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접근 방식에 따라 신약 개발 전략도 각각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기존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증상 완화에 그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하는 질병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DMT) 연구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크게 △천연물 △바이오 항체 △케미컬 기반 전략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천연물 기반 치료제는 메디헬프라인, 바이오 항체 치료제는 에이비엘바이오, 케미컬 기반 치료제는 아리바이오가 주도하고 있다.
천연물 기반 치료제는 뇌 신경을 보호하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경퇴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국내 일부 기업들은 식물 유래 성분을 이용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항체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과 같은 치매의 주요 병리 기전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다. 면역체계를 활용해 뇌 내 유해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전을 적용하고 있으며, 항체 치료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치매 치료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케미컬 기반 치료제는 기존 합성의약품의 연장선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거나 염증을 억제하고 대사를 개선하는 등의 기전을 통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특히, 약물 재창출 전략을 활용해 기존 의약품에서 새로운 치매 치료 효과를 찾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대부분 인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질병 자체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있다.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에는 도네페질(Aricept), 리바스티그민(Exelon), 갈란타민(Reminyl)이 있다. 이 약물들은 경증에서 중등도의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NMDA 수용체 길항제에는 메만틴(Namenda)이 있으며, 중등도에서 중증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또한, 과도한 글루타메이트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세포 독성을 차단하는 기전으로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들은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이 아니므로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증상 개선제 외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을 포함한 뇌기능개선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성분을 포함한 치료제의 연간 처방액은 3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제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 진행을 예방하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효성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승인된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인지 기능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치매의 근본적인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치매 환자 및 의료진의 미충족 의료 수요는 여전히 크다.
메디헬프라인은 천연물 기반의 독창적인 기전을 가진 경도인지장애 치료 신약 ‘WIN-1001X’를 개발 중이다. WIN-1001X는 천연물 유래 복합 기전을 갖고 있으며, 그 핵심 작용 기전은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 활성화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제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세포 항상성을 유지하고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면 손상된 단백질 축적을 줄이고, 세포 기능을 개선해 노화, 치매, 암 등의 질환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메디헬프라인에 따르면 WIN-1001X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AChE) 억제, 오토파지 활성 유도, 신경세포 사멸 억제, 항염증 작용 등 여러 가지 기전을 동시에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처럼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기억력을 높이는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
또한 뇌세포 내 단백질 찌꺼기(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 타우 응집 등)를 오토파지 경로를 통해 제거하도록 촉진하고 신경염증을 억제해 신경세포 보호 및 질병 진행 억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전적 특성으로 WIN-1001X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병리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WIN-1001X는 국내에서 최초로 경도인지장애(MCI)를 적응증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다. 메디헬프라인은 2023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WIN-1001X의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고 다기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WIN-1001X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 2상은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허가를 목표로 진행되는 임상 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임상 결과는 미지수이지만, 메디헬프라인은 전임상에서 확인된 복합 기전을 바탕으로 증상 개선과 질병 진행 억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헬프라인은 WIN-1001X의 오토파지 활성화 기전을 활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MH-101’도 개발 중이다. 현재 MH-101은 국내에서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상태다. WIN-1001X 역시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오토파지 조절 기전은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WIN-1001X의 적응증이 확장될 경우, 경도인지장애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메디헬프라인은 WIN-1001X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천연물 기반 약물이므로 부작용 부담이 적을 가능성이 크며, 경구제로 개발되어 환자 편의성도 높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WIN-1001X가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될 경우, 후속 3상을 거쳐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경도인지장애 치료 분야를 선점할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료는 개척되지 않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다만, 천연물 복합제제는 유효성 입증이 까다로우며, 과거 실패 사례도 존재했던 만큼, 엄격한 임상 시험을 통한 과학적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는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ABL301'은 알파-시뉴클레인(a-syn) 응집체를 표적으로 해 제거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는 주로 파킨슨병 및 루이소체 치매와 관련된 병리 기전으로 알려졌다. 신경세포 내 이상 단백질 축적을 유발해 신경퇴행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파-시뉴클레인의 병리 기전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 퇴행성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경도인지장애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크다.
ABL301은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와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하는 BBB 셔틀 항체 ‘그랩바디-B’를 결합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뇌혈관 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하면서도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를 제거하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BBB 셔틀은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이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치료제들은 증상 완화에 그쳤지만, BBB 셔틀 기술을 활용하면 뇌 내 전달 효율을 극대화해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BB 셔틀의 가능성은 글로벌 빅파마 로슈가 임상 데이터로 입증했다. 로슈는 2023년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학회(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에서 BBB 셔틀 플랫폼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임상 1/2상 중간 데이터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트론티네맙을 1.8mg/kg~3.6mg/kg 투여한 지 12주 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빠르게 감소했다. 특히 3.6mg/kg 고용량 투여군에서는 12주 후 PET 스캔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평균 91 센틸로이드(Centiloid)까지 감소했다. 28주 후에는 107 센틸로이드까지 줄어드는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기존 알츠하이머 신약인 레켐비(Leqembi)와 아두헬름(Aduhelm)이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효과를 트론티네맙이 보여준 것이다. 또한 뇌척수액(CSF) 분석에서도 신경 퇴행성 바이오마커가 감소했다.
