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은 리소좀 축적 질환의 한 종류로, 리소좀 분해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α-galactosidase A)의 결핍 및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X염색체의 GLA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효소가 없거나, 기능이 저하되어, 글로보트리아오실세라미드(Gb3)가 축적되면서 심장, 신장, 신경계 등에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전형적 파브리병 환자의 경우, 높은 글로보트리아오실스핑고신(Lyso-Gb3) 수치가 예후 불량과 관련되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Lyso-Gb3는 파브리병의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로, 진단, 표현형 구분 및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유용하게 활용되며, 특히 고전적 형태의 파브리병 환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파브라자임은 아갈라시다제베타(Agalsidase Beta)를 주성분으로 하는 효소 대체 요법 치료제로, 결핍된 GLA 효소를 대체하여 Gb3의 축적을 감소시키고 질병 진행을 지연시킨다. 이 치료제는 연령, 표현형, 성별에 관계없이 투여 가능하며, 국제 지침에서는 1mg/kg 격주(EOW) 투여를 1차 치료로 권장하고 있다.
국제 파브리병 등록사업(Fabry Registry)에 따르면 파브라자임으로 치료받은 파브리병 환자에서 뇌졸중 발생률 감소가 관찰되었다. 더불어 파브라자임은 파브리 신경병증에서 C-, A-delta, A-beta 섬유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등의 구체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어, 신경계 증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파브리병 분야의 세계적인 권인자인 환 폴리테이 박사(Dr. Juan Politei)는 특히 효소대체요법(ERT)과 관련된 연구와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제 파브리병 등록사업(Fabry Registry)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파브리병 환자들의 치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약업닷컴은 최근 방한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브리병 진단과 치료전략, 더불어 파브라자임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Q. 파브리병의 원인과 특징, 유병률을 포함해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부탁드린다.
임상적으로는 유전자의 발현 방식에 따라 여러 표현형으로 구분된다. 전형적 표현형을 보이는 환자들은 대개 어린 시기에 발병하며, 손발의 통증,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피부나 눈에서도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18~20세가 되면 신장, 심장, 뇌에도 영향을 미쳐 보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유병률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정확한 수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전형적 표현형 파브리병은 약 1.5만~2만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성인기에 발병하는 비전형적 표현형(Late-onset)은 훨씬 더 흔하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2천 명 중 1명에서 8천 명 중 1명까지 다양한 수치가 보고된다. 확실한 점은, 전형적 표현형보다 심장형 파브리병 환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Q.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진단에 있어 가장 큰 장애와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20년 전에 "파브리병 진단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의사들이 질병을 잘 몰라서" 혹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며, 병원과 제약사들이 협력해 진단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집단을 선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5~10세 아동이 손발이 타는 듯한 작열감을 호소하는 경우, ▲25~40세 성인이 원인 불명의 신장 부전을 보이는 경우,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겪은 경우 등이다. 이런 환자들을 접하는 전문의들이 파브리병을 의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Q. 파브리병에서 조기 진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조기 진단은 파브리병뿐만 아니라 리소좀 축적 질환인 고셔병, 헌터증후군, 폼페병 등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진단이 늦어지면 이미 신장, 심장, 뇌에서 세포 손상이 발생한 상태가 되고, 이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 두번째는 파브리병은 유전 질환이므로, 한 명의 환자를 진단하면 가족 내 다른 환자들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Q. ‘표현형’과 ‘전형적 표현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들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파브리병의 표현형은 기본적으로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효소의 활성 정도에 따라 나뉜다. 효소가 거의 없거나(1% 미만) 완전히 결핍된 경우에는 세포 내 기질이 축적되어 어릴 때부터 손발 통증, 위장 장애, 피부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신장과 심장, 뇌에도 손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를 ‘전형적 표현형(Classic Phenotype)’이라고 한다.
