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고조선-삼국-통일신라-고려-조선을 거쳐서 내려오는 동안 현재의 대한민국만큼 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았던 시대는 없었다. 젊은이들은 현재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어떻게 해서 격상됐는지 잘 모를 것이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략적으로 집중해서 육성했던 전자-중공업-화학-제철-자동차 등등 국가기간 산업이 성공했기 때문에 지난 50년 동안 발전을 거듭해서 현재 선진국 문턱에 다다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국부를 유지하기 위해선 앞으로 50년 동안의 성장동력이 필요한데, 많은 전문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꼽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원하는 제일의 희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를 막는 것은 노화, 암, 치매, 근육퇴화, 심부전 등의 퇴행성 질환 등이므로 이를 적절히 통제한다면 세계 모든 사람이 많은 돈을 내면서 구매할 것이다.
질환 치료제는 그동안 합성화합물이 대세를 이뤘다. 19세기의 페니실린을 비롯한 20세기의 페니실린이라고 일컬어지는 콜레스테롤 강하제인 스타틴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쳤던 약들이 모두 화학적으로 제작하는 합성의약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생물학의 발전으로 질병의 상세한 기전이 발견되면서 특정 인자를 교정하는 정밀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바이오-치료제’다.
이의 정의를 말하자면, 화합물 치료약과는 달리 단백질, 유전자, 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단백질 치료제로서 레파타는 항체인데, PCSK9이라는 단백질을 인식, 결합함으로써 콜레스테롤을 강하시키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돼 암젠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돼 희귀한 유전질환자인 혈우병 혹은 겸상적혈구빈혈증에 투입돼 원인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완치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세포치료제로서 CAR-T세포치료제가 상용화돼 B-림프구 백혈병의 완치요법으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가 이끄는 서울대병원 심혈관연구단에서도 과거 20년의 기초연구저력을 기반으로 최근 10년 동안에 바이오-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단백질치료제로서 염증의 유발 매개인자 리지스틴을 차단하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해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간경변증의 보호인자 TIF1 유전자를 치료제로 개발해 폐섬유화증에 적용하고 있다. 또 세포치료제로서 인간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수립해 이를 노인성 근감소증, 류마티양 환자의 폐·관절 염증에 적용하고 있다.
기초의학자로서 바이오-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고민해 왔던 바는 ‘과연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나면서 향후 50년의 번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필자가 느꼈던 우리나라의 강점이라면 연구자들의 열성과 투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의 노력도 빛이 난다.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혁신신약개발 프로젝트 등등, 위촉된 민간인 사업단장의 전문성과 노력, 사업단에 속해있는 공무원들의 헌신이 탁월하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리지스틴 차단 항체의 개발 과정을 예를 들면, 사업단에서 심사해 연구비를 지원함에 그치지 않고 상용화의 필수적인 단계별로 가이드를 해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연구비를 지원한다. 현실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복지부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임상연구의 결과가 양호하게 나오면 진료현장에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 철폐에 적극적이다.
