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령층 폐렴 예방, "다당질백신으론 부족, 단백접합백신 필요해"
전혜진 이대서울병원 교수, "단백접합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해야"
입력 2024.05.14 06:00 수정 2024.05.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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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진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선 다당질백신 뿐만 아니라 단백접합백신을 함께 접종해 예방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약업신문

국내 고령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 전문가들은 성인 및 고령층에서의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호흡기 감염 질환이 급증하는 봄, 및 환절기 기간을 맞아 폐렴구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폐렴은 2022년 기준 암과 심장질환, 코로나19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4위의 질환이며, 국내 호흡계통 질환 중에서는 5년 연속으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이상의 폐렴 환자수는 2022년 기준 약 44만명으로 폐렴구균 감염 발생 및 사망률 역시 50세 이상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감염병감시체계를 통해 보고된 2022년 폐렴구균 감염증 발생 건수에 있어서도 50대 이상 비율이 76%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고령층, 만성질환자 등 폐렴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폐렴 발병률이 높아져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 일반 성인 대비 당뇨병 환자는 2.8~3.1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 만성폐질환 환자는 7.7~9.8배, 만성심질환 환자는 3.8~5.1배, 흡연자는 3.0~4.4배 폐렴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부터 영유아 중심의 예방접종만이 주로 강조되었기 때문에 폐렴구균 백신을 포함한 성인 예방 접종률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후 59개월 이하 영·유아에서는 13가 단백접합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는 23가 다당질백신만 포함돼 있다. 국내 성인 대상으로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의 순차 접종 효과를 평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3가, 23가를 단일 접종했을 시 보다 13가를 먼저 접종하고 23가를 순차적으로 맞은 경우의 예방률이 80.3%로 가장 높았다.

약업닷컴은 가정의 달을 맞아 성인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필요성과 지역 역학 및 실제임상근거에 기반한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전혜진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인터뷰는 교수의 진료실에서 진행됐다.

전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단백접합백신을 함께 접종할 수 있도록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PCV 등 단백접합백신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폐렴구균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65세 이상 노인과 5세 미만 소아는 무료 접종이 가능한데, 그럼에도 폐렴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지?
폐렴은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나이가 들수록 심각성이 높아지는데 소아 대상 국가필수예방접종(NIP)에 폐렴구균 백신이 도입되면서 영유아 및 소아 유병률은 감소했지만, 성인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 등의 원인으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자, 노인, 암 환자 등은 폐렴의 주요 고위험군이다. 현재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약 990만 명에 달하며 더 증가할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 수명이 2위로 85.6세다. 향후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폐렴 고위험군인 노인 인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65세 이상은 다당질백신이 NIP로 도입 돼있어 만성질환자나 65세 미만에서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은 50세 이상부터는 예방접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외에 항생제 내성 등의 이유로 사망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NIP에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위험인자가 있다면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Q. OECD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어느 정도인가?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핀란드 1.2명, 프랑스 13.4명, 캐나다 14.5명, 미국 14.6명, 독일 15.8명인 반면 한국은 48.1명으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일본 36.1명이나 영국 36.5명에 비해서도 높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과 함께 비교해보면 더 큰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Q. 최근 영유아를 돌보는 조부모가 많아졌다. 어린이와 자주 접촉하는 노인은 폐렴구균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어린 자녀가 폐렴구균을 보유하고 있을 때, 아이뿐만 아니라 주변의 부모나 조부모에게도 균을 전파시킬 수 있다.

실제 2024년 4월 유럽 임상미생물학 및 감염병학회 학술회의에서 나온 미국 코네티컷 뉴헤이븐 연구에 따르면, 평균 연령 70세의 183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어린아이와 접촉하지 않은 노인의 경우 보균율이 1.6% 이었지만, 어린아이와 자주 접촉하는 노인의 경우에는 10%로 폐렴구균 보균율이 6배 정도 높다는 간접적 근거를 얻었다.

특히 2주 이내 5세 미만 아이와 접촉한 노인의 경우에는 폐렴구균 보균율이 14.8%로, 2주 이내 10세 이상 어린이와 접촉한 노인의 보균율인 8.3%에 비해서도 높았다.