반면, 효소 활성도가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기질이 축적되는 부분을 어느정도 예방하기 때문에, 주로 30~35세 경에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비전형적 표현형(Late-Onset Phenotype)’이라고 부른다. 전형적 표현형보다 진행 속도가 느리지만, 결국 신장과 심장 손상이 누적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Q. 각 표현형에 따라 치료 방식과 시기가 다른지?
파브리병 치료에서 표현형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전형적 표현형의 경우, 유년기에 발병하며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아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치료 시점을 결정할 때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특정 손상이 발생하면 이후 치료를 하더라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점을 파악하고 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환자의 표현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형적 표현형을 가진 남아의 경우, 임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반면,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경우에는 치료 시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신장이나 심장, 뇌에서 손상이 점점 활성화되고 진행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치료를 고려하는데, 이는 보통 25세에서 30세 사이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전형적 표현형의 남아는 4~6세에 질병이 확인되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늦게 발병하는 표현형의 경우에는 보통 30세에서 35세 사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Q. 파브리병 진단에서 바이오마커의 역할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가?
파브리병에서는 Lyso-Gb3가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사용되며, 이는 혈액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Lyso-Gb3는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파브리병에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라는 점이다. Lyso-Gb3 수치가 높은 경우 파브리병일 가능성이 크며, 다른 질환에서는 이 수치가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Lyso-Gb3는 진단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Lyso-Gb3 수치는 환자의 표현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효소가 아예 없는 경우, 기질이 대량으로 축적되면서 Lyso-Gb3 수치도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경우 전형적 표현형에 해당한다. 반면, 효소가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기질 축적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Lyso-Gb3 수치도 낮게 나타난다. 이를 통해 Lyso-Gb3 수치는 표현형을 구별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셋째, Lyso-Gb3는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치료 전후의 Lyso-Gb3 수치를 비교하면 치료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료를 시작하기 전과 후의 수치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질병 진행 속도를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Lyso-Gb3는 파브리병의 진단, 표현형 구별, 치료 반응 모니터링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바이오마커라고 할 수 있다.
Q. 치료 과정에서의 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니터링 방식은 환자의 표현형과 연령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모든 파브리병 환자에게 동일한 모니터링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며,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Lyso-Gb3는 질병의 진행과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한 바이오마커이지만, 전형적 표현형에서 더욱 유효하다. 전형적 표현형 환자는 Lyso-Gb3 수치가 높고, 치료에 따른 수치 변화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늦게 발병하는 표현형 환자의 경우 Lyso-Gb3의 민감도가 전형적 표현형만큼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모니터링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신장, 심장, 뇌 건강을 평가하는 다양한 검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전형적 표현형 환자에게는 Lyso-Gb3가 효과적인 모니터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심장 모니터링은 심전도(ECG), 심장 초음파(Echocardiography). ▲뇌 모니터링은 뇌 MRI, ▲신장 모니터링은 혈액 검사, 소변 검사 등을 진행한다. 이처럼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모니터링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단순히 Lyso-Gb3 수치만으로 치료 반응을 평가하기보다는 복합적인 진단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대표적인 효소 대체 요법(ERT) 치료제 파브라자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국가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파브라자임이 2세 이상을 대상으로 승인된 유일한 ERT 치료제이다. 반면, 다른 ERT 치료제는 보통 7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거나, 최근 승인된 일부 치료제는 성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3~5세의 어린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파브라자임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RT 외에도 경구 치료제가 있지만, 두 치료제 간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파브라자임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으며, 중증 신장 침범이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경구 치료제는 특정 체중 이상이어야 처방이 가능하며, 영유아나 체중이 적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사용이 어렵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사용 가능한 ERT 치료제 두 가지 중, 파브라자임이 더 높은 용량을 제공하는 치료제라는 점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1.0mg/Kg 제제의 장점은 바이오마커 수치를 더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으며, 치료 반응이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도 1.0mg/Kg 파브라자임을 사용하면 심장 및 신장의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데이터가 보고됐다.
