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의 가장 흔한 유형인 ‘심방세동’은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최근 인구 고령화와 함께 국내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심방세동은 환자가 대부분 고령인 만큼 출혈 안전성, 환자의 신체 기능 및 동반 질환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신중하게 약물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엄재선 교수를 만나 심방세동 환자의 항응고 치료 시 주안점과 적합한 약물 선택 기준에 대해 들어 봤다.
심방세동이란 심방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수축되는 증상으로 심장 수축의 강도와 리듬까지 불규칙해져서 효과적인 펌프 기능을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혈액이 심방속에 고인 후 응고되어 혈전(피떡)을 형성하고 이 혈전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나가면 신체 어느 부위의 혈관이든 막아버릴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증가하고, 다양한 기질적 심장질환(선천성 심장기형, 심장 판막질환, 관상동맥 질환, 심근증),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만성 폐질환에서 자주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심방세동의 치료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심방세동이 발견되며 우선 약물 치료를 하게 되는데, 항부정맥제와 맥박수 조절약, 항응고요법 등을 사용하게 된다. 약물치료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시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심방세동은 처음에는 발작성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발작의 빈도가 잦아지고, 지속시간이 길어져 지속성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화 되어감에 따라서 점차 심근세포가 줄어들고 수축력이 떨어져 심방의 기능이 감소하게 되고 점차 심실 기능도 감소되어 심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부전의 위험이 정상인보다 2배가량 증가한다.
또, 심방이 세동 상태로 오랜 시간 유지될 경우, 혈액이 저류되어 혈전이 생기고, 이것이 혈관을 막는 혈전색전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일으킬 위험을 증가시킨다.
증상이 없거나 있더라도 못 느끼는 경우가 1/3에 이르기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으면 오랜 기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뇌경색으로 진단받고 나서야 심방세동을 발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 항응고 치료제로는 와파린이 대표적이었는데,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 New Oral Anti-coagulant)의 등장으로 치료 패턴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그 동안 항응고 치료제로 와파린(Warfarin)이 대표적인 약물로 처방돼 왔다. 그러나 와파린은 여러 가지 한계점이 지적되고 있다. 와파린은 환자가 섭취하는 음식과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약제 용량을 결정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혈액응고 검사기(INR)를 통해 측정을 해야 한다. 또한 출혈 등의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환자 측면에서는 다소 불편한 약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를 효과적으로 개선한 NOAC의 처방이 보편화되면서 항응고 치료의 양과 질이 동시에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 항응고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출혈 발생 위험을 와파린 대비 낮춘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 NOAC 처방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
심부전, 고혈압, 나이, 당뇨병, 뇌경색의 병력, 혈관 질환, 성별 등 심방세동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뇌경색의 위험인자를 고려한다.
또한 출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장 기능 저하, 저체중, 이전 큰 출혈의 병력, 출혈의 위험성을 올리는 약제 병용 투여 등이 있는 경우 출혈의 위험도가 적은 항응고제나 저용량의 항응고제를 선택한다.
- 고령의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뇌졸중 예방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것 같은데
‘심방세동’은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고령화와 함께 국내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고령층의 경우, 신장 기능 저하, 항혈소판제 또는 진통 소염제 복용 여부를 주요하게 고려한다.
심방세동은 일반인의 발생률은 약 0.4~0.9%이지만, 60세 이상에서는 2~4%, 70세 이상에서는 5%, 80세 이상에서는 약 12% 가량 발생한다. 항응고 치료 시 연령이 올라갈수록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 연령에 따라 주요 출혈 위험이 7%씩 증가한다.
또,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일반인 대비 뇌졸중 발병 위험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항응고 치료 진행 시 뇌졸중 위험을 6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번 뇌경색이 있었던 환자는 다시 재발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피를 묽게 하는 항응고제 투여 또는 혈관에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 투여 등 이차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 심방세동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복약순응도가 중요한 부분이다. 치료지속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는
NOAC은 용량 조절이 필요 없고 음식과 약제와의 상호작용도 적으며 INR조절도 필요 없다.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무엇보다 NOAC를 포함한 혈전용해제는 복약순응도가 중요한데, 일상생활에서 환자들이 약을 복용하는지 모니터링하는 일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NOAC도 출혈 위험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수술 7일~10일 전 중단해야 하는 기존 혈전용해제와 달리 NOAC은 1~2일만 중단해도 수술에 지장이 없다. 또한 NOAC은 혈전 발생률 저하, 출혈 발생률 저하 등 약제마다 각각 이점이 다르다. 학계에서는 NOAC이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 혈액 응고 등 건강 관련, 기존에 떠도는 속설(아스피린 복용)에 대해서
아직도 혈액응고 예방 등 건강을 위해 아스피린 복용이 좋다는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아스피린은 건강하면 먹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아스피린은 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스피린과 NOAC의 차이점은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 억제제(항혈소판제제)로, 동맥 질환을 예방한다. NOAC은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는 응고 인자 억제제(항응고제)로, 정맥 질환과 심방세동 환자에 쓰인다.
두 가지를 동시에 복용할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출혈의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용량조절이 필요하다.
NOAC은 중단할 이유가 없는 한 꾸준한 복용이 중요하다. 다른 혈전용해제와 마찬가지로 수술․시술 시 사전에 의사와 복용 중단 시기를 논의해야 한다.
NOAC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임의로 중단하면 안 된다. 또한 여러가지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타 약제와도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NOAC 처방을 특히 조심해야 하는 환자가 있다면
NOAC을 사용하면 안 되는 환자는 심장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거나 출혈이 심한 환자다. 중증도 이상의 승모판막 협착증 환자에 사용하는 것도 금기이다.
단 인공판막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혈전이 더 생길 수 있기 때문에 NOAC보다는 와파린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