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루어 나가는 것이다. 뿌리 뽑으려 하면 오히려 그것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불안을 다루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란다.”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사진 약업신문
강동우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장애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진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불안은 긴장, 걱정, 우려 등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은 위협이나 신체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있어 중요한 생존 기능의 역할을 한다.
‘불안장애’를 앓게 되면, 불안의 정도가 지나쳐 사람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정신적인 고통과 신체적인 증이 동반된다. 사람이 비정상적,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 질환을 ‘불안장애’라고 분류한다.
언론을 통해 연예인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고백하는 ‘공황장애’ 역시 불안장애의 한 종류다. 이처럼 불안장애의 종류는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불안장애 △분리불안장애 △범불안장애 △특정 상황이나 물체에 대한 공포증 등 다양하다.
약업신문(약업닷컴)은 강동우 교수의 도움말로 불안장애의 정의, 종류 그리고 불안장애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Q. 불안장애란 무엇인가? 불안장애의 증상,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
불안장애는 대표적으로 정서 불안과 신체 불안으로 나타난다.
정서 불안을 느낄 때는 동반되는 사고가 있는데, ‘앞으로 나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은’ 미래에 대해 과도한 부정적 예측 등이다. 이는 ‘인지적인 왜곡’의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사고가 중심이 되어 나타나는 증상이 정서 불안이다.
신체 불안은 감정과 생각이 동반될 때, 교감 신경계가 흥분하게 되면서 교감 신경계의 영향에 의해 함께 발생하는 신체적 증상들을 뜻 한다. 대표적 신체 불안 증상으로는 ‘식은땀, 호흡곤란, 소화불량, 심계항진’ 등으로, 이를 묶어 교감신경계 항진에 동반되는 신체적인 증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즉, 사람의 교감신경이라는 신경계가 활성화될 때 동반되는 증상이라는 뜻이다. 비유를 한다면 굉장히 내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동반되는 모든 증상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새로운 아형으로서 ‘범불안장애’도 있다. 이 경우는 일상 속 모든 사소한 상황 속에서 강한 불안을 경험하게 돼, 매일 살아가는 것을 버겁게 느끼게 된다. 짧은 시간내에 불안과 공포의 감정이 스스로의 죽음에 대한 위협으로 느낄 정도로 강하게 느껴져, 발작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공황장애 등이 있다. 공황장애의 기준이 충족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이 공황 발작이다.
또한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특정 공포증(포비아)’도 불안 장애를 동반한다. 특수한 상황에 국한되어 있지만 그 강도가 굉장히 심해서 애초에 그 특정 상황을 피해 다녀야 하거나, 강도가 오래 지속될 때 특정 공포증이라 표현한다. 주사같이 뾰족한 것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그 외에는 흔하지 않은 종류의 불안장애 들이 있는데, 소아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분리 불안’, 혹은 특정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 심한 불안을 겪는 ‘사회 공포’, ‘무대 공포’ 등이 있다.
Q. 불안장애의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불안장애를 평가하는 지표(시험)가 따로 있는지?
우선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는 병적인 증상이 아니라 실제 일상생활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사람을 더 좋은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을 ‘정상적인 범위 내의 불안’이라고 얘기하는데, 치료가 필요한 ‘불안장애’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불안장애는 대인관계, 사회생활, 학업 이러한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감에 있어, 현저한 어려움이 느껴질 때 불안장애라고 판단한다. 즉,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불안을 느낄 때를 의미한다.
불안장애라고 판단하는 세부적인 기준은 내부 진단 기준표 상에서도 불안의 강도가 일정 강도 이상이 되고, 불안의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되었는지다. 불안의 강도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다 상세한 판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전문의가 진료를 볼 때 중요하게 판단하는 기준은 ‘면담 평가’와 그 외 지표인 ‘해밀턴 불안 척도’가 있다.
전문의들이 면담 평가를 진행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불안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환자와 보호자를 통해 병력에 대한 평가, 임상 경과에 대한 평가를 우선한다. 해당 환자가 전쟁 등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처해있어서 누가 봐도 이 정도의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되면, 동일한 불안의 강도여도 그 불안은 오히려 병이 아닌 납득되는 불안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러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면담 평가가 중요하고 필요하다.
해밀턴 불안 척도를 통해 불안의 강도를 파악해, 중등도인지 중증인지 분류하기도 한다.
또한 불안장애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뇌내 불안에 관여하는 호르몬의 변화’를 꼽기도 한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대표적으로 불안 장애에 관여를 하고 있어서, ‘특수 뇌파 검사’ 등을 통해 불안장애를 평가하기도 한다.
Q. 한국에서만 유독 유병률이 높은 ‘한국형 불안장애’도 있는지?
한국형 불안장애라는 정의가 너무 모호하다.
다만, 아무래도 동양문화권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나 집단의 나에 대한 평가, 인식, 시선에 대해 민감한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분들로 초래되는 불안 장애 발생 빈도가 조금 더 높긴 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타국가에 비해 상황적인 특수함으로 특정 불안을 강하게 경험하는 특정 기간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수험생)이거나, 남성들의 경우 군 복무 기간 등이 있다. 실제 고 3 친구들의 진료를 보게 되면 만성적인 불안에 노출돼 있는 빈도가 높아 손톱이 성한 경우가 없기도 하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이렇게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과 기간에 불안장애가 유발되게 되는 것을 ‘한국형 불안장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Q. 불안장애로 인해 다른 정신과적 문제들이 동반되기도 하는지?
