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인식 변화와 각국의 규제 강화가 기존 동물실험 방식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다양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동물모델보다 더 높은 생체 유사성과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대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규제와 제도도 빠르게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BIO KOREA)'에서는 '동물대체시험,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의 선택과 과제'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이번 세션은 연구개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살펴보는 자리로, 오가노이드, 장기모사칩(Organ-on-a-chip), AI 기반 독성예측 기술 등 첨단 동물대체시험 플랫폼의 개발 현황과 상용화 가능성,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토론은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윤석주 책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칼리시 최재문 대표, 프리클리나 강영모 대표, 휴먼에이스 고성호 대표, 셀위버스 조건식 대표, 큐리바이오 니콜라스 가이스(Nicholas Geisse) 대표가 참여했다.
강영모 대표는 실험동물 기반 모델의 한계를 언급하며, "인간과 생리학적으로 더욱 유사한 비임상 대체 플랫폼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그간 사람 특이 항체는 일반 마우스에 결합하지 않아 사이노몰거스 원숭이(Cynomolgus monkey) 등 영장류를 활용해 왔지만, 고비용, 윤리적 문제, 공급 제약 등의 이유로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모든 항체 기반 시험이 인간화 마우스를 통해 수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신약의 면역 독성 평가에는 인간화 마우스가 매우 실용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면역독성 대체시험법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하며, 인간화 마우스는 동물대체시험으로의 점환점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건식 대표는 동물 유래 실험 재료를 세포 기반 소재로 대체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기존 시험법과 병행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동물대체기술의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에 비해 국내 규제기관은 아직 단독 대체시험 결과만으로 평가를 허용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에 '병행 허용 정책'을 통해 점진적인 규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한국이 글로벌 동물대체시험법을 선도하려면 단순히 해외 규제를 따르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기준과 전략을 갖춘 정책 주도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대표는 장기모사칩의 표준화와 규제 수용성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FDA는 2023년부터 장기모사 플랫폼을 독성평가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식약처도 이를 반영해 관련 고시를 개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식약처와 공동으로 수행한 장기모사칩 표준화 과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장기모사칩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표준화와 검증 가능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식약처 역시 이러한 방향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가이스 대표는 "이제는 경쟁의 대상이 타사가 아니라 마우스다"라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입을 열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FDA는 새로운 독성평가 규제 프레임 설계에 동물대체시험 기술을 적극 반영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의 가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물대체시험의 성과는 기술 제공 기업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규제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면서 "한국 식약처 역시 이러한 기술적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규제 전환의 조력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재문 대표는 AI 기반 동물대체시험 기술의 실효성과 윤리성,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과 같은 잠재적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를 생명과 직결되는 평가에 적용할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I 기술이 실사용 단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예측 안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초기 모델 설계부터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성능 평가 지표 수립과 내부 테스트 체계 구축은 규제 대응력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 대표는 "현재 국산 동물대체시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성실한 사후 지원과 신뢰 기반의 협력은 국산 기술의 확산과 정착에 있어 핵심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주 책임연구원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규제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이라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기관을 설득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토론은 동물대체시험이라는 연구개발 기반이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선택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공유한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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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BIO KOREA)'에서는 '동물대체시험, 미래 바이오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의 선택과 과제'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이번 세션은 연구개발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살펴보는 자리로, 오가노이드, 장기모사칩(Organ-on-a-chip), AI 기반 독성예측 기술 등 첨단 동물대체시험 플랫폼의 개발 현황과 상용화 가능성,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토론은 국가독성과학연구소 윤석주 책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칼리시 최재문 대표, 프리클리나 강영모 대표, 휴먼에이스 고성호 대표, 셀위버스 조건식 대표, 큐리바이오 니콜라스 가이스(Nicholas Geisse) 대표가 참여했다.
강영모 대표는 실험동물 기반 모델의 한계를 언급하며, "인간과 생리학적으로 더욱 유사한 비임상 대체 플랫폼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그간 사람 특이 항체는 일반 마우스에 결합하지 않아 사이노몰거스 원숭이(Cynomolgus monkey) 등 영장류를 활용해 왔지만, 고비용, 윤리적 문제, 공급 제약 등의 이유로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모든 항체 기반 시험이 인간화 마우스를 통해 수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신약의 면역 독성 평가에는 인간화 마우스가 매우 실용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면역독성 대체시험법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하며, 인간화 마우스는 동물대체시험으로의 점환점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건식 대표는 동물 유래 실험 재료를 세포 기반 소재로 대체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 그는 "기존 시험법과 병행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동물대체기술의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에 비해 국내 규제기관은 아직 단독 대체시험 결과만으로 평가를 허용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에 '병행 허용 정책'을 통해 점진적인 규제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한국이 글로벌 동물대체시험법을 선도하려면 단순히 해외 규제를 따르는 수준을 넘어, 독자적인 기준과 전략을 갖춘 정책 주도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 대표는 장기모사칩의 표준화와 규제 수용성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FDA는 2023년부터 장기모사 플랫폼을 독성평가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식약처도 이를 반영해 관련 고시를 개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식약처와 공동으로 수행한 장기모사칩 표준화 과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장기모사칩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표준화와 검증 가능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식약처 역시 이러한 방향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가이스 대표는 "이제는 경쟁의 대상이 타사가 아니라 마우스다"라는 상징적인 발언으로 입을 열었다.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는 "FDA는 새로운 독성평가 규제 프레임 설계에 동물대체시험 기술을 적극 반영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의 가치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물대체시험의 성과는 기술 제공 기업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제약바이오 기업, 규제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면서 "한국 식약처 역시 이러한 기술적 흐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규제 전환의 조력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재문 대표는 AI 기반 동물대체시험 기술의 실효성과 윤리성, 표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 AI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과 같은 잠재적 오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이를 생명과 직결되는 평가에 적용할 경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I 기술이 실사용 단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예측 안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초기 모델 설계부터 안전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성능 평가 지표 수립과 내부 테스트 체계 구축은 규제 대응력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 대표는 "현재 국산 동물대체시험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성실한 사후 지원과 신뢰 기반의 협력은 국산 기술의 확산과 정착에 있어 핵심적인 동력이 될 것"이라며, 국내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주 책임연구원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규제기관과의 지속적인 소통"이라면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규제기관을 설득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토론은 동물대체시험이라는 연구개발 기반이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선택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공유한 뜻깊은 자리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