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라 조항’ 해석범위 국가별 전략적 적용
델리고등법원, 의약품 특허 만료 전 제네릭 원료약 수출 허가
서울중앙지법, SK바사 임상·분석용 백신 러 수출 “특허침해 아냐”
입력 2022.01.20 06:00 수정 2022.01.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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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특허 만료 이전 제네릭의약품의 판매허가와 관련된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원료의약품의 수출이 가능할까?

특허청·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발간한 ‘2021 IP Insight 해외 지식재산권 판례 심층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분쟁정보분석팀 최성진 전문위원은 ‘볼라 조항(Bolar Exemption)의 해석 범위를 확장한 델리고등법원’ 사례를 소개했다. 볼라 조항 또는 볼라 면제는 의약품 특허 만료 이전에 제네릭의약품의 판매허가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허락하는 법률이다.

최성진 전문위원은 “볼라 예외 조항의 실시에 있어서 세계 각국은 정책적 이해 관계에 따라 전략적으로 적용범위를 조정하고 있다”며 “델리고등법원이 내린 이 판결은 향후 의약품 관련 지재권 분야에서 인도 당국이 취할 방향성을 일정 부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델리고등법원은 원고인 미국 Merck Sharp & Dohme Corp.가 피고인 인도 SMS Pharmaceuticals Ltd.를 상대로 제기한 시타글립틴(Sitagliptin) 특허 관련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이후 피고가 제기한 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품목의 수출을 허가했다.

법원은 인도 특허법 제107조(A)하에서는 △특허품의 수출은 해당 행위가 연구 및 개발에 합리적으로 관련이 있다(‘reasonably related’)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가능하며, △이에 필요한 조건으로는 수출 당사자가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입국에서의 해당 특허품의 상업적 악용 여부는 상기 법률 하에 보장되는 피고의 권리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국민들의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의약품 관련 특허 정책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관점 차이는 각국의 볼라 예외 적용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며 미국과 인도, 우리나라의 사례를 비교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신약 개발 및 판매의 대표 주자이며 볼라 면제의 원조 국가이다. 신규 의약 품 관련 특허법안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미국 특허법 제271조(a) 및 (e)(1)을 살펴보면 (a)에서는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특허된 발명을 미국 내에서 생산, 사용, 판매하는 행위나 이러한 특허 발명을 미국에 수입하는 것은 특허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해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e)(1)에서는 FDA의 허가를 받은 후 판매 가능한 의약품이나 의료장비의 경우에는 이에 필요한 데이터를 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행위들의 경우 침해가 아니라는 안전조항(‘Safe Harbor’)을 제공하고 있다.

즉 미국 특허법 하에서 볼라 예외에 해당되는 품목은 의약품과 의료장비뿐이며 해외에서의 연구 및 개발을 위한 수출도 제한된다.

인도는 볼라 조항에 있어서 더욱 폭넓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인도 특허법 제107조 (A)에는 인도 및 외국에서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발명을 제조, 조립, 사용, 판매하는 경우라도 관계 당국의 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개발 및 제출하는 행위과 적절하게 연계된 경우(‘reasonably related’)에는 특허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의약품과 의료장비로 한정된 미국의 경우와는 다르게 모든 특허된 발명이 포함돼 있으며 해당 법령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 수출입도 허가된다. 인도는 이처럼 볼라 예외의 포괄적인 해석을 통해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자국 기업들을 육성 및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특허법 제96조가 한국판 볼라 조항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연구 또는 시험을 목적으로 하는 특허발명을 실시할 경우 특허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된다.

보고서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열세이며 국내 제조 의약품의 99%는 제네릭인 현실을 비춰볼 때 미국보다는 인도식 접근법이 우리나라 당국의 이해에 더욱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결을 내린 SK바이오사이언스와 화이자 간의 분쟁을 예로 들었다.

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한 첫 국내개발 폐렴구균백신에 대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존 화이자 백신에 대해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결국 대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에 따라 해당 백신의 특허 만료 전까지 자체개발 백신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락했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SK바이오사이언스가 화이자 백신의 특허권이 등록돼 있지 않은 러시아로 신규 백신의 임상시험 및 분석을 위해 완제품을 수출한 점이 추후 문제 제기됐고 이에 화이자는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동시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연구나 시험의 목적이 비상업적 용도로 제한돼야만 할 필요가 없으며, 러시아 측이 해당 제품을 공급받아 사용한 행위 자체가 국내 제약사들이 이미 흔히 행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봤다.

또한 우리나라의 특허법에 따르면 해외에서의 특허권 실시를 특허침해로 규율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러시아에서의 상기 시험에 대해 화이자가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보고서는 이를 연구 또는 시험을 목적으로 하는 특허발명을 실시할 경우 특허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해당 법률의 해석을 넓게 적용한 것으로 국내 제약 업계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최성진 전문위원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미국은 볼라 예외 해당 품목을 의약품과 의료장비로 제한하고 해당 법규 하에서 해외 연구 및 개발을 위한 수출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면 인도는 특허된 발명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연구 및 개발과 적절하게 연계됐다고 판단되면 다른 국가와의 교역도 가능하다는 유연적 접근법을 채택해 제네릭 개발 및 생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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