반면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를 상쇄하는 단점도 상당하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규제 철폐를 아무리 외쳐도 각 부서의 ‘늘공(늘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인 규제를 놓지 않고 있다. 바이오-치료제 분야에서 대표적인 규제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표적이다. 합성화합물은 제조과정과 그 성상이 명료하기에 그나마 인허가 과정이 객관적이고 제약사들이 견딜만하다. 그러나 바이오-치료제는 화합물과는 다른 단백질, 유전자 그리고 살아있는 세포이기에 인허가 과정에서 담당관의 지식·철학·관점에 따라 판정하는데 상당한 편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필자가 공동연구하는 모 회사가 중간엽줄기세포 상용화를 위해 모든 자료를 완비해 2년 전에 허가를 신청했음에도 당시 담당관 A가 까다로운 추가 자료를 요구했고, 1년에 걸쳐 자료를 추가해 재신청했다. 그런데 담당관이 B로 바뀌어 있었고, 그는 별도의 자료를 요구해 회사 측에서는 1년 동안 또다시 추가 자료를 준비해 최근 ‘재-재신청’을 했다. 경악한 것은 이번에 담당관이 C로 변경돼 있었고 C는 또 다른 요구를 하면서 6년간에 걸친 회사의 상용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문가인 필자가 그동안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식약처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을 막고 있는 장본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식약처 담당관들이 新치료제 인허가를 이렇게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첫째, 시민 의식 수준이다. 신념 있는 담당관이 절차대로 정당하게 인허가를 해서 출시된 바이오 치료제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우리의 기자님들은 전후좌우를 심층 분석해서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선정적인 기사를 낸다. 이에 국민이 흥분해 담당공무원을 공격하는 등, 성숙하지 못한 행동 사이클이 존재한다. 따라서 담당관들이 신념을 지니고 인허가를 발부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인허가 규제 강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권 카르텔이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징벌적 과세를 남발했던 이전 정부에서 세무법인이 호황을 누리고 국세청 전관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었다. 식약처 인허가 과정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되다 보니, 식약처 전관들이 인허가-자문-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고, 기업들은 인허가를 위해 자문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모든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약대 교수로서 현장의 애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식약처장이 부임해 기대를 모았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처지이기에 ‘늘공’으로부터 규제권을 놓게 하는 데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규제 철폐의 해결책은 상호 견제에 있다.” 즉,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대표자들이 식약처 담당관들을 평가해 식약처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있어야만 식약처 담당관들의 일방적이고 소모적이며 세계최고수준의 규제 일변도식의 방침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산업을 구성하는 3대 요소로서 의과학자, 자본가, 경영가를 꼽고 있다. 이들의 연계가 바이오-벤처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제 철폐와 인허가-심사제도 개선이야말로 3자 정립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바이오-제약 산업은 개발 속도가 뒤처져 세계 경쟁력을 잃을 것이며 우리의 앞으로 50년은 사양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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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국부를 유지하기 위해선 앞으로 50년 동안의 성장동력이 필요한데, 많은 전문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꼽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원하는 제일의 희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이를 막는 것은 노화, 암, 치매, 근육퇴화, 심부전 등의 퇴행성 질환 등이므로 이를 적절히 통제한다면 세계 모든 사람이 많은 돈을 내면서 구매할 것이다.
질환 치료제는 그동안 합성화합물이 대세를 이뤘다. 19세기의 페니실린을 비롯한 20세기의 페니실린이라고 일컬어지는 콜레스테롤 강하제인 스타틴 등,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쳤던 약들이 모두 화학적으로 제작하는 합성의약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생물학의 발전으로 질병의 상세한 기전이 발견되면서 특정 인자를 교정하는 정밀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바이오-치료제’다.
이의 정의를 말하자면, 화합물 치료약과는 달리 단백질, 유전자, 세포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단백질 치료제로서 레파타는 항체인데, PCSK9이라는 단백질을 인식, 결합함으로써 콜레스테롤을 강하시키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돼 암젠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도 개발돼 희귀한 유전질환자인 혈우병 혹은 겸상적혈구빈혈증에 투입돼 원인 유전자를 교정함으로써 완치를 구현하고 있다. 여기에 세포치료제로서 CAR-T세포치료제가 상용화돼 B-림프구 백혈병의 완치요법으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필자가 이끄는 서울대병원 심혈관연구단에서도 과거 20년의 기초연구저력을 기반으로 최근 10년 동안에 바이오-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단백질치료제로서 염증의 유발 매개인자 리지스틴을 차단하는 항체치료제를 개발해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 유전자치료제는 간경변증의 보호인자 TIF1 유전자를 치료제로 개발해 폐섬유화증에 적용하고 있다. 또 세포치료제로서 인간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수립해 이를 노인성 근감소증, 류마티양 환자의 폐·관절 염증에 적용하고 있다.