이 연구 결과는 트론티네맙이 BBB 셔틀 기술을 통해 뇌혈관장벽을 넘어 뇌에 도달해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는 IGF1R를 표적으로 하는 RMT(Receptor Mediated Transcytosis) 기전을 활용해 BBB를 통과해 항체를 뇌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은 트랜스페린 수용체(TfR) 기반 BBB 셔틀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IGF1R 기반 기술은 뇌 미세혈관(BMV)과 뉴런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므로, 다른 조직에서의 오프 타깃(Off-target) 효과가 작아 안전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트랜스페린 수용체 기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하반기 미국에서 ABL301의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이후 사노피에 ABL301 제조 기술을 이전하며, 그랩바디-B 플랫폼이 연구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ABL301의 임상 1상은 2025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이후 임상 2상부터는 사노피가 주도해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사노피에 그랩바디-B(Grabody-B)를 적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기술이전하며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계약은 계약금 75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0억6000만 달러 규모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아리바이오는 케미컬 기반 다중 기전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개발을 후기 임상시험 단계로 진입시켰다. AR1001은 경구 투여가 가능한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로, PDE5(포스포디에스터라제-5)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분자의 구조를 개선해, PDE5 저해제 대비 뇌 투과율을 높이고 효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PDE5 억제를 통해 뇌 신경세포 내 cGMP(고리형 구아노신 일인산) 증가를 유도해 시냅스 가소성 및 기억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관이완 작용을 통해 뇌 혈류 개선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PDE5 경로 조절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신경 염증 완화 등의 복합적인 효과가 동물 모델에서 확인됐다. 단일 기전이 아닌 다중 기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개선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AR1001은 2019년 미국에서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26주간 진행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1년 동안 AR1001을 10mg 또는 30mg 투여한 결과, 첫 6개월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 12개월간의 장기 투여에서도 높은 안전성과 우수한 내약성이 확인됐다.
또한 인지 기능 평가 지표, 인지·행동 및 기능 평가, 신경정신행동 검사, 우울 증상 및 삶의 질 평가 등 AR1001을 복용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차원적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치료를 통해 질병 진행 속도가 늦춰졌으며, 인지 기능이 유지되거나 향상되었고, 치매성 우울증이 개선되는 의미 있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아리바이오는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리바이오는 2022년 12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다국가에서 3상 임상(POLARIS-AD)을 개시했다. 현재 MCI(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약 1150명을 모집 중이며, 한국에서도 식약처 승인을 받아 150명의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3상 임상에서는 1일 1회 30mg 경구 투여 후, 1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임상적 치매 평가(CDR-SB 등)를 1차 지표로 설정해 치료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이르면 2025년 말에서 2027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AR1001은 혈관성 치매 적응증 확대를 목표로 미국 FDA에서 2상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아 추가 연구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임상 시험에서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군에서 인지 저하 속도를 완화하는 신호가 확인된 점은, 향후 질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R1001는 주사제 위주의 질병조절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치료 편의성을 가진 첫 경구용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AR1001은 다중 표적 경구제라는 강점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파킨슨병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개발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9월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가 5500만명을 초과했으며, 매년 1000만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7800만명으로 40% 증가하고, 2050년에는 1억3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치매와 관련된 경제적 비용은 1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2030년까지 1조7000억 달러, 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최대 2조8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질병을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치료제가 등장할 경우, 환자당 약가가 높고 장기간 투약이 필요해 시장 규모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1년 17억3700만 달러 규모로 형성됐으며, 연평균 64.1%의 고성장률을 기록해 2027년에는 338억72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약 3400억원 규모로,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에는 36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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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양한 접근 방식에 따라 신약 개발 전략도 각각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기존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증상 완화에 그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질병 진행을 늦추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하는 질병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DMT) 연구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크게 △천연물 △바이오 항체 △케미컬 기반 전략으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천연물 기반 치료제는 메디헬프라인, 바이오 항체 치료제는 에이비엘바이오, 케미컬 기반 치료제는 아리바이오가 주도하고 있다.
