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개황
전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Renub Research’에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829억 2000만달러(한화 약 108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전세계 당뇨병 치료 시장 규모는 631억 3000만달러(한화 약 82조 6000억원)였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당뇨병 치료제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지역은 북미이다. 리서치 기관인 ‘Technavio’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세계시장 대비 북미시장 점유율은 35%에 달했다. 보고서는 오는 2027년까지 북미가 전 세계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38%까지 확대될것으로 전망했다.
북미에 이어 중국과 인도가 포함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2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2021년 기준 중국의 당뇨병 환자는 1억 2900만명에 달하고 인도의 당뇨병 환자는 오는 2027년까지 8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른 점유율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당뇨병 유병률 증가가 있다. 국제 당뇨병 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 IDF)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2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약 5억 3700만명이었다. 연맹은 오는 2030년까지 6억 4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2045년에는 8억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당뇨병은 질병의 특성상 가족력, 환경적 요인, 식습관, 과체중 등 유발 요인이 다양하다”며 “현재 당뇨병을 유발하는 요인도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상 수치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최근 발표한 ‘2022 당뇨병 팩트 시트’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을 가진 사람은 526만명이다. 이는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복혈당만을 진단에 사용할 경우 당뇨병 유병률은 14.5%로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10명 중 3명(30.1%)이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당뇨병 인구(2019-2020 통합) = 출처 당뇨병 팩트 시트 2022
당뇨병 팩트 시트의 편집을 맡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2050년 국내 당뇨병 유병 인구를 약 590만명으로 예상했었다”며 “하지만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당뇨병 인구가 520만명으로 나왔다. 이는 해당 수치를 30년이나 일찍 도달해 버린 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분석에서 공복 혈당 기준만 포함했을 때 당뇨병 전 단계는 900만명이었으며, 당화혈색소까지 포함하게 되면 1500만명이 된다”며 “이는 당뇨 600만명에 고위험군 1500만까지 총 2100만명에 달하는 수치로 이같은 상황을 맞게됨에 따라 당뇨병학회는 ‘제2차 당뇨병 대란’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변화하는 당뇨 치료 트렌드
당뇨병은 ‘제1형’과 ‘제2형’ 등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나뉜다. 제2형 당뇨병이 전체 당뇨병 유병률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기존에는 2형 당뇨로 진단받게 되면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GLP-1과 SGLT-2가 2형 당뇨병 환자들을 상대로 심혈관계 사망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 위험을 낮추고 심혈관계 원인에 따른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줌에 따라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었다. 심뇌혈관질환, 심부전 및 만성콩팥병 등 합병증 예방 효과를 보유하는 약제들을 우선적으로 투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2년 진료지침을 통해 메트포르민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하거나 고위험군인 경우, 심부전과 만성신질환이 있는 경우 심혈관계 이익이 입증된 GLP-1 또는 SGLT-2 억제제를 1차 약제로 권고했다.
더 나아가 지난해 9월에는 유럽당뇨병학회와의 공동진료지침을 통해 1차 약제로서의 메트포르민 사용을 더 이상 권고하지 않고 GLP-1과 SGLT-2 억제제를 동반질환 여부에 따라 1차 약제로 공식 인정했다.
국내 당뇨 치료도 국제 흐름에 맞춰 유사한 방향으로 진료지침에 변화를 주고 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 등에서 GLP-1 및 SGLT-2 억제제를 병용 또는 단독으로 권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다음달 1일부터 SGLT-2 억제제 병용요법 급여 확대를 추진중에 있다. 복지부는 △메트포르민+SGLT-2+DDP-4 △메트포르민+SGLT-2+TZD 등 3제 병용요법과 △이프라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에르투글리플로진 등과 함께하는 2제 병용요법, △SGLT-2+인슐린을 병용하는 2가지 요법 등 총 7개 요법을 확대대상에 포함했다.
권혁상 교수는 “단일 요법으로 혈당 조절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 최소 2가지 약제를 병용해서 사용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3개를 함께 써야 하는데 메트포르민과 DDP-4 병용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합이었다”며 “여기에 SGLT-2 및 GLP-1를 함께 사용하고 싶어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못했는데, 이제는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당뇨 치료 패러다임은 메트포르민을 반드시 1차 약제로 쓴 다음 약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강력하게 혈당 조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약제는 메트포르민이다. 팩트 시트에 따르면 2019년 메트포르민은 전체 당뇨병 치료의 87.5%를 담당했다. DDP-4(dipeptidyl Peptidase-4 inhibitor)이 그 뒤를 이었다. SGLT-2의 처방도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18년에는 인슐린보다 더 많이 처방되는 경향을 보여줬다.
△국내 당뇨병약제 성분별 처방 패턴 = 출처 당뇨병 팩트 시트 2022
SU(Sulfonylurea)의 경우 2002년까지만해도 메트포르민보다 처방이 더 많이 이뤄졌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메트포르민의 처방이 더 많이 이뤄졌다. 이후 메트포르민과 DDP-4의 병용요법으로 SU의 처방은 더 낮아졌으며, DDP-4의 처방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젬픽·마운자로…새로운 블록버스터의 탄생?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에 속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오젬픽은 이미 여러 임상 시험들을 통해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 위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오젬픽은 주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로, 같은 계열의 다른 약제들과 달리 심혈관계 질환 성인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계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투여할 수 있는, 국내에서 관련 적응증을 가진 유일한 GLP-1 유사체다.
오젬픽은 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유명인사인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도 다이어트에 오젬픽과 같은 성분을 사용하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한때 미국 내 오젬픽과 위고비의 품귀현상까지 일어난 바 있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사용하는 치료제로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로, 오젬픽은 당뇨 치료제로 각각 FDA의 승인을 받았다.
오젬픽의 매출성장은 지난 2017년 FDA의 승인을 받은 후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 노디스크에서 올해 초 발표한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오젬픽의 지난해 매출은 2021년 대비 61% 증가한 7조 5300억원을 기록했다.
마운자로(티어제파타이드)는 일라이 릴리에서 개발한 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다. 지난해 5월 FDA의 허가를 취득했으며, 성인 비만환자 또는 체중 관련 병발질환을 나타내는 과다체중자 사용 용도로 FDA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마운자로 또한 오젬픽과 마찬가지로 주 1회 투여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다. 동종 계열에서는 최초로 GLP-1과 GIP 수용체들을 활성화시켜 혈당을 조절한다. 이와 더불어 마운자로는 당뇨병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으면서 체중감량 효과가 2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운자로 출시전까지 체중감량 효과 20%를 보인 비만 치료제는 시장에 없었다.
△2023 가장 큰 매출 증가 예상 품목 = 출처 Evaluate Vantage 2023 Preview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이벨류에이트(Evaluate)는 ‘Evaluate Vantage 2023 Preview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마운자로 매출은 20억달러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더불어 오젬픽과 위고비의 올해 합계 매출은 35억달러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오젬픽과 위고비의 매출 급성장을 바탕으로 노보 노디스크를 가장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회사로 전망했다. 더 나아가 마운자로의 경우 “10년 후 2032년이 되면 세계 최초 연 1000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소개했다. 여기에는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와 같은 성분을 사용하는 비만 치료제의 예상 매출까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