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마가렛 대처, 영국의 윈스틴 처칠. 미국의 루스벨트, 옛 소련의 스탈린, 가수 박상규. 비슷한 점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망 원인이 ‘뇌졸중’이라는 것이다. 또한 국민 야구감독으로 잘 알려진 김인식 감독도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다.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고도 부르는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50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며, 그 중 약 600만 명이 사망하고 살아있는 500만 명 역시 영구적인 장애로 고통을 받는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6명중 한 명은 살아가는 동안에 뇌졸중을 경험한다. 이미 60세 이상 인구에서는 전 세계 사망원인 2위, 그 이하 15세에서 59세 사이 연령대에서는 2위로 손꼽힌다. 그러나 사망원인을 장기별로 나눠서 재 분류하면 뇌졸중이 암을 제치고 사망원인은 1위이다 (암은 우리 몸의 모든 장기에서 발생하기 때문). 뇌졸중은 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간다. 사망하지 않은 환자들의 약 절반이 어떤 형태로든지 뇌졸중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건강수명이 평균 4-5년 줄어든다. 이렇게 뇌졸중은 치명적인 질환이기에 뇌졸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세계뇌졸중기구 (World Stroke Organization)는 매년 10월 29일을 ‘세계 뇌졸중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국내에서만 매년 약 10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20분에 한 명 꼴로 사망한다고 한다. 더욱이 뇌졸중 발병률이 연 평균 2%씩 증가하는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은 정확히 뇌졸중이 어떤 질환이며 심지어 뇌졸중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이였다 (2000년도에 뇌졸중 홍보를 하며 뇌졸중의 위험인자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위험인자를 한 개도 알지 못하는 비율이 약 43.6% 였음).
뇌졸중은 쉽게 말해 뇌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혈전이나 심장에서 떨어져 나간 색전이 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생기고,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 생긴다. 이전과 비교해서 뇌출혈은 감소하고 뇌경색은 증가하는 경향이다.
물론 나이, 성별, 가족력과 같은 위험인자는 우리의 의지로 어찌할 수 없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노력하면, 충분히 예방과 조절이 가능한 위험인자들이 있다.
혈압 조절이 관건
고혈압은 뇌졸중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이며 뇌졸중은 약물치료로 약 30-45% 예방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일 경우를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정상 혈압은 120 mmHg 이하이며 120 mmHg와 140 mmHg 사이인 경우는 고혈압 전 단계라고 한다. 고혈압이 있는 사람의 경우,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두 배에서 많게는 네 배까지 올라가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전체 고혈압 환자 중 목표 혈압 이하로 조절되는 환자는 40% 정도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혈압을 120 mmHg 이하로 치료한 군에서 140mmHg 이하로 치료한 군보다 치명적인 심혈관계통의 사건과 사망이 적었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과도하게 혈압을 낮게 조절할 경우 실신이나 전해질의 불균형이 생길 수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특히 성인일 경우 정기적인 혈압 측정을 하는 것이 권장되며 노인이나 심뇌혈관 질환의 다른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더욱 자주 측정해야 한다.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해야 되며 혈압약은 한번 복용하면 계속 복용해야 하기에 복용하면 안된다는 잘못된 생각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
고혈압이외에도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뿐만 아니라 대사증후군의 중요한 인자중 하나인 복부비만도 뇌졸중의 원인이다. 또한 적절한 운동은 뇌졸중예방에 도움이 되며 대사중후군의 예방을 위해 하루에 만보이상을 걷는 것이 좋겠다. 운동과 함께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의 경우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50세부터 69세까지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심뇌혈관질환 예방법 중 하나로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50% 이상 경동맥 협착이 있는 환자들도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뇌졸중 예방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용시 부작용을 고려, 전문의와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한 식이 습관은 기본
올바른 식이습관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저나트륨 및 고칼륨 식이가 좋다. 매일 풍부한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좋고, 포화 또는 총 지방량의 섭취를 줄이고 하얀 쌀밥보다는 현미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올해 ‘세계 뇌졸중의 날’의 테마는 “뇌졸중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입니다 (Stroke is treatable)”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엄습해 올 복병 같은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뇌졸중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엄격히 말해 발병이 갑작스러울 뿐 발병 원인은 우리의 생활 습관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며 병을 키워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뇌졸중은 65세이상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1세 이기에 노년엔 뇌졸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고혈압등 조절 가능한 인자를 잘 치료한다면 뇌졸중은 나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부터 충분히 예방될 수 있다. ‘세계 뇌졸중의 날’을 계기로 “가장 좋은 치료는 예방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