Q. 파브리 레지스트리(Fabry Registry) 데이터를 살펴보면, 파브라자임 치료가 뇌졸중 발생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파브리 국제 레지스트리(Fabry International Registry)는 공개형 환자 등록 시스템으로, 의료진이 익명으로 환자 데이터를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레지스트리는 20년 이상 운영돼 왔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00명의 파브리병 환자가 등록돼 있다. 등록된 데이터에는 증상의 발현 시점, 치료 개시 시기, 효소 활성 수준, 뇌출혈 및 뇌졸중 병력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연구에서는 파브리자임 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방식은 파브리자임 치료군에서 뇌졸중이 발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치료를 받지 않은 군에서 증상 발현 후 뇌졸중이 발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파브리자임 치료를 받은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뇌졸중 발병 연령이 더 늦었으며, 뇌졸중 발생 환자 수도 적었다.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파브리자임 치료를 받은 그룹은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 대비 뇌졸중 발생률이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뇌졸중 발생과 파브리자임 치료 간의 관계를 수치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Q. 국제적으로 파브리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한, 한국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목표는 변함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브리병을 조기에 의심할 수 있도록 ‘서스피션 인덱스(Suspicion Index, 의심 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러 병원의 의료진을 만나보면,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파브리병을 진단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며, 진단율을 높이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치료 결정 과정이다. 과거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네 가지 치료제가 사용 가능하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두세 가지가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도 점차 도입될 예정이므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올 때마다 진단율이 높아지고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의료진이 파브리병 치료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더욱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한국 의료진과 협력하여 파브리병 환자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의 치료 경험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 사이에는 분명히 공통점이 존재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함께 실질적인 치료 근거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환자들이 보다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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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병은 리소좀 축적 질환의 한 종류로, 리소좀 분해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α-galactosidase A)의 결핍 및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X염색체의 GLA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효소가 없거나, 기능이 저하되어, 글로보트리아오실세라미드(Gb3)가 축적되면서 심장, 신장, 신경계 등에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전형적 파브리병 환자의 경우, 높은 글로보트리아오실스핑고신(Lyso-Gb3) 수치가 예후 불량과 관련되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Lyso-Gb3는 파브리병의 효과적인 바이오마커로, 진단, 표현형 구분 및 치료 반응 모니터링에 유용하게 활용되며, 특히 고전적 형태의 파브리병 환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파브라자임은 아갈라시다제베타(Agalsidase Beta)를 주성분으로 하는 효소 대체 요법 치료제로, 결핍된 GLA 효소를 대체하여 Gb3의 축적을 감소시키고 질병 진행을 지연시킨다. 이 치료제는 연령, 표현형, 성별에 관계없이 투여 가능하며, 국제 지침에서는 1mg/kg 격주(EOW) 투여를 1차 치료로 권장하고 있다.
국제 파브리병 등록사업(Fabry Registry)에 따르면 파브라자임으로 치료받은 파브리병 환자에서 뇌졸중 발생률 감소가 관찰되었다. 더불어 파브라자임은 파브리 신경병증에서 C-, A-delta, A-beta 섬유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등의 구체적인 효과도 가지고 있어, 신경계 증상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파브리병 분야의 세계적인 권인자인 환 폴리테이 박사(Dr. Juan Politei)는 특히 효소대체요법(ERT)과 관련된 연구와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제 파브리병 등록사업(Fabry Registry)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파브리병 환자들의 치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약업닷컴은 최근 방한한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파브리병 진단과 치료전략, 더불어 파브라자임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오피스 빌딩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Q. 파브리병의 원인과 특징, 유병률을 포함해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부탁드린다.
임상적으로는 유전자의 발현 방식에 따라 여러 표현형으로 구분된다. 전형적 표현형을 보이는 환자들은 대개 어린 시기에 발병하며, 손발의 통증,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피부나 눈에서도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18~20세가 되면 신장, 심장, 뇌에도 영향을 미쳐 보다 심각한 증상이 나타난다.