천연물 기반 치료제는 뇌 신경을 보호하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경퇴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국내 일부 기업들은 식물 유래 성분을 이용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항체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과 같은 치매의 주요 병리 기전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다. 면역체계를 활용해 뇌 내 유해 단백질을 제거하는 기전을 적용하고 있으며, 항체 치료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치매 치료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케미컬 기반 치료제는 기존 합성의약품의 연장선에서 개발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거나 염증을 억제하고 대사를 개선하는 등의 기전을 통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특히, 약물 재창출 전략을 활용해 기존 의약품에서 새로운 치매 치료 효과를 찾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대부분 인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질병 자체의 진행을 막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있다.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에는 도네페질(Aricept), 리바스티그민(Exelon), 갈란타민(Reminyl)이 있다. 이 약물들은 경증에서 중등도의 알츠하이머병 증상을 개선하는 데 사용된다. NMDA 수용체 길항제에는 메만틴(Namenda)이 있으며, 중등도에서 중증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 치료제는 뇌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함으로써 기억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또한, 과도한 글루타메이트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세포 독성을 차단하는 기전으로도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들은 질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이 아니므로 장기간 복용하더라도 치매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증상 개선제 외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을 포함한 뇌기능개선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성분을 포함한 치료제의 연간 처방액은 3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제제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매 진행을 예방하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효성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승인된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인지 기능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치매의 근본적인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에, 치매 환자 및 의료진의 미충족 의료 수요는 여전히 크다.
메디헬프라인은 천연물 기반의 독창적인 기전을 가진 경도인지장애 치료 신약 ‘WIN-1001X’를 개발 중이다. WIN-1001X는 천연물 유래 복합 기전을 갖고 있으며, 그 핵심 작용 기전은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 활성화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손상된 소기관을 제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으로, 세포 항상성을 유지하고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면 손상된 단백질 축적을 줄이고, 세포 기능을 개선해 노화, 치매, 암 등의 질환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메디헬프라인에 따르면 WIN-1001X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AChE) 억제, 오토파지 활성 유도, 신경세포 사멸 억제, 항염증 작용 등 여러 가지 기전을 동시에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처럼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기억력을 높이는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
또한 뇌세포 내 단백질 찌꺼기(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 타우 응집 등)를 오토파지 경로를 통해 제거하도록 촉진하고 신경염증을 억제해 신경세포 보호 및 질병 진행 억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전적 특성으로 WIN-1001X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병리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약물로 개발되고 있다.
WIN-1001X는 국내에서 최초로 경도인지장애(MCI)를 적응증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다. 메디헬프라인은 2023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WIN-1001X의 임상 2상 시험을 승인받고 다기관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WIN-1001X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번 임상 2상은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치료제 허가를 목표로 진행되는 임상 시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임상 결과는 미지수이지만, 메디헬프라인은 전임상에서 확인된 복합 기전을 바탕으로 증상 개선과 질병 진행 억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디헬프라인은 WIN-1001X의 오토파지 활성화 기전을 활용해 파킨슨병 치료제 ‘MH-101’도 개발 중이다. 현재 MH-101은 국내에서 임상 3상 승인을 받은 상태다. WIN-1001X 역시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오토파지 조절 기전은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WIN-1001X의 적응증이 확장될 경우, 경도인지장애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메디헬프라인은 WIN-1001X가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인지 기능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천연물 기반 약물이므로 부작용 부담이 적을 가능성이 크며, 경구제로 개발되어 환자 편의성도 높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WIN-1001X가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될 경우, 후속 3상을 거쳐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경도인지장애 치료 분야를 선점할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매 치료제 시장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료는 개척되지 않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다만, 천연물 복합제제는 유효성 입증이 까다로우며, 과거 실패 사례도 존재했던 만큼, 엄격한 임상 시험을 통한 과학적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기술을 활용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는 신경 퇴행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ABL301'은 알파-시뉴클레인(a-syn) 응집체를 표적으로 해 제거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는 주로 파킨슨병 및 루이소체 치매와 관련된 병리 기전으로 알려졌다. 신경세포 내 이상 단백질 축적을 유발해 신경퇴행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알파-시뉴클레인의 병리 기전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 퇴행성 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경도인지장애 적응증 확대 가능성도 크다.
