가능”
연세대 이민구 교수, 美 NIH 펀딩제 언급…수익 내야 생존가능한 현실 강조
입력 2022.12.12 06:00
수정 2022.12.12 06:01

우리나라가 의사과학자를 보다 많이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특히 미국처럼 보다 전향적이고 강력한 연구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2022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성과교류회’를 개최하고, 관련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을 초청해 ‘의사과학자 양성 및 연구 생태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연세대학교 이민구 교수는 “의사과학자는 MD-PhD 과정을 마치고 대부분 임상의로 가서 진료를 조금 하고 연구를 주로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들에 의해 의학 발전이 많이 이뤄졌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허들”이라며 “임상의로 간 교수들은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할 수가 없다. 이들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많은 교수들은 NIH(미국 국립보건원)에서 펀딩을 받아 자기 월급을 해결한다. 이런 부분을 보다 전향적으로 정부에서 검토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교수는 토론 전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인프라 구축 활동 성과 발표’를 통해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육성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상위 인재들이 의대로 집중되고 있지만, 연구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해 임상뿐만 아니라 기초의학‧자연과학‧공학 등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이를 발전시킬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융합 의사과학자를 육성함으로써 의과학 연구와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생명과학계 리더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세대 의대가 △석산‧연세 의과학자 육성사업(의대생) △융합형 의사과학자-전공의과정(전공의) △기초전공의, Physician-Scientist 프로그램(융합형 의사과학자 전일제 대학원생) △기초연수프로그램, 중개연구교수, 세브란스 선도연구자 -신진의사과학자 양성지원 및 기초의학 Joint R&D, 보건의료인재양성(조교수 강사) 등 전주기적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전공의 대학원생 사업은 연세대 의대와 가톨릭대 의대, 아주대 의대, 차의과대 등 총 4개 대학이 다학제 컨소시엄을 구축해 △전공의 연구지원(연구방법 교육 및 연구 참여기회 제공) △기초의과학, 공학, 자연과학, 약학 등 융합연구 △교육인프라 구축 △오픈형 온라인강의 제작 공통 커리큘럼 개발 등 프로그램을 연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의사과학자는 산업계로 가는 비율도 10% 남짓으로 많지 않다. 2~3배는 더 돼야 한다. 바이오벤처나 제약회사에서 의사과학자를 굉장히 많이 필요로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들이 서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 의사과학자와 산업계를 연결시키는, 예를 들어 조기에 공동연구에도 함께 참여시키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의대 김종일 교수는 “의사과학자는 개인 인건비가 지급되는 개인연구 과제가 있어야 병원도 이들을 채용하고, 진료를 많이 시키지 않아도 부담이 없다”며 “몇 군데 특정 기관을 선정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부생 연구부터 전공의, 채용까지 모든 과정을 병원에서 책임지고 할 경우 대폭적인 지원을 해주되, 그런 제안을 받은 후 의사과학자를 제대로 채용하지 않거나 키워내지 않으면 자격을 박탈하는 강력한 기관지원 연구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와 진흥원은 기존 임상의 양성에 집중돼 있는 의과대학의 변화를 이끌어 우수한 의사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2019년부터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에는 ‘K-Medi 융합인재 양성 사업’을 통해 신진의사과학자 양성까지 확대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