60세 이상 조부모뿐만 아니라 맞벌이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을 베이비시터 등에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폐렴구균이 전파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Q. 고령층에서 단백접합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지?
첫 번째는 적극적인 홍보이며, 그 중에서도 의사의 권고가 중요하다. 의사가 단백접합백신 접종이 왜 필요하고, 폐렴이 얼마나 심각한지 설명해주었을 때 실제 접종으로까지 이어진다는 데이터들이 많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진료실 밖에서 환자가 대기할 때부터 배너나 자료를 비치하고, 진료실 안에도 조그마한 배너를 같이 두었을 경우 실제 접종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백신 접종 권고와 관련해 온라인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체크리스트를 이용하거나 EMR의 알림을 통해 환자가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여 접종을 권하는 경우,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이 58%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를 통해 의료진들에게 하는 교육, 웹 심포지엄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 국민 홍보가 중요하다.

또 하나는 성인 대상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단백접합백신이 포함되는 것이다. 진료 현장에서 65세 이상 노년층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말씀드리면, 국가필수예방접종을 통해 다당질백신을 한 번 맞았기 때문에 폐렴에 관한 예방접종이 모두 끝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을 통해서 폐렴 예방을 위한 단백접합백신 접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단백접합백신 도입이 경제적 부담을 낮추고 공중보건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Q. 영유아로부터 혹은 가족 간 릴레이 감염을 막기 위해 폐렴구균 질환에 있어 개선이 시급한 부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기본적인 손 씻기, 호흡기 에티켓, 금연 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에서 유행하는 혈청형을 포함하는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하는 것이 릴레이 감염을 막기 위해 중요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인 대상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단백접합백신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다당질백신이 필수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접종을 해야 하지만, 다당질백신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보호 효과가 떨어진다. 릴레이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23가 다당질백신 뿐만 아니라 PCV13과 같은 단백접합백신을 함께 접종해 예방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65세 이상 고령층뿐만 아니라 50세 이상이거나 만성 질환자라면 예방접종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백신 선택 시 혈청형 외에도 지역역학 및 실제임상근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폐렴구균을 일으키는 혈청형에는 약 100가지가 있으며, PCV7, PCV10, PCV13이 도입될 때마다 유행하는 국내 혈청형의 양상이 변화해왔다. 또한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계속 문제가 되는 혈청형이 있다. 예방접종을 통해 100여 가지의 혈청형을 모두 예방하는 것은 아니며, 그중 유행하는 혈청형을 선별해 예방한다.

국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혈청형은 3, 19A다. 3 혈청형의 경우, 침습성 감염을 빈번하게 일으키지만, 항생제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19A 혈청형은 발병 빈도수도 높지만 항생제 내성이 있어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접종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보통 백신 허가는 세 가지 연구를 통해 이뤄진다. 첫 번째는 접종을 했을 때 항체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면역원성(Immunogenicity) 연구다. 두 번째는 조건화 된 상황에서 접종 후 폐렴 예방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효능(Efficacy) 연구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리얼월드데이터(Real-World Data), 즉 효과(Effectiveness) 연구다.

우리가 실제 살아가는 세상은 임상 연구보다 더 많은 인자들이 관여할 수 있다. 어떤 때는 독감이 유행하거나, 문화적 이슈가 나타나는 등 실제 접종을 했을 때 유병률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얼월드 데이터는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거나 백신을 접종할 때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Q., 최근 국가예방접종 우선순위 평가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에 이어 고령층에서의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도입이 2순위로 꼽혔다. 실제 평가 결과에 따라 NIP 도입 가능성이 있나?
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13가 단백접합백신의 NIP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경제적으로 상위권에 속하지만, 폐렴에 있어서는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국내 4개 대학병원 데이터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에 대해서 다당질백신인 PPSV23만 접종했을 때의 폐렴 예방 효과는 18.5% 정도였던 반면, PCV13 단백접합백신의 예방 효과는 66.4%였다. 또한 다당질백신과 단백접합백신을 연속해서 접종했을 경우에는 80.3%로 예방 효과가 가장 높았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령층 분들이 단백접합백신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65세 이상에서 PCV13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 가장 이상적인 폐렴 구균 백신 접종 시기는 언제인지?
연령에 따라 다르고 위험인자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50세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꼭 단백접합백신을 먼저 접종할 것을 권고드린다. 다당질백신이 분명히 넓은 영역의 커버리지가 있기 때문에 접종이 필요하지만, 평생 최대 3번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20~30대부터 다당질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 우선, 단백접합백신을 꼭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호흡기 건강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건강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아직 접종을 하지 않은 백신이 있다면 함께 접종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또한 5월부터는 병원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이 아니라 권고로 바뀐다. 그만큼 우리 모두가 더욱 호흡기 건강을 잘 챙겨야 된다고 역으로 말씀드리고 싶다. 공중보건학적으로 조금 더 예방접종에 앞장서서 의료진은 물론이고 자녀분들이 먼저 나의 부모님을 챙겨야 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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