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의 성패 '임상시험'이 좌우
임상시험과 신약개발 / 신약개발 글로벌 트렌드와 전략
입력 2013.03.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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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사노피 아시아 태평양 R&D 임상개발 이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인턴 수료
미국 뉴욕의과대학 웨체스터 병원(내과 전공의)
미국 뉴욕 마운트시나이 병원(감염내과전임의)
 


IT산업의 시대라 불리는 현 21세기에 글로벌 선두에 당당히 선 국내기업의 위상은 우리 국민에게 우리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IT 산업을 이을 차세대 분야로 전망되는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중요성은, 이 세상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질병과, 질병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의약품에 대한 필요로 대변될 수 있다. 때를 맞추어 지난 10년간 급속히 발전한 한국의 임상시험 역량은 신약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글로벌 제약 기업에서의 신약 연구개발 총 투자액의 70% 이상이 요구되는 임상 시험 단계에서의 성패는 결국 그 신약 개발 전체의 성패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전 세계적인 신약 개발의 전망과 미래를 임상시험 현황에 일부 비추어 주요 질환 별로 요약해 보았다. 

1. 암
글로벌 제약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신약 부문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임상 시험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항암제이다. 한국이 임상시험의 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요인도 바로 항암제 임상을 통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식약청 승인을 받은 신약들 중 항암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편으로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가장 활발했던 심혈관계 신약개발이 현재 정체기를 맞았듯 항암제 개발도 과열경쟁으로 인한 거품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증가하는 암 발생률과 치료가 완전하지 않을 경우 직접 사망으로 연결될 수 있는 암이라는 질환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항암제 개발에 대한 니즈는 모든 암 종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평생 조절이 가능하거나 혹은 완치가 되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 사료된다. 이렇듯 큰 기대를 모으고 있나, 임상시험의 실패율이 가장 높은 분야 중 하나도 역시 항암제이며 특히 임상 1상부터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는 항암제 임상에서 3상 실패의 대부분의 원인이 유효성의 결여라는 사실은 놀라울 만 하다. 그만큼 항암제 개발은 생물과학에 기반한 명확한 분자표적의 발굴과 검증,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환자군의 세분화, 중개 연구 (translational research) 를 통한 조기 임상 단계에서의 확실한 개념 증명 (proof-of-concept) 이 무엇보다 철저히 요구되는 대표 분야라 하겠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 기업인 사노피에서는 보다 차별화되고 특화된 신약 개발을 주도하기 위해 본사 소속의 아시아태평양 R&D 부서를 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 설치해 아시아인에 특화된 위암과 간암 등의 질환 중심으로 독자적인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 당뇨병
당뇨는 서양뿐 아니라 서구화된 식생활의 영향으로 아시아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중요한 만성 질환이나, 이로 인한 사회적 부담에 비해서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신약의 개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다. 그러나 완치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평생 조절이 요구되는 당뇨의 만성성을 생각할 때, 어쩌면 신물질의 발굴보다는 기존 약물의 투약 편의성과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수명 주기 관리(life cycle management) 관점에서의 연구개발이 상대적으로 중요시 되는 분야이며, 이에 요구되는 약물전달시스템의 연구, 효과적인 약물 병합요법의 전략, 또한 인슐린을 비롯한 주사제제에 동반되는 의료 기기와 진단 기기의 연구 개발이 특히 강조된다 하겠다.

3. 중추신경계  질환
 신경정신성 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암과 당뇨의 그것을 합친 것보다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 중 대표적 질환인 알츠하이머 병의 치료제로 큰 관심을 모았던 두 생물학적 제제의 최근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의 실패는 충격과 함께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대한 접근 방법에 본질적 변화를 가져 왔다. 실패한 임상으로부터 유추된 결과에 기반하여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추후 임상은 질병의 초기 단계에 보다 초점을 맞추게 되었으며 이를 수용하기 위해 심사 당국에서는 발 빠르게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다. 이처럼 임상연구는 기초연구와는 달리 실패한 연구에서도 의미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신경정신성 질환들은 재발과 완화가 반복되고 만성적이며 환자의 일상 생활 유지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약물치료, 진단기기, 간호 서비스 등을 망라한 통합적 관리 (integrated healthcare solution)를 활용하는 접근이 무엇보다도 빛을 발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이다.

4. 감염성 질환
에이즈, 간염, 독감 등의 대표 바이러스성 질환을 제외하고는 신약 개발이 정체되어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적극 장려하고자 최근 미국 식약청에서는 새로운 기전의 항생제 신약에 대해서는 신속심사를 자동적으로 실시하고 5년의 시장 독점권을 추가로 부여하는 등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40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된 결핵 신약은 역사 상 두 번째로 신속심사 바우처까지 수여 받는 등 심사 당국의 호의와 지원으로 인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 하겠다. 또한 무엇보다도 신속한 진단이 질병의 경과를 크게 좌우하는 감염병의 속성을 고려할 때, 특화된 진단기기의 개발이 의료계에 혁신을 몰고 올 수 있는 대표 분야 중 하나이다.

5. 안과 질환
최근 글로벌 제약기업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M&A 를 시도하는 분야이다. 몇 가지 점안제를 제외하고는 전통적으로 외과계열로 분류되던 안과 질환의 치료 영역에서 망막질환을 대상으로 한 내과적 약물치료로서의 생물학적 제제의 대두는 의료계에 있어 실로 혁신적인 변화이다. 아직도 수술적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거나 아예 치료법이 없는 안과 질환은 현재 무궁무진하며, 특히 유병률이 높은 근시, 난시, 원시 등의 분야에서도 내과적 약물치료가 가능한 미래를 기대해 본다. 

신약 개발이란, 신물질의 발굴, 제조, 비임상 시험, 임상 시험, 심사 당국의 법규, 그리고 의료계의 트렌드와 니즈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한국은 불과 지난 10여 년 동안 임상시험의 인프라 구축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를 발판 삼아 이제는 차세대 국가 사업으로서의 신약 개발에 대한 전략적인 안목과 포괄적인 통찰력을 가진 인재를 배양하고, 특정 질환들에 유행처럼 치중되곤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성 벤치마킹에서 시선을 들어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신약 개발의 혁신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을 양성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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