유병률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정확한 수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전형적 표현형 파브리병은 약 1.5만~2만 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성인기에 발병하는 비전형적 표현형(Late-onset)은 훨씬 더 흔하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2천 명 중 1명에서 8천 명 중 1명까지 다양한 수치가 보고된다. 확실한 점은, 전형적 표현형보다 심장형 파브리병 환자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Q.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진단에 있어 가장 큰 장애와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20년 전에 "파브리병 진단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의사들이 질병을 잘 몰라서" 혹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진단이 가능하며, 병원과 제약사들이 협력해 진단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가장 위험도가 높은 집단을 선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5~10세 아동이 손발이 타는 듯한 작열감을 호소하는 경우, ▲25~40세 성인이 원인 불명의 신장 부전을 보이는 경우, ▲심장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겪은 경우 등이다. 이런 환자들을 접하는 전문의들이 파브리병을 의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Q. 파브리병에서 조기 진단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조기 진단은 파브리병뿐만 아니라 리소좀 축적 질환인 고셔병, 헌터증후군, 폼페병 등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진단이 늦어지면 이미 신장, 심장, 뇌에서 세포 손상이 발생한 상태가 되고, 이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손상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점. 두번째는 파브리병은 유전 질환이므로, 한 명의 환자를 진단하면 가족 내 다른 환자들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Q. ‘표현형’과 ‘전형적 표현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들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파브리병의 표현형은 기본적으로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효소의 활성 정도에 따라 나뉜다. 효소가 거의 없거나(1% 미만) 완전히 결핍된 경우에는 세포 내 기질이 축적되어 어릴 때부터 손발 통증, 위장 장애, 피부 이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신장과 심장, 뇌에도 손상이 빠르게 진행된다. 이를 ‘전형적 표현형(Classic Phenotype)’이라고 한다.
반면, 효소 활성도가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기질이 축적되는 부분을 어느정도 예방하기 때문에, 주로 30~35세 경에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비전형적 표현형(Late-Onset Phenotype)’이라고 부른다. 전형적 표현형보다 진행 속도가 느리지만, 결국 신장과 심장 손상이 누적되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Q. 각 표현형에 따라 치료 방식과 시기가 다른지?
파브리병 치료에서 표현형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전형적 표현형의 경우, 유년기에 발병하며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아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치료 시점을 결정할 때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특정 손상이 발생하면 이후 치료를 하더라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점을 파악하고 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환자의 표현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전형적 표현형을 가진 남아의 경우, 임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반면, 성인이 된 후 발병하는 경우에는 치료 시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신장이나 심장, 뇌에서 손상이 점점 활성화되고 진행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치료를 고려하는데, 이는 보통 25세에서 30세 사이에 해당한다.
결론적으로, 전형적 표현형의 남아는 4~6세에 질병이 확인되면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늦게 발병하는 표현형의 경우에는 보통 30세에서 35세 사이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Q. 파브리병 진단에서 바이오마커의 역할은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한가?
파브리병에서는 Lyso-Gb3가 대표적인 바이오마커로 사용되며, 이는 혈액 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Lyso-Gb3는 몇 가지 중요한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파브리병에 특이적인 바이오마커라는 점이다. Lyso-Gb3 수치가 높은 경우 파브리병일 가능성이 크며, 다른 질환에서는 이 수치가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Lyso-Gb3는 진단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Lyso-Gb3 수치는 환자의 표현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효소가 아예 없는 경우, 기질이 대량으로 축적되면서 Lyso-Gb3 수치도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경우 전형적 표현형에 해당한다. 반면, 효소가 일부 남아 있는 경우에는 기질 축적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Lyso-Gb3 수치도 낮게 나타난다. 이를 통해 Lyso-Gb3 수치는 표현형을 구별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셋째, Lyso-Gb3는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치료 전후의 Lyso-Gb3 수치를 비교하면 치료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치료를 시작하기 전과 후의 수치 변화를 확인함으로써 질병 진행 속도를 평가하고, 치료 전략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Lyso-Gb3는 파브리병의 진단, 표현형 구별, 치료 반응 모니터링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바이오마커라고 할 수 있다.