물론이다. 불안장애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불안의 강도가 심할수록 우울장애와 같은 추가적인 정신과적 문제가 동반되기 쉽다.
또한 불안장애를 극단적으로 느끼는 경우는 불안을 잠재울 목적으로 알코올, 흡연, 심하면 마약성 약물 등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어, 물질 중독까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Q. 최근 불안장애 환자 수 변화와 주 양상은 어떠한 지?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아무래도 최근 COVID-19 대유행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불안이라는 것이 사실 내가 예견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의 감소이다 보니, 불투명성이 짙어지는 요즘 사회에서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소아 청소년들은 갈수록 학구열의 경쟁적인 상황에 부닥쳐지니 불안 장애를 많이 느끼고, 노년기 분들은 노후의 불안정성, 사회적인 고립이 짙어지면서 불안장애를 호소하시면서 오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노년기 환자분들은 정신건강의학과로 바로 방문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타과를 먼저 방문하셨다가 상담을 받으시면서 정신건강의학과로 넘어오시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에 대해 인식개선이 많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연령대가 있으시다 보니 정신건강의학에 대한 마음의 문턱이 있는 것 같다. 가슴이 갑갑하다고 느끼면 ‘심장이나 폐에 문제가 있나?’라고 먼저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러한 연유로 실제 노년기 환자분들은 신체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를 모두 함께 전제하고 진료를 보고 있다.
Q. 불안장애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는 어떠한 지? 환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환자들은 사실 초기 평가에서는 저항성이 있을지 몰라도, 치료를 받으면서 불안 자체가 감소, 완화되는 효과를 겪다 보면 치료에 대한 충분한 동력을 받게 된다. 불안장애는 환자 입장에서 불안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살 것 같은 장애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대개 치료에 대한 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다만, 환자들이 본인이 느꼈을 때 불안장애가 나아졌다고 느끼면 임의로 약물 치료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난다.
불안장애의 치료단계는 급성기 치료 단계와 유지 치료 단계로 나뉜다. 급성기 치료 단계의 경우 증상이 완화되어도 불안을 평가하는 불안장애 척도가 의미 있는 점수 아래로 내려간 지 최소 6개월 이상은 지속되어야 해소되었다고 평가하는데, 임의로 중단하게 되면 재발돼 재방문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유지 치료 단계는 ‘테이퍼링 아웃’의 방법을 사용한다. 약물을 서서히 조금씩 감량하고 면담 및 정신 치료도 서서히 중단하는 과정을 거쳐서 마무리 짓는 단계다. 이 경우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환자 스스로 완전히 불안장애로부터 해소되었다고 느껴서 중단하기 때문에, 재발이 되었을 때 당황스러워하거나 좌절을 경험하시는 분들도 있다.
Q. 불안장애 치료에 있어 핵심은 무엇인가? 상담 치료, 약물 치료의 처방 시점도 궁금하다.
우선 치료는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치료 효과가 좋다.
상담 치료 시 ‘인지적 왜곡’이 자주 발생하지 않도록 ‘정신 지지 치료’를 진행한다. 환자가 불안에 어느정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대처 능력을 강화해주는 치료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인지적 왜곡이 심한 환자의 경우 그 사고에 개입해서 교정시켜 나가는 ‘인지 행동 치료’를 동반하기도 한다.
사실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중요하게 말씀드리는 기본 전제는 ‘불안이라는 것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이다. 환자들이 불안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서 없애야 치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런 마음가짐이 오히려 긴장감을 유발하고 불안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다소 역설적인 말이지만, 불안은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에서도 나의 하루일과가 무사히 영위되어가는 경험을 누적시켜 나가야 불안을 느끼는 강도가 점차 내려간다.
약물 치료 같은 경우, 세로토닌 호르몬에 관여하는 약물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에스시탈로프람’이 있는데, 이 약물은 세로토닌 호르몬이 뇌 내에서 재흡수가 되어 제거가 되는 생리적인 과정을 거칠 때, 재흡수되는 과정을 차단함으로써 뇌 내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에서 세로토닌 호르몬의 농도가 높게 유지되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불안장애를 동반한 주요우울장애는 ‘모드 오브 액션(약물 작용 매커니즘)’이 다양할수록 좀 더 좋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보티옥세틴’ 약물 같은 경우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기전 외에도 세로토닌 수용체 자체에 관여를 하거나 아세틸콜린, 도파민, 히스타민 등 다른 계열의 신경 호르몬에도 관여를 함으로써 더 치료 가능성을 넓혀주는 이점이 있다.
보티옥세틴 같은 경우는 실제 우울증에 대해서 에스시탈로프람과 같은 SSRI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의 약물에 치료 저항성을 가지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더 좋은 치료효과를 나타낸다는 보고도 있다.
약물 치료는 정신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방문치료가 시간 관계상 혹은 신체 관계상 녹록치 않은 환자들의 경우 약물 치료만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보이는 환자들도 있다. 그래도 상담 치료를 같이 받는 것을 권장한다.
Q. 마지막으로 불안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하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불안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루어 나가는 것 ’이라고 전하고 싶다.
환자 입장에서는 딜레마지만, 뿌리 뽑으려 하면 오히려 그것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아서 ‘불안을 다루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좋을 것 같다. 불안장애는 어떤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더라도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문하는데 주저 말고 치료를 받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