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시대는 끝났는가?”…TIGIT, 설계가 만든 두 번째 기회
길리어드·아커스, 위식도암서 OS 27개월로 판 흔들다
27개월 OS·ORR 59%·PFS 12.9개월, 2b 시그널 재확인…일관성, 신뢰성 높여
입력 2025.10.14 06:00 수정 2025.10.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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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아커스 바이오사이언스(Arcus Bioscience)가 공동 개발 중인 항-TIGIT 항체 ‘돔바날리맙(domvanalimab)’이 위암과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에서 중앙 전체생존기간(OS) 26.7개월을 기록했다. TIGIT 기전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실패 이후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이번 결과는 항-TIGIT 병용요법의 임상적 근거를 보강하는 자료로 제시됐다.

이번 임상시험은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된 위암, 위식도접합부암, 식도선암 환자 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돔바날리맙 1,600mg과 항-PD-1 항체 짐버렐리맙(zimberelimab) 480mg을 4주 간격으로 병용 투여받고 화학요법을 병행했다. 그 결과, 객관적 반응률(ORR)은 59%, 무진행생존기간(PFS)은 12.9개월로 확인됐다.

연세 송당 암연구센터 라선영 교수(내과학교실)는 이번 생존 데이터를 “표준치료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 수준을 넘어선 결과”로 평가했다.

아커스 바이오사이언스의 리처드 마르쿠스(Richard Markus) 최고의료책임자(CMO)는 “이번 결과가 TIGIT 기반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능성을 뒷받침하며 Fc-사일런트 항체의 효능과 안전성 차별성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

돔바날리맙은 TIGIT 억제제 중에서도 Fc 기능이 제거된 ‘Fc-사일런트(Fc-silent)’ 항체로, 세포 표면의 Fc 수용체 결합을 통한 면역반응을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Fc 기능을 유지한 ‘Fc-enabled’ 항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 면역반응과 독성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다. 과거 로슈(Roche), GSK, BeOne Medicines 등은 Fc-enabled 항체를 기반으로 TIGIT 억제제를 개발했으나 주요 임상에서 효능 미충족 및 안전성 문제로 개발을 중단했다. 현재 TIGIT 억제제 후보 중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TIGIT/PD-1 이중항체 ‘릴베고스토믹(rilvegostomig)’과 돔바날리맙만이 임상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두 후보 모두 Fc-사일런트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글로벌 TIGIT 시장은 초기에는 PD-1 억제제 이후 차세대 면역항암 기전으로 평가받았으나, 주요 임상 실패 이후 대형 제약사들의 프로그램 철회가 이어졌다. 로슈, GSK, BeOne Medicines 등은 TIGIT 병용요법의 임상지표 미달과 부작용 문제로 대부분 개발을 중단했다. 이후 남은 기업들은 Fc 기능을 제거한 구조와 정밀 병용 전략으로 연구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며, 길리어드·아커스의 돔바날리맙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릴베고스토밈이 그 중심에 있다.

두 후보는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돔바날리맙은 TIGIT 단일항체로 항-PD-1 항체와 화학요법을 병용하는 전략이며, 릴베고스토밈은 TIGIT과 PD-1을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구조를 통해 상호작용을 하나의 분자 내에서 조절한다. 양측 모두 Fc-사일런트 설계를 채택했으며, TIGIT 억제의 효율성과 안전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TIGIT 억제제가 실패에서 재도전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TIGIT의 기전 자체보다는 항체 구조, 병용전략, 환자 선택 기준 등 개발 공학적 요소가 성공 여부를 좌우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TIGIT은 무효화된 타깃이 아닌, 설계 혁신을 통해 재평가되는 타깃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 돔바날리맙의 임상결과는 위식도암 환자 대상 병용요법이 실제 생존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글로벌 3상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구진은 향후 대규모 3상에서 일관된 생존이득과 안전성 결과가 확인될 경우, 항-TIGIT 병용요법이 면역항암제 병용전략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TIGIT 억제제의 상용화 여부는 생존지표의 재현성과 장기 안전성, 그리고 병용요법 최적화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길리어드·아커스의 27개월 생존 데이터는 TIGIT 억제제가 여전히 임상적 가능성을 지닌 기전임을 보여주는 근거로 해석되고 있으며, 향후 TIGIT 기반 면역항암 병용요법의 발전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될 전망이다. TIGIT 기전의 향후 성패는 Fc-사일런트 설계의 임상적 검증과 3상 결과에서의 일관성 확보에 따라 구체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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