Q. 치료 과정에서의 모니터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니터링 방식은 환자의 표현형과 연령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모든 파브리병 환자에게 동일한 모니터링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며,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Lyso-Gb3는 질병의 진행과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한 바이오마커이지만, 전형적 표현형에서 더욱 유효하다. 전형적 표현형 환자는 Lyso-Gb3 수치가 높고, 치료에 따른 수치 변화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늦게 발병하는 표현형 환자의 경우 Lyso-Gb3의 민감도가 전형적 표현형만큼 높지 않기 때문에, 추가적인 모니터링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들을 위해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신장, 심장, 뇌 건강을 평가하는 다양한 검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전형적 표현형 환자에게는 Lyso-Gb3가 효과적인 모니터링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다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심장 모니터링은 심전도(ECG), 심장 초음파(Echocardiography). ▲뇌 모니터링은 뇌 MRI, ▲신장 모니터링은 혈액 검사, 소변 검사 등을 진행한다. 이처럼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적절한 모니터링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단순히 Lyso-Gb3 수치만으로 치료 반응을 평가하기보다는 복합적인 진단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대표적인 효소 대체 요법(ERT) 치료제 파브라자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국가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파브라자임이 2세 이상을 대상으로 승인된 유일한 ERT 치료제이다. 반면, 다른 ERT 치료제는 보통 7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거나, 최근 승인된 일부 치료제는 성인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3~5세의 어린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파브라자임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RT 외에도 경구 치료제가 있지만, 두 치료제 간에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파브라자임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으며, 중증 신장 침범이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경구 치료제는 특정 체중 이상이어야 처방이 가능하며, 영유아나 체중이 적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사용이 어렵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 사용 가능한 ERT 치료제 두 가지 중, 파브라자임이 더 높은 용량을 제공하는 치료제라는 점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1.0mg/Kg 제제의 장점은 바이오마커 수치를 더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으며, 치료 반응이 빠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서도 1.0mg/Kg 파브라자임을 사용하면 심장 및 신장의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데이터가 보고됐다.
Q. 파브리 레지스트리(Fabry Registry) 데이터를 살펴보면, 파브라자임 치료가 뇌졸중 발생률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는데.
파브리 국제 레지스트리(Fabry International Registry)는 공개형 환자 등록 시스템으로, 의료진이 익명으로 환자 데이터를 등록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레지스트리는 20년 이상 운영돼 왔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8000명의 파브리병 환자가 등록돼 있다. 등록된 데이터에는 증상의 발현 시점, 치료 개시 시기, 효소 활성 수준, 뇌출혈 및 뇌졸중 병력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연구에서는 파브리자임 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방식은 파브리자임 치료군에서 뇌졸중이 발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치료를 받지 않은 군에서 증상 발현 후 뇌졸중이 발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파브리자임 치료를 받은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보다 뇌졸중 발병 연령이 더 늦었으며, 뇌졸중 발생 환자 수도 적었다.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파브리자임 치료를 받은 그룹은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 대비 뇌졸중 발생률이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뇌졸중 발생과 파브리자임 치료 간의 관계를 수치적으로 분석한 결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Q. 국제적으로 파브리병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한, 한국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목표는 변함이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브리병을 조기에 의심할 수 있도록 ‘서스피션 인덱스(Suspicion Index, 의심 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러 병원의 의료진을 만나보면,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파브리병을 진단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며, 진단율을 높이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치료 결정 과정이다. 과거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지만, 현재는 네 가지 치료제가 사용 가능하며, 앞으로 몇 년 안에 두세 가지가 더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도 점차 도입될 예정이므로, 의료진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올 때마다 진단율이 높아지고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며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의료진이 파브리병 치료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더욱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한국 의료진과 협력하여 파브리병 환자 치료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한국에서의 치료 경험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 사이에는 분명히 공통점이 존재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함께 실질적인 치료 근거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환자들이 보다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