기초의학자로서 바이오-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고민해 왔던 바는 ‘과연 우리나라가 바이오 강국으로 거듭나면서 향후 50년의 번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필자가 느꼈던 우리나라의 강점이라면 연구자들의 열성과 투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의 노력도 빛이 난다.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단, 혁신신약개발 프로젝트 등등, 위촉된 민간인 사업단장의 전문성과 노력, 사업단에 속해있는 공무원들의 헌신이 탁월하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리지스틴 차단 항체의 개발 과정을 예를 들면, 사업단에서 심사해 연구비를 지원함에 그치지 않고 상용화의 필수적인 단계별로 가이드를 해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연구비를 지원한다. 현실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복지부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임상연구의 결과가 양호하게 나오면 진료현장에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 철폐에 적극적이다.
반면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를 상쇄하는 단점도 상당하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규제 철폐를 아무리 외쳐도 각 부서의 ‘늘공(늘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권한인 규제를 놓지 않고 있다. 바이오-치료제 분야에서 대표적인 규제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표적이다. 합성화합물은 제조과정과 그 성상이 명료하기에 그나마 인허가 과정이 객관적이고 제약사들이 견딜만하다. 그러나 바이오-치료제는 화합물과는 다른 단백질, 유전자 그리고 살아있는 세포이기에 인허가 과정에서 담당관의 지식·철학·관점에 따라 판정하는데 상당한 편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필자가 공동연구하는 모 회사가 중간엽줄기세포 상용화를 위해 모든 자료를 완비해 2년 전에 허가를 신청했음에도 당시 담당관 A가 까다로운 추가 자료를 요구했고, 1년에 걸쳐 자료를 추가해 재신청했다. 그런데 담당관이 B로 바뀌어 있었고, 그는 별도의 자료를 요구해 회사 측에서는 1년 동안 또다시 추가 자료를 준비해 최근 ‘재-재신청’을 했다. 경악한 것은 이번에 담당관이 C로 변경돼 있었고 C는 또 다른 요구를 하면서 6년간에 걸친 회사의 상용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문가인 필자가 그동안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식약처가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을 막고 있는 장본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 식약처 담당관들이 新치료제 인허가를 이렇게 완강하게 거부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첫째, 시민 의식 수준이다. 신념 있는 담당관이 절차대로 정당하게 인허가를 해서 출시된 바이오 치료제에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우리의 기자님들은 전후좌우를 심층 분석해서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고 선정적인 기사를 낸다. 이에 국민이 흥분해 담당공무원을 공격하는 등, 성숙하지 못한 행동 사이클이 존재한다. 따라서 담당관들이 신념을 지니고 인허가를 발부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인허가 규제 강화로 인해 결과적으로 이권 카르텔이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징벌적 과세를 남발했던 이전 정부에서 세무법인이 호황을 누리고 국세청 전관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이 사회적 현상이었다. 식약처 인허가 과정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게 되다 보니, 식약처 전관들이 인허가-자문-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고, 기업들은 인허가를 위해 자문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모든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약대 교수로서 현장의 애로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식약처장이 부임해 기대를 모았지만, ‘어공(어쩌다 공무원)’인 처지이기에 ‘늘공’으로부터 규제권을 놓게 하는 데 성공할 수가 없었다. “규제 철폐의 해결책은 상호 견제에 있다.” 즉,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대표자들이 식약처 담당관들을 평가해 식약처에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있어야만 식약처 담당관들의 일방적이고 소모적이며 세계최고수준의 규제 일변도식의 방침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산업을 구성하는 3대 요소로서 의과학자, 자본가, 경영가를 꼽고 있다. 이들의 연계가 바이오-벤처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제 철폐와 인허가-심사제도 개선이야말로 3자 정립보다도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바이오-제약 산업은 개발 속도가 뒤처져 세계 경쟁력을 잃을 것이며 우리의 앞으로 50년은 사양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