ABL301은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와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표적으로 하는 BBB 셔틀 항체 ‘그랩바디-B’를 결합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뇌혈관 장벽을 효과적으로 통과하면서도 알파-시뉴클레인 응집체를 제거하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BBB 셔틀은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약물 전달 시스템이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에서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치료제들은 증상 완화에 그쳤지만, BBB 셔틀 기술을 활용하면 뇌 내 전달 효율을 극대화해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BBB 셔틀의 가능성은 글로벌 빅파마 로슈가 임상 데이터로 입증했다. 로슈는 2023년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학회(Clinical Trials on Alzheimer’s Disease)’에서 BBB 셔틀 플랫폼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임상 1/2상 중간 데이터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트론티네맙을 1.8mg/kg~3.6mg/kg 투여한 지 12주 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빠르게 감소했다. 특히 3.6mg/kg 고용량 투여군에서는 12주 후 PET 스캔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평균 91 센틸로이드(Centiloid)까지 감소했다. 28주 후에는 107 센틸로이드까지 줄어드는 강력한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기존 알츠하이머 신약인 레켐비(Leqembi)와 아두헬름(Aduhelm)이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효과를 트론티네맙이 보여준 것이다. 또한 뇌척수액(CSF) 분석에서도 신경 퇴행성 바이오마커가 감소했다.
이 연구 결과는 트론티네맙이 BBB 셔틀 기술을 통해 뇌혈관장벽을 넘어 뇌에 도달해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는 IGF1R를 표적으로 하는 RMT(Receptor Mediated Transcytosis) 기전을 활용해 BBB를 통과해 항체를 뇌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은 트랜스페린 수용체(TfR) 기반 BBB 셔틀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IGF1R 기반 기술은 뇌 미세혈관(BMV)과 뉴런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므로, 다른 조직에서의 오프 타깃(Off-target) 효과가 작아 안전성이 높다는 강점이 있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트랜스페린 수용체 기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하반기 미국에서 ABL301의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이후 사노피에 ABL301 제조 기술을 이전하며, 그랩바디-B 플랫폼이 연구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진행 중인 ABL301의 임상 1상은 2025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이후 임상 2상부터는 사노피가 주도해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사노피에 그랩바디-B(Grabody-B)를 적용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기술이전하며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계약은 계약금 75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0억6000만 달러 규모로, 에이비엘바이오의 글로벌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아리바이오는 케미컬 기반 다중 기전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개발을 후기 임상시험 단계로 진입시켰다. AR1001은 경구 투여가 가능한 저분자 신약 후보물질로, PDE5(포스포디에스터라제-5)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기존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분자의 구조를 개선해, PDE5 저해제 대비 뇌 투과율을 높이고 효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PDE5 억제를 통해 뇌 신경세포 내 cGMP(고리형 구아노신 일인산) 증가를 유도해 시냅스 가소성 및 기억력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관이완 작용을 통해 뇌 혈류 개선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PDE5 경로 조절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 생성 억제, 신경 염증 완화 등의 복합적인 효과가 동물 모델에서 확인됐다. 단일 기전이 아닌 다중 기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개선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AR1001은 2019년 미국에서 경증 및 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210명을 대상으로 26주간 진행된 임상 2상을 완료했다. 1년 동안 AR1001을 10mg 또는 30mg 투여한 결과, 첫 6개월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 12개월간의 장기 투여에서도 높은 안전성과 우수한 내약성이 확인됐다.
또한 인지 기능 평가 지표, 인지·행동 및 기능 평가, 신경정신행동 검사, 우울 증상 및 삶의 질 평가 등 AR1001을 복용한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차원적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치료를 통해 질병 진행 속도가 늦춰졌으며, 인지 기능이 유지되거나 향상되었고, 치매성 우울증이 개선되는 의미 있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아리바이오는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리바이오는 2022년 12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다국가에서 3상 임상(POLARIS-AD)을 개시했다. 현재 MCI(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 약 1150명을 모집 중이며, 한국에서도 식약처 승인을 받아 150명의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3상 임상에서는 1일 1회 30mg 경구 투여 후, 1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임상적 치매 평가(CDR-SB 등)를 1차 지표로 설정해 치료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이르면 2025년 말에서 2027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AR1001은 혈관성 치매 적응증 확대를 목표로 미국 FDA에서 2상 임상 시험 승인을 받아 추가 연구도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임상 시험에서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군에서 인지 저하 속도를 완화하는 신호가 확인된 점은, 향후 질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R1001는 주사제 위주의 질병조절치료제 시장에서 높은 치료 편의성을 가진 첫 경구용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AR1001은 다중 표적 경구제라는 강점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병 외에도 파킨슨병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개발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9월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가 5500만명을 초과했으며, 매년 1000만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7800만명으로 40% 증가하고, 2050년에는 1억39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치매와 관련된 경제적 비용은 1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2030년까지 1조7000억 달러, 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최대 2조8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효과적인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질병을 근본적으로 조절하는 치료제가 등장할 경우, 환자당 약가가 높고 장기간 투약이 필요해 시장 규모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21년 17억3700만 달러 규모로 형성됐으며, 연평균 64.1%의 고성장률을 기록해 2027년에는 338억72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치매 치료제 시장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기준 약 3400억원 규모로,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2025년에는 36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